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낳은 세계적 마에스트로, 오자와 세이지 별세

향년 88세···사인은 심부전

29년간 보스턴 심포니 지휘

일본이 낳은 세계적 마에스트로, 오자와 세이지 별세

일본이 낳은 세계적인 지휘자 오자와 세이지가 지난 6일 별세했다. 향년 88세.

12일 아사히신문 등 일본 매체들에 따르면 오자와는 도쿄 자택에서 심부전으로 별세했다. 그는 미국 명문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29년 동안 이끄는 등 아시아인으로서 백인 남성들의 전유물이나 마찬가지였던 클래식 지휘계에서 커다란 족적을 남긴 지휘자다.

1935년 옛 만주국에서 태어난 오자와는 초등학생 때 처음으로 피아노를 배우며 피아니스트를 지망했으나, 중학교 시절 럭비 경기 중 손가락 골절을 당하며 지휘자로 진로를 바꿨다. 1955년부터는 도쿄에 있는 도호학원 음악과에 입학해 본격적으로 지휘를 배웠으며, 대학 졸업 뒤에는 1959년 프랑스로 건너가 브장송 국제지휘자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했다.

오자와는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레너드 번스타인 등 세계적인 명지휘자들을 사사한 뒤 1973년 38세의 나이로 명문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으로 취임했다. 이후 2002년까지 29년간 보스턴 교향악단 최장수 상임 지휘자로 활약하며 명성을 쌓았다. 2002년부터 2010년까지는 세계 최고 오페라 극장 중 하나인 빈 국립오페라 음악감독을 지냈다.

고인은 현역 시절 화려하고 열정적인 지휘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다른 아시아 출신 음악가들이 국제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는 분위기를 열어준 ‘선구자’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채드 스미스 보스턴 심포니 최고경영자(CEO)는 “그가 음악계의 정점에 서면서 (비슷한 여건에 있는)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줬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고인은 10여년전부터 질병으로 활동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다. 그는 2010년 식도암 수술을 받은 데 이어 탈장, 폐렴, 대동맥판막협착증 등에 잇따라 시달렸으나 1984년 창단한 사이토 키넨 오케스트라를 이끌며 활동을 이어갔다.

보스턴 심포니는 악단의 머리 글자인 ‘BSO’를 따 설치된 건물 조명에서 ‘B’자를 끄고, 고인의 이름 머릿 글자를 연상하게 하는 ‘SO’만을 켜 둠으로써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그가 여러 차례 지휘했던 빈 필하모닉과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도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오자와의 별세 소식이 전해진 뒤 엑스(X·옛 트위터)에 “세계에 뜻을 갖고 국경을 넘어 큰 감동을 준 위대한 지휘자이며 일본이 자랑한 레전드(전설)였다”고 전했다.

박용하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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