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자력 방어만이 살 길"…병력 2배로 늘린 폴란드

‘美 지원 없이 괜찮나’ 유럽서 우려↑…트럼프 발언 기름 끼얹어

투스크 총리, 프·독 방문해 유럽 방위협력 증대 모색

더타임스 “정권교체 후 변화도…韓과 무기 계약 값어치 있나 검토”

투스크 총리 [EPA=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유럽에서 미국의 지원 없이는 자력 방어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가 병력을 대폭 증강하며 방위에 자원을 쏟아붓고 있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약 10년 전 9만5천명이었던 폴란드의 병력 규모는 정규 현역 14만8천명과 국토방위군 3만8천명을 포함한 20만명으로 두 배가량 증가했다.

폴란드는 나아가 이를 유럽의 나토 회원국 중 최대 규모인 30만명으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폴란드는 유럽 본토에서 지난 수십 년간 가장 빠른 속도와 가장 큰 규모로 군사 확장에 나서온 것으로 평가받는다.

폴란드의 계획에는 한국산 약 1천대를 포함해 1천600대의 주력 전차를 확보하는 것이 포함돼 있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를 합친 것보다도 큰 규모다.

올해 폴란드의 국방비는 국내총생산(GDP)의 3%를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되며, GDP의 4%를 찍을 수 있다는 추정치도 있다.

이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다. 나토 회원국들은 GDP의 2%를 국방비 지출 기준으로 삼고 있는데, 상당수가 2%에 미달하고 있다.

폴란드는 신병 모집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지난 10년간 육군 병사 기본급은 82% 인상됐다.

2018년부터 작년 말까지 병력 강화 계획을 설계했던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전 국방 장관은 더타임스에 “푸틴이 폴란드 공격을 단념할 수준의 억지력을 갖추기 위한 것”이라고 군비 확대의 목적을 직설적으로 설명했다.

2018년 시작된 폴란드의 이같은 재무장 프로그램의 목적은 두 가지라고 더타임스는 짚었다. 하나는 미국산 첨단 무기를 대량 구매함으로써 ‘주요 안보 보증국’으로서 미국과 엮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유럽 대륙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중요한 것은 ‘규모’라는 점을 인지하는 만큼 병력 규모를 늘리는 것이다.

2023년 8월 바르샤바에서 열린 군사퍼레이드 [EPA=연합뉴스]

소련 해체 이후 군비를 축소한 만큼 사회와 경제 발전에 충분한 자원을 투입하며 ‘평화 배당금’을 즐겨온 유럽은 이제 미국의 지원 없이는 자력 방어할 위치에 있지 않다는 우려에 빠져 있다.

올해 미 대선에서 집권 2기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러시아가 공격해도 나토 동맹들이 자국 안보를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도 우려를 키웠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0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열린 유세에서 방위비를 부담하지 않는 동맹국에 “나는 당신네를 보호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러시아)이 원하는 것을 내키는 대로 모조리 하라고 격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같은 날 보도된 독일 주간지 벨트암존탁 인터뷰에서 나토가 러시아와의 “수십 년간 계속될 수도 있는 충돌에 대비해 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브와슈차크 전 장관은 다른 유럽 국가들도 나서야 할 때라면서 “우리는 유럽 대륙의 역사상 민감한 순간에 있어 국방에 대한 투자를 아끼면 안 된다는 것을 누구도 의심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독일을 겨냥해 최근 수 개월간은 “우크라이나에 군사 지원을 하는 척만 하고 있다”며 유럽 방위에 대한 기여가 부족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런 발언은 서유럽 국가들이 지금과 같은 유럽의 안보 위험을 이미 수년 전에 예상했어야 했다는 폴란드 내 광범위한 인식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고 더타임스는 짚었다.

브와슈차크 전 장관이 속한 법과정의당(PiS)으로부터 작년 말 정권을 넘겨받은 도날트 투스크 정부도 유럽의 자력 방위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투스크 총리는 11일 “유럽이 자체 안보를 더 효과적으로 챙기지 못한다면, 우리가 유럽의 안보를 미국을 방어하려는 선의와 준비에만 전적으로 의존한다면, 조만간 재앙으로 끝날지 모른다”며 “우리는 유럽을 깨워야 한다”고 말했다.

투스크 총리는 12일 프랑스와 독일을 방문해 방위 협력 확대를 모색한다.

폴란드 정부 한 소식통은 로이터 통신에 “유럽은 함께 행동해야 한다. 이는 트럼프가 (재선) 승리 시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에 답하는 문제”라며 “우리는 시간이 없고, 방산능력을 증대해야한 한다”고 말했다.

다만, 투스크 총리가 높은 수준의 국방 지출을 유지하겠다고 약속했으나 폴란드 정권 교체에 따른 눈에 띄는 몇몇 변화가 있다고 더타임스는 짚었다.

포탄 발사하는 K9 자주포

PiS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상당수 고위 국방 관리가 경질됐다. 투스크 총리는 유럽 병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도록 설계된 바르샤바 인근 신공항 건설 계획을 취소할 수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더타임스는 “가장 중요한 것은 투스크 총리가 한국에서의 대규모 군사 장비 주문이 값어치가 있는지 파악하기 위한 검토를 지시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폴란드가 한국 방산업계에 ‘수주 잭폿’을 터트린 시장이었으나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잔여 계약 등에 불확실성이 생긴 상황을 짚은 것이다. 앞서 지난해 12월 투스크 총리는 한국과의 방산 계약을 다시 들여다보려 하지만 계약을 지속할 작정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한 바 있다.

폴란드 일부 당국자들은 새 정부가 독일 군함과 잠수정 등으로 폴란드 해군을 재건하는 쪽으로 선회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고 더타임스는 설명했다.

브와슈차크 전 장관은 “국방 현안에 있어 우리는 현재 불확실한 상태”라며 “추가 협력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는 미국과 한국의 파트너들로부터 많은 신호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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