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의장이 주차관리원으로…"자부심 넘치는 인생2막"

유영근 전 김포시의장 “은퇴자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다”

생태공원서 주차관리하는 유영근 전 김포시의회 의장

(김포=연합뉴스) 홍현기 기자 = “처음에는 쑥스러웠는데 지금은 너무 좋습니다. 주변 은퇴자분들에게도 적극 재취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유영근(70) 전 김포시의회 의장은 지난해 7월부터 8개월째 김포 애기봉평화생태공원 입구에서 주차관리요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치인 시절 늘 착용했던 정장은 벗어 던지고 생태공원 마크를 단 두툼한 점퍼에 목토시로 중무장하고 강추위에도 환한 미소로 방문객들을 맞는다.

경기도의원과 재선 김포시의원을 지낸 그는 2014∼2018년 4년간 김포시의회 의장직을 맡았고, 2018년에는 김포시장 선거에 출마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정치를 그만두고 주차관리요원이라는 제2의 인생을 살아가게 된 가장 큰 원동력은 바로 가족이다.

유 전 의장은 11일 “정치를 하면서 가족이 계속 상처받았고 고생도 정말 많이 했다”며 “그런 와중에 두 딸이 간곡하게 정치를 그만둬달라고 이야기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김포 토박이인 데다 정치·사회활동을 활발하게 했다 보니 시장 선거에서 낙선한 뒤에도 당구를 치자거나 저녁을 먹자는 연락이 많이 왔다”며 “저녁 겸 반주 한잔을 곁들이고 비 오는 날에는 빈대떡에 막걸리를 먹다가 ‘이건 아닌데’ 생각이 들었고 과감하게 정치를 그만하기로 결심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이후 심리상담사 1급과 스트레스관리지도사 1급 등 자격증을 취득해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 민간업체 경비업무를 포함해 3건의 합격 통보를 받고 애기봉생태공원을 제2의 인생 출발지로 선택했다.

그는 시의회 의장을 지낸 2017년에는 생태공원 착공식 때 축사를 한 추억이 있다.

유 전 의장은 “의장 시절 ‘어렵게 예산을 확보한 만큼 김포 대표 관광지로 자리매김하려면 철두철미한 공사가 필요하다’고 축사를 했던 게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며 “축사를 했던 장소에서 주차관리를 할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김포시의회 의장으로 활동했던 모습

그러나 처음에는 자신을 바라보는 외부 시선을 의식한 탓에 일을 하기가 쉽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는 “정치한다고 다니다가 주차관리 근무를 하니까 쑥스러워서 처음 이틀 동안은 아는 사람이 나타나면 숨었다”며 “그러다 육체가 건강해 근무하는 건데 피한다는 게 부끄럽고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는 사람이 오면 더 반갑게 맞이하고 예약 손님으로 아는 사람이 있으면 먼저 연락해 인사를 했다”며 “주변 사람 중 극히 일부 1% 미만 정도만 ‘의장까지 하고 시장 선거도 나왔던 사람이 주차 안내를 한다’고 말하는데 그건 잘못된 편향된 생각이라고 본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생태공원 첫 관문에서 주차 안내를 하면서 근무하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며 “관람객들이 불쾌하거나 불편함을 느끼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서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다”고 웃었다.

그는 인터뷰 중 주변 은퇴자들도 자신과 같이 제2의 인생을 시작하길 거듭 추천했다.

유 전 의장은 “정치인 시절 몸무게가 77㎏ 정도였는데 지금은 71∼72㎏로 줄었고 얼굴도 젊어졌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많이 듣는다”며 “재취업을 하고 싶어도 용기가 없거나 체면 유지를 위해 망설이는 분들께 과감하게 취업하면 육체나 정신적으로 좋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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