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반 프레임만 난무하는 세계
이주자의 실상 들여다본 저자
일자리 뺏고 범죄 늘어난다는
대표적 편견들 틀렸다고 지적
값싼 노동력으로 노인부양 등
과도한 기대감에 대한 경계도
게티이미지뱅크
한 무리의 외국인이 인천공항 출국장을 대거 빠져나왔다고 가정해보자. 한국을 찾은 이들의 목적은 단기여행, 불법체류가 아니다. 짧게는 몇 년, 길게는 한평생을 한국 땅에 거주하고자 입국한 ‘이주 희망자’들이다. 당분간은 한국에서 번 돈을 몽땅 모국으로 송금할 계획이고, 고향의 아이들이 좀 크면 일가족 전부를 이주시킬 생각이다.
이때, 평생 거주를 목적으로 입국한 이주자를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은 아마도 크게 두 갈래로 나뉠 것이다. 일자리를 빼앗겨 생계가 위협받으리란 불안감, 강력범죄율이 급상승해 마음대로 밤길을 산책하지 못하리란 막연한 공포심이다.
하지만 이면에서는 장밋빛 전망도 움튼다. 이주민 유입, 값싼 노동력의 무한한 공급만이 고령화 문제와 노동력 부족을 해결해줄 ‘조커’가 되리란 희망이다.
이주 노동의 찬반 프레임에 갇힌 건 한국만이 아니다. ‘국경을 열 것인가, 말 것인가’는 세계 공통의 현실이다. 신간 ‘이주, 국가를 선택하는 사람들’은 외국인 노동자 이주를 둘러싸고 각국에서 벌어지는 ‘두 개의 전쟁’을 바라보는 책이다.
이주의 당위성과 부당성을 배제하고 이주의 실상을 거침없이 보여준다. 옥스퍼드대에서 10년간 학생들을 가르친 저자의 신간이다.
이주, 국가를 선택하는 사람들 헤인 데 하스 지음, 김희주 옮김 세종서적 펴냄, 2만5000원
사람들은 이주자가 노동시장에 끼칠 부정적 문제에 분개한다. 저임금 이주자 때문에 내가 회사에서 잘리고 평균 임금이 떨어진다는 위기감도 나돈다. 그러나 이 오해에 대해 책은 ‘노(No)’라고 주장한다. 이주자가 토박이 노동자의 일자리를 훔친다는 주장은 인과성을 거꾸로 뒤집은 결과라는 이유에서다. 실업 때문에 노동자 이입이 시작된 것이지 이입 때문에 실업률이 높아진 게 아니란 거다.
1980년 4월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는 페루로 떠나려는 난민 신청자가 1만명이 넘자 화가 나서 “미국으로든 어디로든 떠나려면 떠나라”고 발표했다. 카스트로의 발언 직후 아바나 서쪽 항구 ‘마리엘’에서 미국 마이애미로 건너간 보트는 1700척, 이주자는 12만명이었다. 미국 해안국경수비대는 편도 140㎞ 바닷길을 건너온 압도적 숫자의 난민을 막을 방책이 없었다. 자연적이지 않은 노동자의 급격한 유입이란 희귀한 사례였다.
저 ‘마리엘 보트피플 사건’은 마이애미의 노동시장을 어떻게 바꿨을까. 그에 대한 탁월한 분석서로는 경제학자 데이비드 카드의 1990년 논문이 손꼽힌다. 카드는 202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다. 그는 34년 전 썼던 논문에서 “노동력 공급 충격이 해당 지역의 저숙련 노동자, 앞서 이주한 쿠바인의 임금과 실업률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기술했다. 노동시장은 분할돼 있기 때문이다. 농장 일꾼, 마트 출납원, 요리사의 일자리는 아예 다른 시장이다. ‘허리가 부러질 만큼’의 힘든 이주자의 육체노동에 그 지역 토박이는 참여하지 않는다.
이주민 탓에 범죄가 횡행한다는 두려움도 편견이라고 책은 주장한다. 이주는 강력범죄율을 낮춘다. 이주민 밀집지역의 범죄 발생률은 인근 지역의 평균보다 낮다. 외로운 이주민들은 공동체 단위로 생활하는데, 서로 간의 사회 통제 역량이 발휘된다. 더구나 그들에겐 훗날 가족과 재회할 분명한 목적이 있다. 가족을 이주시키려면 돈이 들고,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받으려면 법규를 준수해야 확률이 높아진다.
