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한 아내 두고 끝없는 바람···부인은 결국 극단적 선택으로 [사색(史色)]

[사색-55] “그만 아기를 놓아줍시다.”

남편이 병원 문에 들어섰을 때, 산모는 요람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인기척이 나자 문 쪽을 바라보며 그녀는 조용히 속삭입니다. “쉿, 아기가 깨겠어요” 그리고 다시 요람을 흔들어줬습니다. 아기가 편안히 잠들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요.

남편의 뺨에 눈물이 흘렀습니다. 요람은 비어있었기 때문입니다. 태어난 직후 아이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녀는 여전히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았지요. 그녀는 믿었습니다. 아기가 여전히 살아있다고, 나를 보며 배냇짓을 하고 있다고. ‘빈 요람’을 보며 매일 밤 속삭입니다. “자장, 자장, 우리 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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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 가브리엘 로세티의 ‘수태고지’.

병원에서 퇴원한 후였습니다. 남편이 집에 돌아왔더니, 부인은 쓰러져 있었습니다. 우울증이 극심해진 나머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었지요. 옆에는 약병만 덩그러니. 아편을 털어 넣고 세상과 작별을 고했습니다. 뱃속에서 태동하던 아이마저 세상을 떠나자, 그녀는 더 이상 세상을 살아갈 자신이 없었습니다. 19세기 후반 영국 미술을 세계에 알린 ‘라파엘 전(前)파 형제단’의 뮤즈 엘리자베스 시달은 그렇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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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에버렛 밀레이가 그린 ‘오필리아’. 엘리자베스 시달이 모델이다. 그녀는 작품 속 오필리아처럼 자기 삶을 비관하며 인생의 끈을 놓아버렸다.

그녀의 죽음을 하염없이 슬퍼한 남편. 그 이름은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였습니다. 라파엘 전(前)파의 주축인 화가로 명성이 높은 예술가였지요. 그러나 그에게도 그녀의 죽음에 책임이 있었습니다. 연애와 결혼 생활 내내 뭇 여성들과 바람을 피우며, 우울증을 더한 장본인이기 때문이지요. 두 사람의 사랑과 불행의 이야기는 라파엘 전파의 그림만큼이나 오늘날까지도 미술사에서 회자됩니다.

화가와 뮤즈의 운명적 만남

“길거리에서 여왕을 봤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건 1849년 여름 런던에서였습니다. 로세티를 비롯한 라파엘전파 형제단이 길거리에서 한 여성을 보고 동시에 고개를 돌렸습니다. 큰 키, 빨간 머리, 하얀 얼굴의 조화에 넋을 잃은 것이었습니다. 그녀는 여성복 매장에서 일하던 점원. 20살의 엘리자베스 시달이었지요.

라파엘전파 형제단은 그녀가 일하는 일터를 매일같이 찾아갑니다. 자신들의 ‘모델’이 되어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였습니다. 라파엘 전파는 르네상스 시대를 넘어 중세적 아름다움을 발견하고자 했던 미술 청년들의 집단. 시달만큼 그 분위기를 잘 구현해낼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믿었던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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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홀먼 헌트의 ‘베로나의 두 신사’(1850년 작품). 가운데 앉아있는 여성이 엘리자베스 시달. 중세적 풍경이 매력적인 그림이다.

보수적인 빅토리아 시대, 화가의 모델은 술집 작부와 같은 취급을 받았습니다. 설득은 쉽지 않았습니다. 예술가는 그러나 포기를 모르는 집단입니다. 라파엘 전파의 화가들은 가난한 그녀의 어머니에게까지 찾아갑니다. 지금보다 더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설득이 이어집니다.

시달 역시 예술가들의 ‘뮤즈’가 되는 것에 흥미를 느꼈습니다. 그녀 자신이 직접 그림을 그리고 싶은 욕망도 제안을 받아들인 동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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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 전파 형제단의 뮤즈가 된 엘리자베스 시달.

