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층' 자랑 없어진 北뉴타운…잦은 정전에 높은집 기피 탓?

최근 준공 ‘화성 2단계’ 아파트 층수 낮아져…작년엔 ’80층’ 자랑

잦은 정전·안전성 우려에 층수 낮추고 빽빽하게 짓는 듯

'초고층' 자랑 없어진 北뉴타운…잦은 정전에 높은집 기피 탓?

북한 화성지구 2단계 전경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간부들은 송화거리를 돌아보았다. 현대적인 80층 초고층 살림집(아파트)과 고가다리, 편의 봉사시설 등을 보면서”(2022년 4월 12일 송화거리 준공 기사)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전반적인 건물들을 병풍식으로 서로 겹쌓이게 하면서 종심이 깊게 거리를 형성하고 건축 밀도를 높일 데 대한 문제를 직접 지도했다”(2024년 4월 18일 화성지구 2단계 준공 기사)

20일 수도 평양에 매년 1만 가구 규모의 ‘뉴타운’을 하나씩 찍어내고 있는 북한의 관영 매체 관련 보도를 보면, ‘초고층’이라는 표현이 사라지고 ‘건축 밀도’가 등장해 건축 방식에 변화가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

불과 1년여 전인 지난해 5월, 대외선전매체 ‘조선의 오늘’은 ‘초고층 살림집’ 제하 기사에서 미래과학자거리의 53층 주택, 려명거리의 70층 주택, 송화거리의 80층 주택을 줄줄이 나열했다. 특히 2022년 준공된 송화거리의 80층짜리 집은 “수도 평양의 제일 높은 살림집”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지난 18일 준공된 1만 가구 규모의 화성지구 2단계는 건물을 초고층으로 지어 용적률을 높이는 지금까지의 방식 대신 여러 채를 빽빽하게 지어 건폐율을 올리는 새로운 방식이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

옥종호 서울과학기술대 건축공학과 명예교수는 20일 ‘종심이 깊게 거리를 형성했다’는 표현에 대해 “초고층으로 몇 동의 건물을 건설하는 대신 빌딩군이 도로를 중심으로 긴 가로를 형성하도록 쭉 건설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언급하는 ‘초고층’은 통상 50층 이상으로 파악된다. 초고층을 고층과 구분해서 사용하는 북한 매체들 보도 양상을 볼 때 이번 화성지구 2단계의 최고층 건물은 50층 이하일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북한이 공개한 화성지구 2단계 현장 사진에서는 20∼30층 안팎의 건물이 주를 이루는 모습이 확인됐다.

'초고층' 자랑 없어진 北뉴타운…잦은 정전에 높은집 기피 탓?

북한 화성지구 2단계 야간 전경

북한이 이번엔 나름의 ‘건축 철학’을 바꾼 것으로 볼 수 있는데, 그 배경에는 고질적 전력난으로 주민들이 고층 아파트를 꺼리는 현상이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에서는 초고층 입주자들이 모두 평범한 노동자들이라고 선전하지만, 정작 실거주자들은 저층을 선호한다고 전해진다. 정전으로 엘리베이터가 멈추는 경우가 잦아 고층은 살기가 힘들다는 이유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송화거리 완공 직후인 2022년 4월 북한 주민 소식통을 인용해 “자주 정전이 되는 실정에서 80층 초고층 아파트에 산다는 것은 언제든지 최악의 상황에 몰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북한 당국도 이를 의식했는지 그해 5월 송화거리 아파트 영상을 공개하며 엘리베이터가 1층에서 80층까지 올라가는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북한의 초고층 건축물이 과연 안전한지에 대한 질문도 있다.

북한은 한국에서 상상할 수 없는 속도로 마천루를 찍어내고 건축 소요 시간 단축을 성과로 내세우지만, 수도·가스·냉난방 등 기반 시설 공사는 물론 강성 확보를 위한 철골 구조 등에 대한 언급은 찾아보기 어렵다.

체제 선전을 위해 무작정 높이 쌓아 올린 건물들이 추후 안전사고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북한 당국이 뒤늦게 고려해 층수를 낮추려는 것일 수 있다.

옥종호 교수는 “북한의 건축 기술은 보여주기를 위한 전시용에 가까울 것”이라며 “(안전 우려가 없더라도) 전기, 수도, 난방이 안 되어 있어서 제대로 들어가서 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아울러 주거 이전의 자유가 있는 한국과 달리 평양은 거주민 숫자가 250만 명 내외로 관리돼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더는 주택을 초고층으로 지어야 할 이유가 줄었을 가능성도 있다.

'초고층' 자랑 없어진 北뉴타운…잦은 정전에 높은집 기피 탓?

북한 송화거리 80층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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