그렇다고 이주자가 도착국(이주민이 살아가는 국가)의 모든 경제 문제를 해결하리란 기대감도 과도하다고 책은 본다. 이주자가 일국의 노인 부양 문제를 해결하기엔 일단 이주자가 너무 적다. 독일에서는 노인부양률을 유지하려면 매년 340만명이 필요한데, 이주자의 순이입률은 보통 40만명 수준이다. 일본은 더 심각하다. 2050년까지 노인부양률을 유지하려면 이입민 5억5300만명이 필요한데, 이는 일본 인구의 4배가 넘는다.
젊고 값싼 노동력이 무한히 공급되리란 예측도 틀렸다.
개발도상국의 출생률은 급격히 추락하고 있으며 이주민도 인간인 이상 늙는다. 이주민이 노인이 되면 그들 역시 도착국의 사회보장제도 수혜자가 된다. 따라서 이주 노동자를 활용해 고령화 문제를 해결한다는 희망은 거의 초현실적이다.
한국은 1903년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 1905년 멕시코 선인장 농장, 1960년 독일 광부와 간호사 파견 등 이주노동의 역사를 선험했다. 이제 거꾸로 이주자들이 한국의 대문을 노크 중이다.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등 선진국에서 이주 문제가 큰 문제를 일으키는 이유로 “자신의 나라가 이입국(이민자들이 희망하는 나라)이란 새로운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일갈한다.
정치인들이 “국경을 닫겠다”며 혐오를 선동하고, 정책자들이 “국경을 열어야 한다”는 견해를 강하게 드러내기에 앞서, 이런 희소한 사실의 조각을 모아 왜곡되지 않은 결론을 도출하라고 책은 말한다. 원제 ‘How Migration Really Works.’
[김유태 기자]
News Related
-
신의진 국민의힘 당무감사위 위원장 [연합] [헤럴드경제=김진·신현주 기자]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 공천에서 대규모 물갈이를 단행할 전망이다. 공천 룰의 밑그림을 그리는 당 총선기획단에 이어 당무감사위원회도 ‘20% 이상’에 해당하는 컷오프(공천 배제) 비율을 꺼내 들었다. 후보경쟁력을 파악하는 수단인 여론조사 비중을 크게 높이면서 당장 현역의원 3명 중 2명이 몸담은 영남권이 직격타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대적 ...
See Details:
與 ‘영남 현역’ 대대적 물갈이 예고…수도권엔 사실상 ‘험지 인센티브’
-
27일 ‘2023 범죄예방대상’ 시상식 사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왼쪽 가장 구석에서 깃발을 펼쳐 들고 있다.[법무부]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023 범죄예방대상’에서 촬영한 단체 사진이 여권 지지자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일반적으로 조직의 수장이 한가운데에 자리를 잡는 것과는 달리, 한 장관은 잘 보이지 않는 구석에 서서 깃발을 펼쳐드는 역할을 맡았기 ...
See Details:
'장관님' 저 구석에서 뭐하지?…한동훈 단체사진 화제
-
워너브러더스 100주년展 내년 3월 31일까지 DDP서 ‘배트맨’의 자동차인 배트모빌. 워너브러더스 콘텐츠 기업 워너브러더스가 설립 100주년을 맞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특별전을 진행한다. 내년 3월 31일까지 열리는 ‘워너브러더스 100주년 셀레브레이션’은 워너브러더스 대표 영화들의 각본과 의상, 각종 소품을 관람할 수 있는 액티베이션 전시와 100주년 기념 프리미엄 굿즈를 받을 수 있는 스페셜 럭키드로 공간을 제공한다. 관객들은 ...
See Details:
배트맨 자동차 보러 갈까
-
불법 촬영 혐의로 현행범 체포되는 프리랜서 작가 천모 씨.[사진 제공 = SBS 캡처] 모델들을 상대로 상습적으로 불법 촬영을 한 프리랜서 작가가 구속됐다. 그런데 이 작가는 과거에도 같은 범죄를 지금까지 세 차례 저질러서 붙잡힌 전력이 있음에도 모두 가벼운 처벌만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27일 SBS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경기도 의정부시의 한 ...
