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이 대통령 인기 비결은
시장주의 해결책과 확고한 메시지
기성 정치인 비판하고 대안 제시
트럼프와 유사한 ‘메시아적 리더십’
“국회 필요 없다”는 막가파
대대적 긴축으로 재정 건전화
페소화 가치 안정되면서
물가·환율 변동 잦아들어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AFP = 연합뉴스]
“경제를 살리는 데 국회는 필요 없습니다”
세계적인 포퓰리즘 국가 아르헨티나에 자칭 ‘시장에 미친 놈’이라는 리더가 경제를 뒤바꾸고 있다. 존경하는 정치인으로 마거릿 대처 전 영국총리를 꼽고, 스스로를 ‘무정부주의 자본주의자’라 자처하는 시장경제학자다.
17일(현지시간) 취임 100일을 맞는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거침없는 개혁안을 밀어부치고 있다. ‘페론주의’로 대표되는 포퓰리즘 정책과 우파식 경제개혁 사이를 오락가락했던 아르헨티나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낼 수 있을 지 세계의 관심이 쏠린다.
취임 100일 사이에 그가 쏟아낸 개혁 정책들은 ‘전기톱’이라는 상징처럼 파격의 연속이었다. 취임하자마자 수천명의 공무원에게 해고를 통보하고 부처를 절반으로 줄였다. 비정상적으로 돌아가던 물가와 환율체계를 하루 아침에 정상화했다. 지방정부에 뿌리던 보조금을 대거 삭감하고 연금을 동결하며 허리띠를 졸라맸다. 그가 평소 존경한다고 언급한 대처리즘 정책과 일맥상통한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이같은 재정 긴축 결과에 여러 차례 찬사를 보내면서도, 너무 파격적인 긴축정책이라며 사회 취약층에 대한 배려를 당부할 정도였다.
밀레이 철학은 ‘경제가 정치논리에 좌우되어서는 안된다’는 말로 요약된다. 그는 최근 해외 언론 인터뷰에서 ‘부국이 되는 첫째 비결’로 자본주의를 꼽았다. 밀레이 대통령은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하면서 “빈곤에서 마법처럼 벗어나는 방법은 없다. 빈곤에서 벗어나는 길은 자본주의와 저축, 근면 뿐”이라는 철학을 밝히기도 했다. 이는 수십 년 간 반복된 디폴트 사태와 초인플레이션에 따른 경제난에 지친 아르헨티나 국민들이 ‘정치 아웃사이더’였던 그를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대통령 후보시절부터 간결하면서도 자극적인 화법으로 기성 정치인들을 거침없이 비판하며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라는 별명을 얻었다. 경제적 고통을 호소하는 국민들에게 원인과 해결책을 제시하며 가려운 곳을 긁어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유사하다는 분석이다.
전임 좌파 대통령 이전에 집권했던 마우리시오 마크리 우파 대통령이 복지축소 없이 온건한 시장주의 개혁을 펼치다 재정적자를 줄이지 못하고 결국 개혁에 실패한 점도 밀레이 대통령의 인기에 영향을 미쳤다.
손혜현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밀레이 대통령은 ‘자신만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간결하고 확고한 메시지를 지지층에게 전달하는데 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나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과 유사한 ‘메시아적 리더십’”이라고 분석했다.
‘여소야대’ 국면에다 보조금을 삭감당한 ‘주지사들의 반란’까지 이어지면서 정치상황이 발목을 잡고 있지만, 자유시장경제와 자유무역을 내세워 아르헨티나의 경제 체질을 완전히 바꾼다는 포부로 과감한 개혁을 이어나가고 있다.
최근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은 외환규제 정상화다. 밀레이 정부는 외환규제가 풀리면 해외 투자가 이뤄져 경제가 반등하고 2025년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현지 매체 인포바에가 보도했다.
실제로 전임 정부는 외화 유출을 막기 위해 등록된 업자만 교역을 할 수 있도록 했었는데 이 같은 행정절차도 크게 간소화됐다. 아르헨티나에서 무역업을 하는 한 사업가는 “이제 수입 허가는 하루 이틀 만에 바로 나오게 됐다”며 “무역대금 송금 역시 과거에는 최대 180일까지 하도록 되어 있었던 것이 현재 120일로 줄었다”고 전했다.
근본적으로 아르헨티나의 외환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다보니 여전히 수출에는 제약이 많은 상황이다. 그러나 밀레이 대통령의 페소화 가치 50% 절하 조치에 따라 공식 환율과 비공식 환율 간 격차가 줄어들면서 교역 환경이 정상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그는 “기존에는 영업이익을 본국으로 송금할 때 암시장을 이용해 달러를 사야했는데 달러가 공식 환율 대비 너무 비싸다보니 이행을 못했던 부분이 있다”며 “환율 격차가 줄어들고 외환보유고도 비축되면 수출하기에 원활한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밀레이 대통령은 “외환규제 폐지와 화폐 경쟁(현지 통화 페소 외에 타 화폐 사용)은 중앙은행 폐쇄 전 단계라고 보면 된다”면서 “(서민들의 고통은) 지금이 가장 힘든 시점이고 3월과 4월 일부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인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해서 우리가 올바른 길로 가고 있다고 믿는 국민들의 낙관론이 여론조사에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밀레이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각 여론조사 회사에 따라 최저 43%에서 최대 53%를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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