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가 선발한 500인 시민대표단이 14일 연금개혁을 놓고 숙의토론회 2일차를 진행했다. /KBS 캡처
국민연금 보험료를 더 많이 내고 노후에 더 많은 연금을 받아야 할지, 어느 정도 수준까지만 더 내고 현재 정해져 있는 만큼만 연금을 받아야 할지 시민 대표단 500명이 14일 토론을 벌였다. 토론에서 노후 소득보장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의 전문가는 임금이 아닌 자본소득에도 보험료를 부과하면 재정 안정을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재정 안정을 중시하는 전문가는 노후 소득보장은 국민연금이 아닌 기초연금이나 퇴직연금으로도 보장할 수 있다고 맞섰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14일 500명의 시민대표단과 전문가 4명이 참여한 가운데 2일차 숙의토론회를 열었다. 이날은 ‘소득대체율 및 연금보험료율 조정’ 등 모수개혁 관련 3개 의제를 다뤘다. 소득대체율은 연금 가입 기간의 평균 소득 대비 받게 될 연금액 비율이다.
앞서 근로자, 사용자, 지역가입자, 청년, 수급자 등 5개 이해관계자 그룹에서 선발된 36명의 공론화위 의제숙의단은 지난달 합숙 워크숍에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에 대해 두 가지 대안을 마련했다. 1안은 ‘보험료율 현행 9%에서 13%로 점진적 인상, 소득대체율 40%에서 50%로 인상’이고, 2안은 ‘보험료율 10년 이내에 점진적으로 12%까지 인상, 소득대체율은 40% 유지’다. 1안·2안은 단순히 의제숙의단 참여자가 대안을 발표한 순서로 정해졌다.
◇현재 국민연금 제도는 노후 보장성 낮다? 낮지 않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국민연금 제도가 노후 수급자들에게 충분히 소득을 보장하고 있는지 의견이 갈렸다. 재정안정 측 전문가인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위원장은 “소득대체율 인상을 주장하는 분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연금 보고서를 근거로 공적연금 소득대체율이 낮다고 말한. 하지만 수치가 과소평가되었다”고 했다.
오 위원장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하후상박형으로 설계돼 있고, OECD 연금보고서는 국민연금 평균의 1.5배 수준 소득자를 대표 가입자로 선정해 국제 비교를 한다. 이들은 기초연금도 받지 않고, 도입된 지 오래되지 않은 퇴직연금도 OECD 통계에서 제외된다. 오 위원장은 “이 모든 것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공적연금의 소득대체율은 결코 낮지 않다”고 했다.
노후 소득보장 강화 측 전문가인 남찬섭 동아대 교수는 “OECD가 우리나라에 특별히 불리한 기준을 적용한 게 아니다”라며 “기초연금을 반영해도 우리나라 저소득 국민연금 가입자의 소득대체율이 OECD 평균보다 낮다”고 했다.
현행 제도를 유지하면 한국의 심각한 노인 빈곤 문제가 미래에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남 교수는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2080년대에도 노인 빈곤율이 29.8%다. OECD 평균보다 10~20%포인트 높다”며 “최소한의 노후 생활비는 보장해 주자”고 했다.
◇노후 소득보장 방법 “소득대체율 높이자” vs “가입기간 늘리자”
소득대체율은 노무현 정부 때 실시된 연금개혁에 따라 2008년 50%에서 매년 0.5%포인트씩 낮아져 2028년 40%에 도달한다. 올해 소득대체율은 42%다.
노후 소득보장 강화 측 전문가는 소득대체율을 내년부터 50%로 높이더라도 현재 연금을 타는 노인들이 곧바로 혜택을 받는 게 아니라고 했다. 남 교수는 “소득대체율 인상·인하는 소급 적용이 안 된다. 현재 노인에게는 크게 상관이 없다”며 “청년 세대에게 인상 효과가 크게 나타난다”고 했다.
이어 “지금 20~30대가 2050년대에 노인이 된다. 그 때 국민연금을 66만원 받는 노인이 될 것인가, 아니면 100만원을 받는 노인이 될 것인가”라며 “연금으로 100만원 정도는 받아야 자식 세대에게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오 위원장은 “연금액을 늘리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가입 기간을 늘려주는 것”이라고 했다. ‘소득대체율 40%’는 40년 간 보험료를 낸 경우에 해당한다. 가입 기간이 늘어나면 그만큼 소득대체율도 높아진다.
앞서 의제숙의단은 국민연금 의무가입 연령을 현재의 59세에서 64세로 높이자는 단일 대안을 선정했다. 25세에 취업해 국민연금에 가입해 한 번도 실직하지 않고 보험료를 냈다면 가입기간은 35년이지만, 64세로 높아지면 40년을 다 채우게 된다. 오 위원장은 출산 크레딧, 군(軍) 복무 크레딧을 확대해 가입기간을 늘려주는 것도 언급했다.
◇”조세를 국민연금에 투입하자” vs “소득대체율 인상은 개악”
1안은 연금 기금이 2062년에 소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2안은 기금이 2063년에 소진된다. 소진되는 해는 1년 차이이지만 이후 1안은 적자 폭이 커진다. 현행 제도를 유지하면 2055년에 기금이 소진된다.
노후 소득보장 강화 측 전문가는 한국의 심각한 저출산 고령화도 미래에는 정리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남 교수는 “재정계산을 할 때 기금 수익률을 4.5%로 가정하는데, (제도 시작된 후 평균인) 5.9%로 가정하면 소진 시점이 2070년대로 넘어간다”며 “베이비붐 세대가 다 돌아가신 2070년대 이후에는 인구구조가 안정화되고 기금을 여유있게 쓸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남 교수는 근로소득 이외에 자본소득에도 연금 보험료를 부과해 부담을 분산하자고 했다. 국가 재정이 국민연금 재원에 투입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남 교수는 “조세가 국민연금에 투입되면 세대별, 계층별 지원이 저절로 이뤄진다”며 “조세는 상위 20%가 더 많이 부담해서 그렇다”고 했다.
재정강화 측 석재은 한림대 교수는 “국고 지원도 결국 국민이 세금을 부담하는 것”이라고 반대했다. 그는 “OECD 국가는 내는 돈과 받는 돈을 일치시키는 연금개혁을 했다”며 “국민연금은 여전히 낸 것보다 2배 가량 많이 받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OECD 국가 공적연금의 평균 보험료율은 18.2%이고, 소득대체율은 42.3%라고 설명했다.
석 교수는 1안에 대해 “현재보다도 재정적인 지속 가능성을 더 악화시키는 개악”이라고 했다. 이어 “보험료율을 15%까지 높이고 수급 개시 연령을 68세로 조정하면 2100년에도 적립 기금이 유지된다”며 2안을 선택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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