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결과에 따르면 금연 후 20년이 지나면 만성폐쇄성폐질환 위험이 비흡연자와 같은 수준으로 낮아진다. 금연 후 10년이 지나면 폐암으로 숨질 위험이 흡연자의 약 50% 로 떨어진다. 금연 후 30년이 지나면 폐암 위험이 비흡연자 수준으로 낮아질 수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여러 가지 원인으로 더럽혀진 폐를 깨끗이 청소할 수 있을까? 담배 연기, 환경오염 물질, 바이러스 및 각종 독소를 오랫동안 빨아들인 사람의 폐도 깨끗이 청소할 수 있다는 제품이 온라인에서 많이 팔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폐의 독소를 없애 준다는 비타민, 차, 에센셜 오일 등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 웩스너 메디컬센터 조슈아 엥글러트 박사(호흡기 전문의)는 “폐에서 독소를 제거한다고 주장하는 제품이 많지만, 그 효과를 뒷받침해주는 과학적 연구 결과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미국 건강매체 웹엠디(WebMD)와의 인터뷰에서다.
다행히 폐는 일부 상황에서 스스로 청소하고 회복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뉴욕 주립대 의대 노먼 에델만 교수는 “수십년 간의 흡연으로 손상된 폐는 자정 능력에 한계가 있다. 하지만 폐렴, 급성 기관지염 등 급성병에 걸렸다 회복하면 폐가 깨끗해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폐 독소를 없애기 위해 폐렴 등 병에 일부러 걸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폐암으로 사망할 위험, 금연 후 10년 지나면 비흡연자의 약 50% 수준으로 떨어져
흡연은 장기적인 폐 손상인 폐기종, 만성기관지염을 일으킨다. 이 두 가지를 합한 증상을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이라고 한다. 폐기종 환자의 경우 산소를 교환하는 작은 공기 주머니가 파괴된다. 만성기관지염 환자의 경우엔 공기 주머니로 이어지는 기도에 염증이 생긴다.
에델만 교수는 “문제는 공기주머니가 한 번 파괴되면 다시 만들 수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디. 기관지염으로 인한 부기와 염증의 일부는 없어질 수 있지만, 구조적 손상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도 담배를 일찍 끊으면 일부 손상을 회복할 수 있다.
대규모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금연 후 20년이 지나면 만성폐쇄성폐질환에 걸릴 위험이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과 같은 수준으로 낮아진다. 금연 후 10년이 지나면 폐암으로 사망할 위험이 담배 피우는 사람의 약 50% 수준으로 떨어진다. 금연 후 30년이 지나면 폐암 위험이 비흡연자 수준으로 낮아질 수 있다.
엥글러트 박사는 “담배를 빨리 끊을수록 폐가 더 빨리 치유될 수 있다. 하지만 너무 오래 담배를 피우면 폐 손상이 영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흡입해야 하는 건 깨끗한 공기와 처방된 약뿐”…간접흡연 전자담배 모두 해로워
폐를 최대한 깨끗하게 유지하는 방법으로는 간접 흡연 피하기, 전자담배 멀리하기, 스팀요법에 의존하지 않기, 독감 폐렴 예방, 오염물질 피하기, 항산화제가 풍부한 음식 먹기, 운동으로 폐 튼튼하게 하기 등이 꼽힌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당장 끊어야 한다. 다른 사람이 피우는 담배 연기를 들이마시지 않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담배 연기와 흡연자가 뿜는 연기엔 수백 가지의 독성 화학물질이 들어 있다. 이를 빨아들이면 폐암부터 뇌졸중까지 모든 병에 걸릴 수 있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자담배를 피우면 폐의 점액 제거 능력이 떨어져 쉽게 감염된다. 에델만 교수는 “흡입해야 하는 건 순수하고 깨끗한 공기와 처방된 약뿐이다. 그 외에는 안전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따뜻한 증기를 빨아들이는 스팀 요법에 너무 의존하지 않는 게 좋다. 소규모 연구 결과 스팀 요법이 COPD 환자의 불안감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는 폐 기능 자체에는 이렇다할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엥글러트 박사는 “스팀은 호흡기 감염 시 코와 목을 포함한 상기도 점액 배출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폐 기능 자체를 개선하지는 못한다”고 강조했다. 독감, 폐렴 백신을 접종하고 손을 자주 씻고 콧물이나 기타 병이 있는 사람과의 접촉을 피해야 한다. 실내외에서 오염 물질도 피해야 한다. 미국폐협회는 폐암을 일으킬 수 있는 독성 가스인 라돈 검사를 가정 집도 받는 게 좋다며 권한다.
집안 청소 자주 하고, 잎채소 블루베리 녹차 즐기고, 독감 폐렴 접종 바람직
특정 필터(HEPA 필터)를 사용해 집안을 진공 청소기로 자주 청소하고 휘발성 유기 화합물(VOC), 향료, 자극제가 없는 청소 제품을 선택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 만성호흡기병을 앓고 있는 사람은 공기질이 좋지 않은 날엔 외출을 삼가야 한다. 항산화제가 풍부한 블루베리, 케일 샐러드를 많이 먹는다고 해서 흡연으로 인한 수년 간의 손상을 되돌릴 순 없다.
하지만 과일과 채소, 특히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잎채소, 베리류 등을 충분히 먹으면 흡연과 대기오염에 의한 폐 손상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대규모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항산화, 항염증 효과가 있는 녹차를 마시면 COPD에 걸릴 확률이 낮아질 수 있다. 물론 차가 큰 효과를 낸다는 강력한 증거는 없다. 심혈관 운동을 하면 심장이 더 빨리 뛰어 폐 기능을 개선하는 데 좋다. 에델만 교수는 “심장과 근육의 효율성을 높여 신체활동 때 폐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이면 기분이 더 좋아지고 호흡도 쉬워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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