[단독] 삼성 반도체 직업병 물질 “배터리·휴대폰 사업장에도”

[단독] 삼성 반도체 직업병 물질 “배터리·휴대폰 사업장에도”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황유미씨의 11주기인 지난 2018년 3월6일 오후 ‘삼성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 행진에 참여한 이들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리움미술관을 출발해 서초동 앞 반올림 농성장으로 향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email protected]

삼성 반도체 노동자의 직업병과 관련해 문제가 됐던 발암성 물질, 생식독성 물질 등이 배터리나 휴대전화 같은 삼성의 다른 제품 생산 과정에 쓰이는 화학물질 중에도 상당한 비중인 걸로 조사됐다. 그간 노동자 직업병 문제가 주로 논의됐던 반도체 사업장을 넘어 삼성의 다른 전자 제품 사업장에서도 유해화학물질 관리가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등이 작성한 ‘삼성_전자 계열사 노동안전보건 실태조사 보고서’를 3일 보면 무선통신, 가전, 배터리 등 생산에 사용되는 유해화학물질 가운데 발암물질이나 생식독성 물질 비중은 반도체 사업장과 비슷하거나, 그보다 더 높았다. 이 조사는 ‘화학물질정보종합시스템’에 공개된 삼성전자와 삼성에스디아이(SDI)가 쓴 유해화학물질 목록 가운데, 안전보건공단의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정보를 활용해 그 성격을 분류해본 결과다. 이 가운데 연구진은 특히 발암물질, 생식독성 물질 등 비중에 주목했는데, 이는 희귀 암이나 태아(2세) 산재 등 삼성 반도체 직업병 사건에서 논란이 된 물질들이다.

조사 결과를 보면, 휴대폰 등 무선통신 부문의 경우 생산에 쓰이는 총 77개의 유해화학물질 중 발암물질 비중은 16%였다. 여기에 태아(2세) 산재 등에 영향을 주는 ‘생식독성, 생식세포 변이원성 유발 물질’을 더한 유해화학물질(CMR(시엠아르) 물질)은 21% 수준이다. 삼성에스디아이 배터리 사업 부문의 경우 43개의 화학물질을 사용했는데 이 중 발암물질이 23%, 시엠아르 물질 비율은 37%였다. 이는 삼성 반도체 노동자 황유미씨의 죽음 이후 논란이 되어 삼성 쪽이 안전 설비를 확충해온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과 비슷하거나 더 높은 수준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칩 제조에 사용하는 화학물질 146개 중 발암물질 비율은 12%였고 시엠아르 물질 비율은 17% 수준이었다.

삼성전자와 삼성에스디아이 노동자 등을 대상으로 한 설문과 면접조사 결과를 보면, 가전이나 배터리 등 생산 과정의 안전 관리는 반도체에 견줘 미흡한 수준인 걸로 보인다. 면접조사에 참여한 삼성에스디아이 노동자는 유해물질 노출을 차단시킬 수 있는 설비와 관련해 “차폐(노출 차단)나 배기 설비가 있지만 어설프다. 냄새가 나고 분진이 있다”고 답했다. 삼성전자 노동자 308명을 대상으로 설문해보니, 본인 혹은 가까운 동료 중에 암이나 희귀 질환 발병 사례가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광주 사업장(가전, 15%), 구미 사업장(가전통신, 12.2%)이 반도체 사업장(기흥, 화성, 평택, 온양)보다 2배가량 높았다.

반도체에 견줘 사회적 관심이 덜했던 배터리, 휴대전화, 가전 등 사업장에서도 노동자 건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화학물질에 대한 안전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는 이유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상수 반올림 활동가는 “반도체를 넘어 전자산업 작업 환경의 유해성이 많이 알려져, 직업병 인정은 물론 작업 환경 개선까지 이어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쪽은 “화학물질 관리에 있어서는 국내외 관련 규정이나 법률을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현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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