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26조원 벌어… 삼성의 빈자리 메운 현대차·기아

작년 26조원 벌어… 삼성의 빈자리 메운 현대차·기아

현대차 울산 공장 전용 부두… 선적 대기 중인 수출 차량 지난 23일 현대차 울산 공장에 있는 자동차 전용 부두에 선적 대기 중인 수출 차량들이 늘어서 있다. 현대차·기아는 작년 매출 약 262조원에 영업이익 약 27조원을 기록해 창사 후 최대 실적을 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현대차·기아가 지난해 매출 262조4720억원, 영업이익 26조7348억원을 기록했다. 창사 이래 최고 실적이다. 특히 기업 핵심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이 10.2%로 역대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글로벌 전기차 아이콘 테슬라(작년 9.2%)를 웃돈 것은 물론 고급차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와 어깨를 나란히 한 수준이다. 또 다른 한국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가 2008년 이후 최악의 실적으로 부진한 빈자리를 자동차 산업이 메운 것이다.

자동차 산업 역사상 ‘200억달러’(약 26조7300억원) 안팎의 이익을 낸 사례 자체가 보기 드물다. 2021~2022년 세계 1위 도요타가 연 2조7000억엔(약 24조4000억원), 2위 폴크스바겐그룹이 같은 시기 2년 연속 연 200억유로(약 29조원) 이상의 이익을 낸 것 정도가 있다.

거기다 730만대를 팔면서 이익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하는 것도 희귀한 사례다. 도요타와 폴크스바겐 역시 2021~2022년 영업이익률이 8~9%였고,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수년간 유지해온 테슬라나 BMW·벤츠 모두 판매량이 글로벌 200만대 안팎 수준이다. 국내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작년은 도요타 정도가 엔저 효과가 더해지면서 현대차·기아와 비슷하거나 소폭 앞서는 실적을 냈을 것”이라며 “기아가 기록한 영업이익률 11.6%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보인다”고 했다.

역대급 실적을 낸 가장 큰 비결은 전기차 외에 다양한 차종을 내놓은 것이 꼽힌다. 미래 먹거리로 앞세우는 전기차는 막상 시장이 주춤했지만, 하이브리드, SUV 등 ‘대체재’가 충분했다는 것이다. 또 이런 제품을 고물가 속에서도 효율 좋게 생산하는 원가 경쟁력이 높아진 것도 핵심 요인으로 거론된다.

작년 26조원 벌어… 삼성의 빈자리 메운 현대차·기아

그래픽=박상훈

◇SUV·하이브리드에서 돈 벌었다

최근 4~5년간 전기차 바람을 일으킨 테슬라는 전기차 침체의 역풍을 맞았다. 24일(현지 시각) 실적 발표에서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이 20억64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7%가 줄었다고 밝힌 것이다. 주춤한 전기차 판매를 되살리고자 잇따라 차값을 큰 폭으로 낮춘 것이 독이 됐다.

반면 전기차 대신 하이브리드·SUV등 제품이 풍성했던 현대차·기아는 역대급 실적을 냈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730만4282대를 판매했는데, 현대차의 경우 하이브리드(37만3941대)가 전년 대비 56%나 판매가 늘었다. 또 제네시스를 포함해 SUV 비중이 전체 판매량의 57.1%까지 늘어났다. 기아도 비슷하다. 전기차 판매량 증가율은 전년 대비 15%였지만 하이브리드는 21%나 더 팔렸다. SUV와 밴 등 RV(레저용 차량) 비중이 70%에 육박한다.

또 SUV와 하이브리드의 경우 현대차·기아의 원가 경쟁력이 최고 수준까지 높아져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등 주요 자동차 시장에서는 고물가로 업계 전반적으로 차값이 크게 오른 상태다. 그런데 현대차·기아는 해외에서 판매하는 주력 제품 모두 10년 넘게 만들어온 차가 대부분이다. 부품 공급이나 생산 공정이 최적화되어 있어 비슷한 가격에 팔아도 다른 기업보다 더 수익성이 좋은 구조라는 것이다.

당초 작년 하반기부터는 실적 상승세가 꺾일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최대 시장인 미국 경제가 호조를 보였고, 현대차·기아가 특히 미국에서 사상 처음으로 판매 4위로 올라서는 등 미국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것이 비관적인 전망을 넘어선 요인이 됐다는 평가다.

◇”올해도 자신 있다”는데, 변수도 많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올렸는데도 올해 목표를 더 높게 잡았다. 현대차는 작년보다 판매량이 0.6% 증가한 424만대, 매출 증가율 4~5%를 달성하겠다고 했다. 기아도 지난해와 비교해 판매량 목표는 3.6% 더 늘어난 320만대, 매출은 1.3% 증가한 101조1000억원, 영업이익은 3.4% 많은 12조원으로 잡았다.

세계적인 전기차 시장 둔화에도 최대 시장인 미국 소비가 견조하게 이어지고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 판매가 지역별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전기차 수요가 줄면서 배터리 가격이 떨어지며 재료비가 줄고 연초 환율이 1달러당 1300원을 계속 웃돌고 있는 것도 수익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자동차업계 안팎에서는 경기 침체의 강도가 예상보다 더 셀 경우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현대차·기아 모두 작년 4분기 판매량·영업이익이 예상치를 소폭 밑돈 것으로 나타났는데, 업계에서는 이를 경기 침체 영향권에 접어드는 신호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현대차그룹 내부에서도 한국과 중국, 유럽은 판매가 작년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기차 시장 침체가 이어지는 것도 주요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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