See Details:
“눈물만 계속 나요”···모델만 노린 ‘알몸촬영’ 피해자 10명 넘었다
-
애틀랜타 교회에 바이든 등 전현직 대통령 부부도 참석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부인 로절린 별세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올해 99세인 지미 카터 미국 전 대통령이 호스피스 돌봄을 받아온 고향집에서 잠시 나와 지난 77년간 해로한 로절린 여사의 마지막길을 직접 배웅한다. AFP,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카터 전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
See Details:
99세 카터, 배우자 마지막길 직접 배웅한다…추도예배 참석
-
유튜브 채널 ‘김창옥 TV’ 소통 전문가로 알려진 김창옥 강사가 알츠하이머 증상을 고백했다. 23일 김창옥의 개인 유튜브 채널 ‘김창옥 TV’에는 ‘생각지도 못한 위기가 내 인생을 뒤흔들 때’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 속 김창옥은 ‘심각한 기억력 감퇴 증상으로 검사를 진행한 결과 알츠하이머가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내 나이가) 50세인데, 최근 뇌 ...
See Details:
김창옥, 강연 잠정 중단···알츠하이머 의심
-
무빙 수납장을 주방 쪽으로 이동시키면 집안에서 운동할 수 있는 ‘홈짐’이 되고, 거실 쪽으로 이동시키면 사무실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사진=현대건설 [데일리임팩트 권해솜 기자] 현대건설이 원 스페이스 멀티 유즈(One Space Multi Use:한공간에서 다양한 활동을 함) 콘셉트의 H시리즈를 선보였다. 집이 워케이션 등으로 다목적 공간으로 진화한 만큼, 이 같은 요구들을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현대건설은 ...
See Details:
"집의 변신은 무죄" 현대건설, 새 공간설계 공개
-
실종된 영화감독, 뉴욕 해변서 숨진 채 발견 [할리웃통신] [TV리포트=이경민 기자] 아일랜드 영화 감독 로스 맥도넬이 뉴욕 해변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향년 44세. 17일(현지 시간) 뉴욕 당국은 실종 신고됐던 로스 맥도넬 감독의 시신을 브리지 포인트 해변 인근에서 발견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4일 로스 맥도넬 감독은 뉴욕시 브루클린의 베드퍼드 스타이베선트 지역에서 자전거 타던 ...
See Details:
실종된 영화감독, 뉴욕 해변서 숨진 채 발견 [할리웃통신]
-
실종된 영화감독, 뉴욕 해변서 숨진 채 발견 [할리웃통신] [TV리포트=이경민 기자] 아일랜드 영화 감독 로스 맥도넬이 뉴욕 해변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향년 44세. 17일(현지 시간) 뉴욕 당국은 실종 신고됐던 로스 맥도넬 감독의 시신을 브리지 포인트 해변 인근에서 발견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4일 로스 맥도넬 감독은 뉴욕시 브루클린의 베드퍼드 스타이베선트 지역에서 자전거 타던 ...
See Details:
[게시판] 에어서울, 항공기 정비사들에 방한용품 지급
-
실종된 영화감독, 뉴욕 해변서 숨진 채 발견 [할리웃통신] [TV리포트=이경민 기자] 아일랜드 영화 감독 로스 맥도넬이 뉴욕 해변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향년 44세. 17일(현지 시간) 뉴욕 당국은 실종 신고됐던 로스 맥도넬 감독의 시신을 브리지 포인트 해변 인근에서 발견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4일 로스 맥도넬 감독은 뉴욕시 브루클린의 베드퍼드 스타이베선트 지역에서 자전거 타던 ...
See Details:
“아내가 부잣집 유부남들만 골라서 바람을 피웁니다” [사색(史色)]
-
실종된 영화감독, 뉴욕 해변서 숨진 채 발견 [할리웃통신] [TV리포트=이경민 기자] 아일랜드 영화 감독 로스 맥도넬이 뉴욕 해변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향년 44세. 17일(현지 시간) 뉴욕 당국은 실종 신고됐던 로스 맥도넬 감독의 시신을 브리지 포인트 해변 인근에서 발견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4일 로스 맥도넬 감독은 뉴욕시 브루클린의 베드퍼드 스타이베선트 지역에서 자전거 타던 ...
