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처우’ 광주형 일자리, 결국 노조가 생겼다

‘열악한 처우’ 광주형 일자리, 결국 노조가 생겼다

3년전 캐스퍼 첫 생산 당시 모습 GGM(광주글로벌모터스)이 캐스퍼 생산을 시작한 건 2021년 9월이다. 연 7만대 생산을 계획했지만, 2년 4개월간 실제 생산된 차량은 11만대에 그쳤다. 사진은 광주광역시에 있는 GGM 공장에서 캐스퍼를 생산하는 모습. /GGM

‘노사민정(勞使民政) 대타협’을 통한 무(無)노조 경영을 표방하며 2019년 출범한 광주글로벌모터스(GGM)에 지난달 노조가 만들어졌다. 출범 3주 만에 수십 명이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GGM의 전체 인원은 600명 정도이다. GGM은 문재인 정부 때 지역 일자리 창출을 위해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을 조건으로 기업 투자를 유치한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었다. 노조 대신 ‘상생협의회’라는 조직을 만들어 임금 협상과 같은 노사 문제를 처리해왔는데, 노조 설립으로 이 같은 운영 방식은 변경이 불가피하게 됐다.

지난 정부가 GGM을 상생·대타협을 통한 일자리 창출 사업으로 강조했지만 정작 출범 5년이 지난 지금의 현실은 많이 다르다. 상생의 핵심이었던 무노조 원칙은 깨지고, 열악한 처우 문제로 직원들 사이에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GGM 근로자 연봉은 3000만~4000만원가량으로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광주광역시가 사택 건립 등 연 700만원 수준의 ‘사회적 임금’을 지급하겠다고 한 약속도 일부만 이행되고 있다. 5년간 35만대 생산을 목표로 했지만 작년까지 11만대 생산에 그쳤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지역 일자리 창출을 위해 상생으로 포장했지만, 저임금을 상생이라고 합리화한 것일 뿐”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GGM 측은 “노조 설립은 헌법상 권리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수순”이라며 “직원 처우 개선 등을 위해 더 힘쓸 것”이라고 했다.

‘열악한 처우’ 광주형 일자리, 결국 노조가 생겼다

그래픽=박상훈

◇상생 속 가려졌던 근로자 처우 문제

GGM은 광주시(광주그린진흥카·21%), 현대차(19%), 산업은행(10.87%) 등 정부와 민간이 자본을 대고 “35만대까지는 파업하지 않는다”는 노동계의 약속을 통해 2019년 8월 만들어진 자동차 위탁 생산 회사다. 임금, 복지 문제 등 다른 업체의 노조가 맡는 역할은 모두 ‘상생협의회’라는 조직이 대신한다.

GGM은 현대차의 경차 캐스퍼 1종만 위탁 생산하고 있다. 더 싸고 좋은 품질로 차를 만들 수 있는 배경으로 낮은 인건비, 노조 리스크가 없다는 점을 내세웠다. 인건비가 낮으면 차량을 싼값에 만들 수 있고, 노조가 없으니 파업 등 노사 갈등에 따른 생산 위험도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GGM 근로자 임금은 물가 상승률 수준으로만 인상되면서 직원들의 불만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2022년엔 일부 직원이 저임금 문제 등을 이유로 광주광역시청을 항의 방문하는 일도 있었다. 약속했던 사회적 임금이라도 제대로 지급해달라는 취지였다. GGM 설립 당시 광주시는 사택 580여 곳을 지어 주거 지원을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 취업자들 사이에선 GGM 근무가 기아나 현대모비스 계열사로 옮기기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직장이 됐다는 말까지 나왔고, 실제 직원 수십 명이 줄퇴사하는 일도 있었다.

◇연산 5만대 수준, GGM의 숙제는

GGM이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한 건 2021년 9월이다. 재무제표가 공개된 2022년 매출 1048억원, 영업이익이 224억원을 올렸다.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은 21.3%에 달한다. 현대차는 물론 벤츠, BMW 등보다도 높다.

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GGM은 연 7만대가량 캐스퍼 생산 목표를 세웠는데, 지난해까지 2년이 넘는 기간 생산 물량은 11만대에 불과했다. 작년 캐스퍼 판매량은 4만5000대로 전년보다 6.2% 줄었다. 높은 영업이익률은 현대차가 그만큼 손해를 감수하는 탓이다. GGM의 한 관계자는 “차량 1대를 판매하면 현대차가 수십만원 손해를 보는 구조로 계약이 맺어졌다”고 했다. GGM 안팎에선 출범 때부터 지나친 현대차 의존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

올해 캐스퍼 전기차를 만든다지만 판매 전망은 밝지 않다. 생존을 위해선 현대차에 차량을 더 배정해 달라고 요구해야 하지만 이는 현대차의 노사 합의 사안이어서 실현 가능성이 낮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은 “GGM이 현대차 이외 위탁 생산 물량을 스스로 발굴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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