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류현진도 신인 때 못하던 건데…황준서는 이래서 특별하다, 볼 배합도 자기 주도적
[OSEN=이상학 기자] 2024 프로야구 전체 1순위 신인 좌완 투수 황준서(19·한화 이글스)는 확실히 보통 선수들과 다르다. 타고난 투구 재능뿐만 아니라 자기 주도적인 모습이 요즘 MZ세대답다.
황준서는 KBO리그 1군 데뷔전이었던 지난달 31일 대전 KT전에서 1회부터 포수 최재훈의 사인에 고개를 3번이나 가로저었다. 오랜 시간 꿈꿔온 프로 데뷔전, 만원 관중으로 가득찬 경기장에서 보통 신인 투수라면 포수 미트 보고 던지기에 바빴을 텐데 황준서는 달랐다. “내가 제일 자신 있는 공을 던져야겠다고 생각할 때는 고개를 저었다”고 말했다.
안정된 제구와 주무기 포크볼에 두둑한 배짱이 더해져 데뷔전부터 선발승을 거둔 황준서는 구원 4경기를 거쳐 지난 20일 대전 삼성전에 다시 선발 기회를 받았다.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해 데뷔 첫 패전을 안았지만 5이닝 4피안타 1볼넷 5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며 또 한 번 강한 인상을 남겼다. 올 시즌 6경기(2선발) 15⅔이닝밖에 던지지 않았지만 평균자책점 1.15 WHIP 0.83 피안타율 .151에 17탈삼진 5볼넷으로 기록이 아주 우수하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그 정도면 100점이다. 실점도 빗맞은 안타 2개로 내준 것이다. 대단한 피칭을 했다. 구자욱도 포크볼에 타이밍에 전혀 안 맞더라”며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능력은 기술이다. 준서는 기술이 좋은 것이다. 변화구의 완성도도 좋고, 마운드에서 행동 하나하나가 나이에 맞게 패기 있고 자신 있다. 볼 배합도 자기가 운영하는 것 같다”고 놀라워했다.
대부분의 신인급 투수들은 선배 포수의 볼 배합, 리드를 믿고 따른다. 프로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정보가 많은 선배 포수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신인 때부터 MVP를 차지한 류현진도 그랬다. 메이저리그 진출 전 그의 단골 멘트 중 하나가 “신경현 선배 리드대로 던졌다”는 것이었다. 현재 경남대 야구부 감독인 신경현은 당시 한화 주전 포수였고, 류현진은 하늘 같은 선배 사인을 웬만해선 거부하지 않았다. 훗날 신경현은 “입단 후 5년차까지는 거의 내 사인을 따랐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신경현 선배 사인을 거부하면 꼭 안타를 맞는다”고 말할 만큼 선배의 리드를 신뢰했다.
그런 점에서 황준서는 남다른 매력이 있다. 16살 많은 베테랑 최재훈의 리드를 못 믿는 게 아니지만 자기가 던지고 싶은 공이 있으면 확실하게 표현할 줄 한다는 점에서 보통내기가 아님을 단박에 알 수 있다. 이런 자신감, 배짱은 기술만큼 가르치기 어려운 것이다.
상대팀에서도 황준서의 이런 면을 인상 깊게 봤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황준서에 대해 “칭찬을 안 하려야 안 할 수 없다. 젊은 선수가 과감하게 던지는 모습에 우리 선수들도 당황한 것 같다. 빼는 공 없이 과감하게 타자를 압도하며 던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벤치에서 (투수에게) 바라는 모습이었다. 상대팀 선수이지만 칭찬하고 싶다. 좋은 신인 발굴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치켜세웠다.
즉시 전력감이라는 평가대로 이미 기술적인 완성도가 높지만 아직 더 보여줄 것이 더 남아있다. 최원호 감독은 “준서는 커브도 괜찮다. 속도가 느리면서 브레이크가 좋다. 선발로 계속 던지기 위해선 커브를 조금 더 늘리면 좋을 것이다. 포크볼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으면 그게 안 먹힐 때 헤쳐나가기 어렵다. 커브에 슬라이더도 있으니 조금씩 늘려나가면 될 것이다”고 기대했다.
현재까지 황준서는 직구(50.8%), 포크볼(43.4%) 구사 비율이 높다. 거의 투피치이지만 두 가지 구종을 원하는 곳에 던지며 존 전체를 폭넓게 쓰다 보니 투구 레퍼토리가 단조로운 느낌은 없다. 여기에 5.8% 비율로 간간이 섞는 커브도 충분히 쓰임새 있다. 20일 삼성전에서 1회 구자욱에게 1~2구 몸쪽 포크볼로 헛스윙을 뺏어낸 뒤 3구째 바깥쪽 보더라인에 걸치는 커브를 던져 루킹 삼진을 잡기도 했다.
현재 가장 큰 과제는 투구수를 늘려나가는 것이다. 삼성전에 황준서는 5이닝 64구밖에 던지지 않았지만 6회 이닝 시작과 함께 불펜에 마운드를 넘겼다. 최 감독은 “첫 경기에 선발로 던진 뒤 불펜으로만 던져 개수를 많이 가져가지 못했다. (한 번에 크게 늘리기 어려우니) 그 정도가 적당하다고 판단했다”면서 “다음 등판은 80~85구 정도는 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계속 로테이션을 돌면 100구 가까이 갈 것이다. 70~100구 사이 투구수에 대한 적응이 필요하다. 개수를 늘리면서 그 구간에 적응해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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