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떠나는 의사들 "의사 적대하는 분위기서 더는 일 못해"

의사들, 정부 태도·부정적 여론 지적하며 “그만두겠다”

전국 곳곳서 전공의 집단사직 예고…”의사 존중하는 분위기 필요”

현장 떠나는 의사들 “의사 적대하는 분위기서 더는 일 못해”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권지현 기자 = “의사에 대한 시각이 적개심과 분노로 가득한 현 상황에서 더는 의업을 이어가기가 힘들다고 판단했습니다.”

자신을 대전성모병원 인턴이자 서울성모병원 정형외과 전공의가 될 예정이라고 밝힌 홍재우 씨는 지난 13일 유튜브에 ‘결의’라는 제목의 영상을 통해 사직 의사를 밝혔다.

그는 “개인적인 사유로 사직하고 쉬기로 했다”면서도 사직을 결정하게 된 이유 중 하나로 ‘의사에 대한 적개심과 분노’를 꼽았다. 의대 증원 등 정부의 의료개혁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그의 결정과 무관치 않다는 얘기다.

인턴과 레지던트 등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를 이끄는 박단 회장도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20일에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알렸다.

그는 “병원에서 근무했던 지난 3년은 인생에서 가장 우울하고 불행한 시기였다”며 “죽음을 마주하며 쌓여가는 우울감, 의료 소송에 대한 두려움, 주 80시간의 과도한 근무 시간과 최저 시급 수준의 낮은 임금 등을 더 이상 감내하지 못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전공의는 국가의 노예가 아니다”며 “정말 의사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면 적어도 정부와 의료계 간 합의로 의사 인력을 추계해야 하며, 이를 담당할 기구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튜브를 통해 사직 의사를 밝힌 홍재우 대전성모병원 인턴

정부의 의료개혁 방침에 대한 의사들의 강력한 반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공의들을 중심으로 의사들의 의료현장 이탈도 본격화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날 24시 기준 전국 7개 병원 전공의 154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빅5’ 병원 전공의들은 같은 날 오후 늦게 회의를 열고 19일까지 전원 사직서를 제출하고, 이튿날 20일 오전 6시부터 병원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빅5는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서울아산병원 등 서울 대형상급종합병원을 말한다.

가톨릭중앙의료원 소속 8개 성모병원 전공의들은 이날 사직서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들은 정부가 의사들과 합의 없이 의대 증원 규모를 발표했다며 자신들을 무시하는 정부와, 의사를 단순히 ‘밥그릇 싸움’하는 이기적인 집단으로 치부하는 여론에 크게 분노하고 있다.

‘의사 파업’ 분위기 고조…오늘 전공의 총회 열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은 “전문성에 대한 존중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위협”이라며 “수술실 CCTV 의무화나 의사에 대한 과도한 형사 처벌 등은 의사를 신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의사를 존중하는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에서부터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 산부인과 의사는 “정부가 발표한 ‘필수의료 패키지’ 등 정책은 대부분 과거에 논의됐던 것이고, 재원 마련 방법이 없어 무용지물”이라고 평가하며 “더 많이 죽어봐야 의사를 욕하지 않을 것”이라는 강한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양동호 광주시의사회 대의원회 의장은 작년 12월 대법원이 전공의 1년차 때 대동맥 박리를 진단하지 못한 의사에게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것을 예로 들면서 “필수의료 의사들이 ‘잠재적 범죄자’가 되는 상황에서 그간 의료현안협의체에서의 정부와 의협의 노력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회의감마저 든다”고 토로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7일 임시대의원총회 결의문에서 “정부가 의료현안협의체를 애완견에 목줄처럼 이리저리 흔들며 시간을 보내다 의대 정원 증원이라는 목적 달성을 앞두고 싫증난 개 주인처럼 목줄을 던지는 만행을 저질렀다”며 정부 발표를 비판했다.

[email protected]

News Related

OTHER NEWS

황일봉 전 광주 남구청장 "정율성 기념사업 추진 사죄"

정율성 사업 철회 촉구 집회 참석한 황일봉 전 회장 (광주=연합뉴스) 정다움 기자 = 황일봉 5·18 부상자회 회장이자 전 광주 남구청장은 28일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눈 전범 정율성 기념사업을 추진해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 Read more »

대입 준비, 기본에 충실한 '적기교육'이 정답

대입 준비, 기본에 충실한 ‘적기교육’이 정답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다음 날인 17일 대구 수성구 정화여고 3학년 교실에서 수험생들이 가채점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4학년도 수학능력시험이 시행되었다. 킬러문항이 없어지면 물수능이 될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 Read more »

서울 도봉구, '우이천 제방길' 정비 공사 완료…보행로 확장·조명 설치

서울 도봉구, ‘우이천 제방길’ 정비 공사 완료…보행로 확장·조명 설치 오언석 도봉구청장이 지난 24일 우이천 제방길 정비공사 현장을 주민과 함께 살펴보고 있다. 사진=도봉구청 서울 도봉구(구청장 오언석)가 우이천 제방길 정비 공사를 완료하고 ... Read more »

허재현 기자 "최재경 녹취록, 신뢰할만한 취재원에게서 확보"

검찰 피의자 조사…”공수처에 검찰 관계자 고소” ‘대선 허위보도 의혹’ 허재현 기자, 검찰 피의자 조사 (서울=연합뉴스) 조다운 이도흔 기자 =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불리한 허위 보도를 했다는 의혹으로 수사받는 ... Read more »

‘담배 모르는 세대’ 세웠던 뉴질랜드…세수 모자라 금연법 철회

한 남성이 담배를 들고 있는 모습. 게티이미지코리아 다음 세대 완전 금연을 목표로 한 뉴질랜드의 야심적인 금연 대책이 폐기될 위기에 놓였다. 27일 출범한 뉴질랜드의 중도 우파 국민당 주도의 연정은 2009년 1월1일 ... Read more »

'수억 광고 수익 숨기고 해외 여행 유튜버', 재산 추적한다

‘수억 광고 수익 숨기고 해외 여행 유튜버’, 재산 추적한다 김동일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이 28일 정부세종청사 국세청에서 지능적 재산은닉 고액 체납자 집중 추적조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유명 유튜버 A씨는 매년 수억 ... Read more »

식사 직후 '과일' 먹는 습관… 당장 멈춰야 하는 이유

건강을 위해 매일 과일을 챙겨 먹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과일도 언제 먹느냐에 따라 몸에 끼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식사 후 곧바로 과일을 먹는 습관은 오히려 독이 될 수 ... Read more »
Top List in the 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