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위성 기습 발사… 9·19 합의 끝났다

北 위성 기습 발사… 9·19 합의 끝났다

5월 정찰위성 발사땐 실패 – 북한이 지난 5월 31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발사장에서 쏜 군 정찰위성의 모습이다. 이 정찰위성은 엔진 고장으로 서해에 추락했고 북한 국가우주개발국은 발사 후 2시간 30여 분 만에 실패를 공식 인정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21일 오후 10시 43분쯤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남쪽 방향으로 군 정찰위성을 발사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지난 5월과 8월 2차례 발사했다가 실패한 이후 3개월 만의 3차 시도다. 군은 이번 발사의 성공 여부를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내부적으로는 ‘성공’으로 잠정 평가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영국 국빈 방문을 하고 현지에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북한의 위성 발사에 “9·19 합의 효력 정지” 경고 메시지를 보낸 가운데 북한이 야간을 기해 기습 발사에 성공한 것이다. 정찰위성을 쏘기 위해선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해야 해,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로켓 발사를 금지하고 있다.

합참은 이날 “동창리에서 발사된 ‘북 주장 군사정찰위성’이 백령도 및 이어도 서쪽 공해 상공을 통과한 것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군은 이번 발사체가 지난 1·2차 때 모두 2단 추진체 실패로 서해상에 떨어진 것과 달리 그 너머로 넘어갈 때까지 비행한 것에 비춰 성공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초기 평가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북한의 거듭된 정찰위성 발사가 2018년 체결한 9·19 군사 합의 사항과 정신을 정면으로 위배한다고 판단, 9·19 합의가 설정한 지상·해상·공중 완충 구역 가운데 ‘공중’ 관련 합의 사항을 우선 효력 정지키로 했다. 체결 5년 만에 파기 수순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빈 행사 중간에 화상으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주재했다. 일본 방위성은 이날 북한의 발사 후 오키나와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리기도 했다.

북한은 당초 22일부터 내달 1일 사이 발사할 계획이라고 일본 해상보안청에 통보했다. 추락 가능 위험 지점으로는 남서쪽의 서해 해상 2곳과 필리핀 동쪽 태평양 해상 1곳을 통보했다. 모두 지난 1·2차 때와 같은 지점이다. 북한이 일본에 알리는 것은 일본이 세계 10개 해역 중 한국과 북한이 속한 구역의 조정국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도발이 아니라 정상적인 위성 발사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발사 계획 절차를 준수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됐지만, 이날 기습 발사로 의미가 없어졌다는 지적이다.

北 위성 기습 발사… 9·19 합의 끝났다

미 국무부는 이와 관련, “북한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및 북·러 기술 이전 가능성에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북한이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으로 바닥난 러시아의 포탄과 탄도미사일 등을 채워주는 대가로 위성 발사체 관련 기술을 받는다는 정황이 최근 잇따라 포착됐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지난 9월 13일) 북·러 정상회담 이전에도 ‘백두산 계열’(80t급 액체 연료) 엔진 기반이 러시아로부터 (해킹 등을 통해 북한에) 들어왔다”며 “정상회담 후에는 러시아 기술진이 들어온 정황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에선 위성체 지원 이야기도 나오는데 (2차 발사 후)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위성체를 보완하는 것은 제한된다”며 “주로 엔진 계통의 지원을 받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정부는 북한이 정찰위성을 갖게 되면 탄도미사일·순항미사일 등 대남 타격용 미사일의 정밀성이 높아져 우리 안보에 큰 위협이 된다는 입장이다. 북한은 미 본토가 사거리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뿐 아니라 군산 기지, 부산 작전 기지 등 대남 타격이 가능한 전술핵 탄두 탑재용 단거리·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다양하게 개발해 보유한 상태다. 최근엔 양산용으로 개발한 전술핵탄두 ‘화산-31′을 총알 갈아 끼우듯이 장착할 수 있는 해저 어뢰정 공격 무기도 모의 폭파 시험했다. 북한은 위성 능력이 전무해 이런 무기를 효과적으로 쓰는 데 제한됐다. 하지만 정찰위성을 갖게 되면 이 같은 ‘주먹’에 ‘눈’까지 갖게 돼 비핵보유국인 우리로서는 치명적인 위협이 된다. 북한 김정은은 최근 대남 핵 선제 타격 방침을 헌법에 못 박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2018년 문재인 정부가 체결한 9·19 합의를 우리 군만 지키는 것은 방위 태세를 정상적으로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생긴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 군은 이 합의에 따라 지난 5년간 백령도·연평도 등 서북 도서에 배치된 K9 자주포, 비궁 등 주요 화기를 현장에서 사격 훈련조차 할 수 없었다. 2010년 천안함 폭침 때와 같은 북한의 해상 도발을 예방하고 대비하기 위한 우리 해군의 해상 기동 훈련도 제한됐다. 당시 정부가 북한 요구를 대폭 수용해 북방한계선(NLL) 기준 이북 50km, 이남 85km인 초도~덕적도 수역을 완충 수역으로 정하고 “포 사격·해상 기동 훈련 중지, 해안포·함포에 포신 덮개 설치, 포문 폐쇄”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해병대 연평부대 등은 지난 5년간 서북 도서 배치 화력 무기에 대한 사격 훈련을 최소 수준으로 줄여야 했다. 훈련을 하더라도 대형 화기를 화물선에 싣고 경기 연천·경북 포항 등 최장 수백km 밖으로 원정을 가야 하는 불편을 감수했다. 하지만 북한은 지난 5년간 서해 완충 수역을 향해 110여 회에 걸쳐 포 사격을 하는 등 총 3600여 회 합의 사항을 위반했다. 정부 소식통은 “9·19는 북한이 합의 사항을 반복해 어기며 지킬 의지가 없다는 게 명백해도 이를 처벌할 조항이나 이전 단계로 돌릴 수 있는 ‘스냅백(Snap back)’ 조항이 전무하다”고 했다. 공중 구역은 북한에는 없는 한미의 첨단 정찰기의 활동만 제약해 도발 징후를 사전 파악하는 데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만든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가 지난달 7일 기습적으로 로켓·미사일을 수천 발 퍼붓고 패러글라이딩 등으로 이스라엘 시가지에 침투한 상황도 이번 합의 부분 일시 정지 결정에 영향을 줬다.

정치권에서도 9·19 재검토 필요성이 제기됐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는 명확히 양측 군사 합의를 위반하는 것”이라며 “당연히 자위권 보장을 위해 필요한 상응 조치를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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