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한 지적" vs "직장 괴롭힘"…인천서구청 갑질? 을질? 논란

인천 서구청에서 부하 직원의 근무 방식을 지적한 상사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징계를 받으며 논란이 일고 있다.

상사는 “복무규정에 따른 정당한 지적”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부하 직원은 “허위사실로 괴롭힘을 당했다”며 맞서고 있어 갑질·을질 논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근무 똑바로 서라”…상급자는 “정당한 지적했다”

15일 인천서구청 등에 따르면 서구청에 근무하는 청경 A(50대)씨는 지난해 8월 청경 21명이 모여있는 단체 채팅방에서 하급자인 B(50대)씨를 지적했다. B씨가 정해진 근무지를 이탈하거나 정복 대신 사복을 입는 등 규율을 어겼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인천서구청 청원경찰 A씨가 단체 채팅방에서 하급자인 B씨의 근무를 지적한 내용. A씨 제공

지난해 8월 인천서구청 청원경찰 A씨가 단체 채팅방에서 하급자인 B씨의 근무를 지적한 내용. A씨 제공

A씨는 채팅방에서 B씨를 향해 “왜 사복을 입고 근무하나. 근무복 똑바로 착용하라” “근무지 이탈하지 말아라” “점심시간 1시간을 지켜라”라고 말하는 등 근무행태를 질타했다.

하지만 A씨에게 돌아온 건 징계였다. B씨로부터 피해신고를 접수한 서구청은 A씨가 직장 내 괴롭힘을 했다고 판단하고 최근 견책 처분을 내렸다.

인천서구청 관계자는 “피해자(B씨)가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했던 게 여러 가지 있었는데 증거자료가 제출되지 않았다”며 “채팅방 관련 내용만 괴롭힘으로 인정됐다”고 말했다.

A씨는 상사로서 한 정당한 지적이 괴롭힘으로 변질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A씨는 “청경은 정해진 위치에서 근무해야 하는데 자리를 비운다거나, 조기퇴근 또는 정해진 점심시간을 초과해 2시간씩 다녀오는 게 맞는다고 보느냐”며 “정복을 입어야 하는 직업이 사복을 입는 것 역시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청원경찰법은 상사가 부하 직원을 관리·감독하도록 정하고 있다”며 “지금껏 참다가 채팅방에서 단 한 번 지적했을 뿐인데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됐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현재 A씨는 B씨의 복무 위반사항이 담겼다는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서구청에 제출하고 징계를 요청해놓은 상태다.

하급자는 “허위사실로 직장 괴롭힘”

반면 B씨는 A씨 등 관리자급 여러 명이 근거없는 허위사실을 만들어 자신을 괴롭혔다고 맞서고 있다.

자신은 근무지를 이탈한 적이 없으며, 이른 퇴근을 했다는 주장은 조퇴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확대 해석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사복 근무 역시 일부 장면만 보고 오해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지난해 8월 인천서구청 청원경찰 A씨가 단체 채팅방에서 하급자인 B씨의 근무를 지적한 내용. A씨 제공

지난해 8월 인천서구청 청원경찰 A씨가 단체 채팅방에서 하급자인 B씨의 근무를 지적한 내용. A씨 제공

B씨는 “우리 근무지에는 다 CCTV가 있기 때문에 영상을 확인하면 내가 근무를 제대로 섰는지 아닌지 알 수 있다”며 “이른 퇴근을 했다는 주장은 내 조퇴 기록을 확인하지도 않고 넘겨짚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복 근무 주장 역시 정복을 입기 전에 잠깐 다른 일을 하던 장면만 보고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이라며 “그럼에도 (A씨 등이) 이런 내용을 단체채팅방에 올렸고, 직장내 괴롭힘으로 인정이 됐다”고 설명했다.

B씨는 채팅방 사건 이후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그는 “상급자 여러 명이 괴롭히다 보니 아무런 말도 못하고 정신불안을 겪었다”며 “여전히 초조하고 불안한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내가 갑질·을질 피해” 빈번…”조사 주체 노동위로 통일해야”

이처럼 상급자와 하급자가 서로 갑질과 을질 피해를 주장하는 일이 늘어나면서, 조사 결과에 대한 공정성 여부도 중요한 지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대부분 자체 감사 부서나 외부 노무법인에서 조사를 맡는데, 모두 사업주로부터 비용을 지급받는 곳이다 보니 공정성 담보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독립된 기관인 노동위원회에서 직장 내 괴롭힘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직장갑질119 조영훈 노무사는 “최근 들어 직장에서 갑질과 을질 피해를 서로 주장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어 그만큼 조사 결과에 대한 공정성 시비도 많아졌다”며 “외부기관인 노동위원회에서 괴롭힘 여부를 판단할 경우, 조사 결과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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