라파엘 전파와 시달의 만남은 신이 내린 축복과 같았습니다. 그녀의 아름다움을 화폭에 담자 라파엘 전파의 명성이 크게 올라 갑니다. ‘라파엘전파적인 불쾌함’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평론가들에게 조롱받던 상황에서 일어난 반전이었습니다. 시달이 모델이 된 걸 기점으로 라파엘전파의 인기도 치솟았지요. 엘리자베스 시달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일입니다.

시달을 독점하고 싶어한 로세티

“시달, 나만의 모델이 되어 줄 수 있겠어요?”

라파엘 전파와 함께한지 3년이 지났을까요. 화가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가 시달을 따로 불렀습니다. 그는 아주 공손한 태도로 그녀에게 요청합니다. 자신이 그녀를 마음에 두고 있으며, 그녀가 자신만의 모델이 되었으면 한다고요. 기뻤습니다. 시달 역시 로세티에게 호감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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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달, 나만의 여인이 되어주오” 로세티의 자화상. 1847년.

두 사람은 퍽 잘 어울리는 커플이었습니다. 선남선녀의 만남이었던 데다가, 내면도 그만큼 잘 통해서였습니다. 로세티는 시달이 평소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하는 욕망을 알고, 그녀가 예술을 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기도 했었지요. 엘리자베스 시달이 그린 그림은 대(大) 평론가 존 러스킨으로부터 극찬받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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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리는 시달을 묘사한 로세티의 그림.

시달은 더 많은 것을 원했습니다. 로세티가 남편으로서 자신의 옆에 있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지요. 로세티는 그러나 주저합니다. 교육자인 자신의 부모가 노동자의 딸인 시달을 마음에 안 들어 할 것이란 생각에서였습니다. 결혼 이야기가 나올 때면 로세티는 제법 능숙하게 화제를 돌렸습니다. 시달의 마음은 시나브로 생채기가 늘어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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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시달이 그린 성모와 아이. 어쩌면 그녀는 로세티와 아이를 낳고 싶었는지 모른다.

사랑과 전쟁을 오간 로세티와 시달

로세티는 자신의 예술세계만큼이나 자유로웠다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연애 3년 차 무렵부터, 그는 다양한 여인과 관계를 맺기 시작합니다. 라파엘 전파 모델인 술집 작부 출신 애니 밀러에게 애정을 느끼기도 했고, 자신의 가정부였던 패니 콘포스와는 정기적으로 육체적 관계를 맺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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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세티, 당신 또 바람피웠어?” 로세티가 그린 시달의 초상화. 1850년 작품.

선천적으로 몸이 약했던 시달은 마음마저 무너집니다. 로세티와 시달은 이즈음부터 이별과 재결합을 반복하지요. 헤어진 뒤 시달이 몸져누우면 로세티가 다시 용서를 비는 악순환이 연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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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0년 로세티가 정부 패니 콘포스를 모델로 그린 ‘보카 바시아타’. 결혼하는 해에도 로세티는 패니와 관계를 끊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1860년 시달이 고향 헤이스팅스로 요양을 떠납니다. 고통을 약으로 달래는 날이 많아서였습니다. 아편에 서서히 중독되어 가고 있던 것이었지요.

그녀가 고통 속에 살아가는 걸 알아서였을까요.

로세티가 그녀를 직접 찾아옵니다. 그리고 그토록 오랫동안 기다린 말을 직접 꺼내지요. “나의 뮤즈, 나의 사랑, 엘리자베스 시달, 나와 결혼해주오” 시달은 눈물을 왈칵 쏟았습니다. 10년에 가까운 사랑과 애달픔이 결실을 보았기 때문이었지요.

