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협회 “간호사에 의사 업무 강요 신고 150여건 접수”

간호협회 “간호사에 의사 업무 강요 신고 150여건 접수”

최훈화 대한간호협회 정책국 전문위원이 23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간호협회 서울연수원 강당에서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을 떠나서 생긴 의료 공백에 따른 현장 간호사들의 업무 가중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email protected]

의대 입학정원 확대에 반대하며 전공의(인턴·레지던트)가 무더기로 이탈한 병원에 남은 간호사들이 의사가 해야 할 업무를 떠안는 경우가 더 빈번해졌다는 호소가 나온다. 간호사 단체와 보건복지부는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의료기관이 간호사에게 시킬 수 없는 업무 목록을 작성하고 이를 지킬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대한간호협회(간협)는 23일 ‘의료공백 위기로 인한 현장 간호사 업무 가중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전공의들이 병원을 이탈한 뒤 의사가 해야 할 의료 행위를 간호사들에게 하도록 강요한다는 등의 신고가 들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간협은 전공의 집단 사직이 이어지던 지난 20일 저녁 6시부터 협회 누리집에 ‘현장 간호사 애로사항 신고센터’를 개설했으며 이날 오전 9시까지 154건이 접수됐다고 설명했다. 신고가 들어온 의료기관 62%는 전공의가 많은 상급종합병원이었으며, 종합병원이 36%를 차지했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의사가 맡도록 돼 있는 약 처방이나 시술 등 법적 권한이 없는 의료 행위를 하도록 지시받고 있다는 내용이 많았다. 특히 피에이(PA·진료보조) 간호사는 수술, 처치, 처방, 환자 동의서 작성, 회진 등 전공의와 비슷한 일을 공공연하게 하고 있는데 전공의들의 병원 이탈 뒤 법 보호망 밖 업무가 늘었다는 신고도 눈에 띈다. 의료법 2조에 따라 간호사는 의사 지도 아래 진료보조 업무를 하도록 돼 있는데, 피에이 간호사가 할 수 있는 업무 범위와 의사의 지도 방식에 대한 법적 근거는 따로 없다.

간협에 따르면, 수도권 한 대형병원에선 전공의가 하던 항암환자들에 대한 케모포트(심장 근처 정맥에 삽입하는 관) 삽입과 제거를 피에이 간호사에게 맡겼다. 중환자에게 응급 상황이 발생할 때 전공의가 하던 1차 처치를 피에이 간호사가 맡도록 조처한 곳도 있다는 게 간협 설명이다.

최훈화 간협 정책전문위원은 “기존에도 간호사가 하는 의료행위가 (불법인지 합법인지) 모호해 (의료 사고가 발생할 경우) 고소·고발당하는 사례들이 있었다”며 “간호사와 의사 업무 범위에 그레이존(의사만 할 수 있는지 아닌지 애매한 의료 행위)이 존재하는데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의사가 하던 업무까지 더 떠맡게 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 이전에도 의사 부족으로 인해 간호사들이 의사가 해야 할 시술이나 약 처방 등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지난해 5월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가 발표한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조사에 응한 간호사 절반가량은 약 처방 등 법적 권한 없는 의료 행위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장현은 기자 [email protected] 박현정 기자 [email protected] 임재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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