See Details:
이하늬 "임신한 줄 모르고 촬영..액션신에 '아이 좀 지켜주세요' 기도"(CBS)
-
실종된 영화감독, 뉴욕 해변서 숨진 채 발견 [할리웃통신] [TV리포트=이경민 기자] 아일랜드 영화 감독 로스 맥도넬이 뉴욕 해변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향년 44세. 17일(현지 시간) 뉴욕 당국은 실종 신고됐던 로스 맥도넬 감독의 시신을 브리지 포인트 해변 인근에서 발견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4일 로스 맥도넬 감독은 뉴욕시 브루클린의 베드퍼드 스타이베선트 지역에서 자전거 타던 ...
See Details:
[속보] 군, 30일 미 공군기지 발사예정 정찰위성 일정 연기
-
실종된 영화감독, 뉴욕 해변서 숨진 채 발견 [할리웃통신] [TV리포트=이경민 기자] 아일랜드 영화 감독 로스 맥도넬이 뉴욕 해변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향년 44세. 17일(현지 시간) 뉴욕 당국은 실종 신고됐던 로스 맥도넬 감독의 시신을 브리지 포인트 해변 인근에서 발견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4일 로스 맥도넬 감독은 뉴욕시 브루클린의 베드퍼드 스타이베선트 지역에서 자전거 타던 ...
See Details:
요양병원 둘러보는 이재명 대표
-
실종된 영화감독, 뉴욕 해변서 숨진 채 발견 [할리웃통신] [TV리포트=이경민 기자] 아일랜드 영화 감독 로스 맥도넬이 뉴욕 해변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향년 44세. 17일(현지 시간) 뉴욕 당국은 실종 신고됐던 로스 맥도넬 감독의 시신을 브리지 포인트 해변 인근에서 발견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4일 로스 맥도넬 감독은 뉴욕시 브루클린의 베드퍼드 스타이베선트 지역에서 자전거 타던 ...
See Details:
김기문 “대표 구속은 곧 폐업”… 중대재해법 확대 유예 요청
OTHER NEWS
정율성 사업 철회 촉구 집회 참석한 황일봉 전 회장 (광주=연합뉴스) 정다움 기자 = 황일봉 5·18 부상자회 회장이자 전 광주 남구청장은 28일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눈 전범 정율성 기념사업을 추진해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
Read more »
대입 준비, 기본에 충실한 ‘적기교육’이 정답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다음 날인 17일 대구 수성구 정화여고 3학년 교실에서 수험생들이 가채점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4학년도 수학능력시험이 시행되었다. 킬러문항이 없어지면 물수능이 될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
Read more »
서울 도봉구, ‘우이천 제방길’ 정비 공사 완료…보행로 확장·조명 설치 오언석 도봉구청장이 지난 24일 우이천 제방길 정비공사 현장을 주민과 함께 살펴보고 있다. 사진=도봉구청 서울 도봉구(구청장 오언석)가 우이천 제방길 정비 공사를 완료하고 ...
Read more »
검찰 피의자 조사…”공수처에 검찰 관계자 고소” ‘대선 허위보도 의혹’ 허재현 기자, 검찰 피의자 조사 (서울=연합뉴스) 조다운 이도흔 기자 =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불리한 허위 보도를 했다는 의혹으로 수사받는 ...
Read more »
한 남성이 담배를 들고 있는 모습. 게티이미지코리아 다음 세대 완전 금연을 목표로 한 뉴질랜드의 야심적인 금연 대책이 폐기될 위기에 놓였다. 27일 출범한 뉴질랜드의 중도 우파 국민당 주도의 연정은 2009년 1월1일 ...
Read more »
‘수억 광고 수익 숨기고 해외 여행 유튜버’, 재산 추적한다 김동일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이 28일 정부세종청사 국세청에서 지능적 재산은닉 고액 체납자 집중 추적조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유명 유튜버 A씨는 매년 수억 ...
Read more »
건강을 위해 매일 과일을 챙겨 먹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과일도 언제 먹느냐에 따라 몸에 끼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식사 후 곧바로 과일을 먹는 습관은 오히려 독이 될 수 ...
Read mor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