행복은 언제나 짧다

파리로 신혼여행을 갔다 온 두 사람은 부부로서, 동료 예술가로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결혼 후 1년 동안은 평화와 사랑으로 가득한 시간이었지요. 그러나 달콤하고 맛있는 순간은 언제나 짧디짧기 마련입니다. 시달과 로세티가 받아들일 수 없는 고통을 맞이합니다. 시달이 아이를 사산한 것이었습니다. 아편 중독이 원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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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세티는 시달과 결혼하던 해인 1860년 그녀의 초상화를 그렸다. 그들의 사랑이 절정에 달한 순간이었다.

시달은 몸도 정신도 무너져 내려갑니다. 슬픔, 우울, 고독이 그녀를 잠식하고 있었지요. 병원에 입원한 상황에서도 그녀는 촛불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활짝 웃는 아이의 환영을 보았고, 작은 입에서 새어 나오는 옹알이 환청을 들었습니다. 친구와 남편이 병문안을 왔을 때, 그녀는 마치 아이가 살아있는 듯이 행동했을 정도였습니다.

“집에 아무도 없어요?”

로세티가 집에 돌아왔을 때, 집은 스산함만이 가득했습니다. 어떤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지요. 방에 들어가자 그는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아내가 아편을 몽땅 털어놓고 쓰러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남편의 잦은 불륜 그리고 사산. 그녀가 견뎌내기엔 너무 큰 고통이었습니다. 그녀는 그렇게 스스로 생을 놓아버렸습니다. 1862년의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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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달이 세상을 떠난 지 1년째 되는 해 로세티는 ‘비타 베아트리체’를 공개했다. 이탈리아 시인 단테가 사랑한 여인 비아트리체를 시달에 빗대 그린 작품이다. 시달이 다른 세상으로 떠나는 듯한 묘사가 특징이다.

평생의 뮤즈를 잃은 로세티. 그는 그녀를 그리워하면 여러 작품을 남겼습니다. 무덤에 직접 자신이 지은 시를 넣었을 정도였지요. 1년 후에는 ‘비타 베아트리체’라는 작품을 선보입니다. ‘신곡’으로 유명한 13세기 이탈리아 시인 단테 알리기에리의 사랑인 베아트리체를 묘사한 그림이지요.

단테와 베아트리체처럼, 로세티와 시달의 사랑도 영원히 회자되기를 바랐던 것입니다(로세티의 풀네임 역시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였습니다).

로세티의 연애는 계속된다

사랑하는 여인을 잃은 건 충격이었지만, 수절하면서 살 위인은 아니었습니다. 로세티는 시달을 기리면서도 연애 생활을 멈추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자유를 만났다는 듯 다양한 로맨스를 즐기지요. 시달이 사망한 이듬해에는 자신의 집으로 패니 콘포스를 직접 들이기도 했습니다. 그림도 그리고 육체적 관계도 맺는 그런 ‘상호적인’ 관계를 계속했던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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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로세티의 여인이랍니다” 1866년 로세티의 작품 ‘레이디 릴리스’. 정부였던 패니 콘포스를 모델로 한 그림이다. 릴리스는 아담의 첫 부인으로 알려진 인물.

“로세티, 몸 좀 괜찮나?”

로세티가 상처했을 때, 그의 다친 마음을 잘 보듬어준 친구는 윌리엄 모리스였습니다. 라파엘 전파 소속 화가인 그 역시 자신의 ‘뮤즈’인 제인 모리스와 결혼했었지요. 부부는 사별한 로세티를 자주 찾아 시간을 함께 보내곤 했습니다. 그가 행여 나쁜 마음이라도 먹을까 싶은 노파심에서였습니다.

또다시 잘못된 만남이 시작됩니다. 로세티가 친구 윌리엄에게 부탁하게 되면서입니다. “혹시 자네 부인인 제인을 모델로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사색 55화의 주인공 밀레이가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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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세티가 그린 ‘백일몽’. 모델은 친구의 부인 제인 모리스였다.

