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못읽은 윤 대통령, ‘전략’ 실패한 한동훈…’판’ 뒤집은 野
4·10 총선(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이 개헌저지선(101석)을 간신히 넘긴 108석을 확보하는 데 그치는 기록적인 참패를 당했다. 2016년, 2020년에 이어 이번 선거까지 ‘총선 3연패’다. 이로써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 중 단 한 차례도 여대야소를 경험하지 못한 대통령으로 기록에 남게됐다.
이러한 기록적인 패배의 원인으로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윤석열 대통령의 책임론이 강하게 제기된다. 여기에 정치 ‘초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전략적 판단 미스 등이 겹쳤다는 분석이다. 정부와 여당의 실책을 파고들어 ‘정권심판론’으로 단일대오를 형성한 야당의 치밀한 선거 전략이 이번 총선의 승패를 갈랐다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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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고비 때마다 ‘마이웨이’…윤석열 대통령의 ‘불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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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 못읽은 윤 대통령, ‘전략’ 실패한 한동훈…’판’ 뒤집은 野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권 내부에선 선거 기간 중 윤석열 대통령이 민심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것, 결정적인 순간마다 제대로 된 소통을 하지 않은 것 등이 이번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한 결정적 원인이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로 ‘언론인 회칼 테러’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의 사퇴 처리 지연, 해병대원 사망 사건으로 고위공직자 수사처의 수사를 받던 이종섭 전 국방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 등을 꼽는다. 민주당의 공천 잡음이 극에 달한 ‘비명(비이재명계)횡사’ 국면에서 ‘이종섭· 황상무 거취 논란’이 부각된 점이 여권에 치명타가 됐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15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서울지역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30%에 그쳤다. 직전 같은 조사에서는 45%를 기록했는데 1주일 사이에 15%p(포인트)가 하락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하면 된다.)
윤 대통령의 ‘대파 한단 875원’ 발언에 대한 보도도 고물가로 신음하는 서민들의 표심을 흔들어 투표 당일까지도 여당에 악재로 작용했다.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방침 역시 총선에서 여당에 부담이 됐다. 의대 정원 확대 방침이 초반에는 국민적 지지를 받았으나, 의정 갈등 장기화에 국민 피로감이 높아진 뒤에도 정부는 마땅한 해법을 내놓지 못했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여당은 용산을 바꾸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자신들 문제는 그대로 둔 채 상대의 잘못만 계속 지적했다”며 “이는 본질을 외면한 선거전략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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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의 총선 전략부재…정치 ‘초보’ 한동훈의 한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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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 못읽은 윤 대통령, ‘전략’ 실패한 한동훈…’판’ 뒤집은 野
정치 경력이 전무한 한 위원장의 개인기에만 의존한 당의 총선전략도 한계를 드러냈다. 당장 한 위원장만큼 야당과 각을 세울 ‘스피커’가 부족했다. 김경율 비대위원이 야당 후보의 재산 논란 등을 지적하는 등 지원사격에 나섰지만 전세를 뒤집긴 역부족이었다. 한 위원장이 지원유세에 나서면 대야 공세에 대응하는 역할을 해줄 스피커가 필요했지만 현장에 나간 한 위원장이 혼자서 일일이 대응하는 식이었다.
그러다 보니 지지자를 포함한 유권자들의 관심은 한 위원장에게 쏠릴 수밖에 없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 위원장이 ‘서서 죽겠다’는 각오를 내비치며 공식 선거운동 마지막날 탈진할 정도로 총력전을 펼쳤지만, 본인에게 쏟아진 관심을 실제 총선에 출마한 후보들에게 넘겨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여당의 총선 전략 부재도 이번 참패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당초 선거 초반만 해도 국민의힘은 140석 이상의 의석수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 여론조사에선 지지율이 민주당보다 높게 나타났다. 한때 당내 일각에선 원내 1당은 물론 과반 의석도 가능하다는 예측까지 나왔다. 구원투수로 지난 연말 투입된 한동훈 위원장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이 분출되기 시작했고 때매침 민주당의 공천 관련 잡음이 흘러나온 것도 호재였다.
국민의힘이 과도하게 지지층 결집에 집착한 것도 패착이었다. 선거 직전 박근혜 전 대통령을 찾은 것이나 제주 4·3추념식에 불참한 것 등이 중도층 외연 확장에 악재로 작용했다. 뒤늦게 수도권 후보들이 중도 보수성향의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의 등판을 요구했지만 당은 거부했고,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후보들과의 개인적인 인연에 따라 지원 유세를 하는 것에 그쳤다. 이 밖에 현역 의원 대거 물갈이가 예상된 것과 달리 현역 교체율이 30%대 초반에 그친 ‘조용한 공천’도 패인으로 지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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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권심판’ 외치면서도 ‘한동훈’ 언급 삼가…’반윤’ 전선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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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 못읽은 윤 대통령, ‘전략’ 실패한 한동훈…’판’ 뒤집은 野
이번 총선에서 압승한 더불어민주당은 전선을 단일화한 전략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오직 ‘정권심판’ 메시지에만 매진한 것이 성공했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총선을 위한 중앙선거대책위원회를 꾸린 시점부터 이번 총선의 목적과 성격을 ‘정권심판’이라고 명확히 규정하고 이 기조를 한 번도 바꾸지 않았다. 특히 정권심판과 관련해 경제실정을 파고든 것이 유권자들에게도 가 닿았다는 분석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여당의 선거전을 이끌었던 한 위원장에 대해 거론하는 것 조차도 전략상 최대한 자제했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모두와 싸우는 그림이 유권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고 정권심판 메시지를 자칫 약화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민주당은 ‘정권심판’에 집중하기 위해 공천 과정에서 국민의힘으로부터 공격받을 만한 지점도 스스로 제거했다. 대표적인 예가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운동권 출신을 둘러싼 문제였다. 서울 중·성동갑에서 임종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공천배제함으로써 당내 갈등이 절정에 이르긴 했으나 결과적으로 여당의 ‘운동권 청산’ 카드를 무력화시킨 결과를 낳았다. 임 전 실장 대신 ‘반윤(反윤석열 대통령)’의 상징인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후보로 내세웠고 그 결과 해당 지역구 선거전에서 승리했다.
조국혁신당의 등장도 범야권 선거 승리의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3년은 너무 길다’는 슬로건을 들고 나온 조국혁신당은 수권정당인 민주당이 할 수 없는 급진적 주장들을 내놨고 그 결과 정권심판론의 불길을 더 키웠을 뿐만 아니라 전체 야권의 파이가 커지는 효과도 가져왔다.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 전략은 민주당의 대안을 찾던 진보층 유권자들을 파고 들었다.
일각에선 국민들이 이번 선거를 통해 먼저 심판해야 하는 대상을 심판했을 뿐 민주당을 적극 지지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강윤 정치평론가는 “이번 총선이 갖는 의미는 여당이든, 야당이든 국민들의 말에 귀 기울이라는 것이다. 현 정권이 국민들과 소통이 잘 안 됐고 그 가운데 민생이 어려워지다보니 폭발한 것”이라며 “1차적으로는 집권여당에 몽둥이를 들었지만 같은 소리를 민주당에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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