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구시장(왼쪽),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뉴스1
총선에서 참패한 국민의힘이 쇄신의 방향도 잡지 못한 채 내부 싸움을 벌이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책임론을 제기하며 “윤석열 대통령도 배신한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자 한 전 위원장은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은 배신이 아니라 용기”라고 반박했다. 윤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들은 홍 시장 편을 들고, 낙선자 일부가 한 전 위원장 편을 들면서 양측 갈등이 커지는 양상이다. 한 전 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22일 오찬 초청도 건강상 이유를 들어 거절했다. 사태를 수습하고 전열을 정비하는 데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내홍이 벌어진 것이다.
영남 대 수도권의 갈등도 빚어졌다. 수도권 당선인들이 ‘영남 일색의 당 지도부’를 패배 원인으로 지목하자, 대구에서 당선된 사람은 “왜 영남 탓이냐”고 반발했다. 그렇게 내부 싸움을 벌이며 선거 후 열흘이 지나도록 우왕좌왕하고 있다. 당선자 총회는 역대 최악의 패배를 당한 당답지 않게 화기애애했다고 한다. 당선자끼리 손뼉 치며 축하하고 껴안고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패배 원인 분석과 당 쇄신안 논의도 없었다. 초선 당선자 간담회에는 전체 28명 중 14명만 참석했다. 함께 모여 반성할 기회조차 제대로 갖지 못한 것이다.
국민의힘 참패는 윤석열 대통령의 오만과 불통이 가장 큰 원인이다. 하지만 대통령에게 민심을 정확히 전달하고 독선적 국정 운영을 견제하는 데 실패한 집권당의 책임도 결코 작지 않다. 국민의힘은 지난 2년간 친윤, 비윤으로 나뉘어 윤 대통령 눈치만 살폈다. 그러다 선거에 지고 나니 서로를 탓하고 있다. 이래서는 다음 선거 승리는 고사하고 남은 3년 국정 뒷받침도 쉽지 않을 것이다.
국민의힘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로 궤멸 위기에 처했다가 2022년 대선 등을 연속 승리하며 기사회생했다. 국민의힘이 잘해서라기보다는 문재인 정부의 실정이 워낙 심각했던 덕이었다. 국민의힘이 변하려면 남 탓에 앞서 스스로 반성하고 쇄신하는 분위기로 당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런 정당이 왜 필요하냐는 국민적 의문에 직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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