윌리엄은 고민합니다. 로세티가 제인에게 과거에 마음이 있었다는 걸 알아서였습니다. 그 당시에도 로세티는 시달과 연애 중이었지만, 노골적으로 제인에게 호감을 표현했었지요.

그의 모델이 몇 번 되어 준 일도 있었습니다. 윌리엄은 걱정이 되면서도 상처한 친구의 마음을 달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제인은 그렇게 로세티의 작업실을 찾게 된 것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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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세티가 제인 모리스를 모델로 그린 ‘라 피아 데 톨로메이’. 중세 이탈리아 시인 단테의 ‘희곡’에 나오는 여인을 그린 작품이다. 그림이 그려진 1868년부터 로세티와 제인이 사랑에 빠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림을 보면 로세티의 여성 취향이 한결같다는 걸 알 수 있다.

두 사람이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 건 1860년대 후반부터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로세티는 제인 모리스를 향한 마음을 담아 그림을 그렸습니다. 셰익스피어 희곡, 이탈리아 시인 단테의 작품 속 인물에 빗대어 그녀를 묘사하지요. 그림으로는 성에 안 찼는지 제인을 향한 마음을 담은 시를 쓰기도 했습니다. 친구인 윌리엄 모리스의 호의를 배신으로 갚은 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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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로세티, 지금 내 와이프와 함께 있나” 노년의 윌리엄 모리스. 그녀의 부인 제인 모리스는 남편 친구 로세티와 사랑에 빠진다.

문학사에 길이 남은 ‘파묘 사건’

“당장 시집을 내보는 건 어떻겠나”

로세티의 절친한 친구인 미술상 찰스 하웰이 방문한 때였습니다. 그는 우연찮게 로세티가 제인을 향해 쓴 절절한 시를 보았지요. 그는 놀라면서 말했습니다. “시 수준이 대단하구먼” 그는 이 작품을 보면서 비즈니스적 기회를 포착합니다. 로세티가 수년 전 시달과 함께 묻은 작품을 꺼내 시집으로 묶어 내자는 ‘대담한’ 제안을 건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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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세티, 시집을 내면 대박을 낼 수 있네. 로세티에게 사별한 부인의 묘를 파헤치자고 제안한 하웰.

로세티는 주저합니다. 이미 죽은 고인의 무덤을 파헤치는 건 ‘금기’에 가까운 일이었기 때문이지요. 하웰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사기·위조·거짓말에 능한 그가 로세티를 설득합니다. “일은 내가 다 처리할 테니, 로세티 자네는 그저 시집 낼 준비만 하게”

하웰은 한다면 하는 사내였습니다. 그가 직접 무덤을 파헤쳐 시를 꺼내왔기 때문입니다. 이런 허풍선까지 떨기도 했었습니다. “시달이 죽을 때 그대로의 모습, 아니 더 풍성한 머리로 자고 있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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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세티는 시달의 무덤에 자신이 그녀에 대해 쓴 시를 함께 묻었지만, 수년이 흐른 뒤 묘를 파헤쳐 다시 꺼내는 만행을 저질렀다. 사진은 그 때 꺼낸 종이.

과욕이 부른 참사…로세티의 인생을 갉아먹다

1870년 문제적 시집이 결국 출판됩니다. 하지만 돌아온 건 혹평뿐이었습니다. 지나치게 육체적인 묘사만 가득하다는 이유에서였지요. 아내의 묘까지 파헤친 로세티의 죄책감은 커집니다. 정열적인 정신과 자유로운 예술관을 갖춘 로세티도 무너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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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시집을 내는 게 아니었는데…” 말년의 로세티를 묘사한 헨리 트레프리 던의 그림. 1882년 작품.

로세티는 아내 시달의 길을 따라갔습니다. 고통을 피하기 위해 약물에 의존하면서였습니다. 세상의 비난을 잠시 잊을 수 있다는 생각이었지만 그의 몸은 잠식당하고 있었습니다. 로세티는 1882년 그렇게 조용히 눈을 감았지요. 엘리자베스 시달이 세상을 떠난 지 정확히 20년 후였습니다. 사랑을 동력으로 삼아 위대한 예술을 남긴 로세티의 마지막은 다소 허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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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세티는 중세 신화인 아서왕의 전설에 대한 작품을 남기며 ‘중세주의’ 시대를 열었다. 그림은 아서왕의 전설 속 이야기인 ‘폐허가 된 예배당에서 갈라하드’. 1857년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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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세티의 그림 ‘구원의 검에 키스하는 잔다르크’. 그의 작품의 두 축은 ‘여성’과 ‘중세’였다.

라파엘 전파 형제단의 잔향은 오늘까지 지속됩니다. 그들이 재현해 낸 중세적 아름다움이 ‘중세주의’라는 예술 사조를 만들어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까지 이같은 중세 신화에 대한 향수는 대중문화에 살아 숨 쉬고 있지요.

‘반지의 제왕’, ‘왕좌의 게임’과 같은 작품들은 라파엘 전파의 영향 속에서 잉태됐습니다. ‘반지의 제왕’ 작가 J.R.R 톨킨은 “자신과 친구들은 라파엘 전파의 일원”이라고 여기기도 했었지요.

이번 주말은 중세 유럽 냄새가 물씬 풍기는 영화를 즐기시는 건 어떠신지. 작품의 풍미가 더해질 것입니다. 로세티와 시달의 사랑, 이별, 좌절, 고통, 욕망이 만든 위대한 예술을 함께 생각하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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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원래 사랑과 욕망 속에 싹트는 것이라네” 윌리엄 홀먼 홀트가 그린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

P.S. 사색을 연재한 지 1년, 다음 주 ‘사색’이 책으로 출간됩니다. 매주 겪는 ‘산통’, 12개월 ‘난산’ 끝에 나온 결과물입니다. 고통도 많았지만 과정은 즐거움의 연속이기도 했습니다. 독자 여러분이 ‘산파’ 역할을 톡톡히 해주셨기 때문입니다. “좋은 글”이라는 한 마디, “고맙다”는 댓글이 산통을 잊게 한 진통제였습니다.

“변태냐”는 악플도 고맙기만 했습니다. ‘읽지 않는 글’은 내용이 아무리 좋다 해도 의미를 찾기 힘들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애써 달아주신 질책의 메시지도 자양분으로 삼았습니다.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아직 많기에 조금 더 ‘사색’하고자 하는 힘이 생깁니다. 사색이 ‘둘째’를 잉태될 때까지, 당분간은 매 주말 찾아뵙겠습니다. 때로는 외설스럽게, 때로는 지적으로, ‘사색’의 존재 이유는 언제나 독자 여러분입니다.

ㅇ라파엘 전파의 화가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는 뮤즈 엘리자베스 시달을 사랑했지만, 끊임없이 바람을 피웠다.

ㅇ시달은 로세티와 결혼했지만 사산의 충격을 못이기고 자살했다.

ㅇ로세티는 그녀를 추모하는 작품을 남기면서 동시에 뭇 여성들과 염문을 이어 나갔다. 친구의 부인인 제인 모리스도 그 상대였다.

ㅇ라파엘 전파가 연 ‘중세주의’는 ‘반지의 제왕’과 같은 중세물의 전성시대로 이어졌다.

ㅇ김동훈, 미학-라파엘전파가 20세기 이후 대중문화에 미친 영향, 한예종, 2015년

ㅇ팀 베린저, 라파엘전파, 예경, 2002년

역사(史)에 색(色)을 더하는 콘텐츠 사색(史色)입니다. 역사 속 외설과 지식의 경계를 명랑히 넘나듭니다. 가끔은 ‘낚시성 제목’으로 알찬 지식을 전달합니다. 기자 페이지를 구독해주세요. 매주 토요일 알롱달롱한 역사를 들고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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