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망할 것"이라며 세계적 브랜드 키운 다이소 창업자 별세

다이소산업 “창업자 야노 히로타케, 12일 별세” 발표

2019년 4월23일의 고인

(서울=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 “(100엔숍 경쟁업체인) 세리아나 캔두 탓에 ‘(우린) 곧 망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위기감 덕분에 다시 성장할 수 있었다.”

자신이 만든 회사가 “곧 망할 것”이라고 부정적으로 말하는 것으로 유명했던 ‘100엔숍 다이소’ 창업자 야노 히로타케(矢野博丈) 전 다이소(大倉)산업 회장이 12일 일본 히가시히로시마(東廣島)시에서 심부전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주고쿠(中國)신문 등 일본 매체가 19일 다이소산업의 발표를 인용해서 전했다. 향년 만 80세.

1943년 중국 베이징에서 태어난 뒤 패전 후 가족과 함께 귀국한 고인은 부친이 의사였지만 가난하게 자랐다. 결혼을 계기로 처가의 방어양식업을 물려받았다가 3년 만에 부도가 나 700만엔의 빚을 지고 야반도주했다. 도쿄에서도 9번 직장을 옮겨 다닌 끝에 1972년 생활용품을 트럭에 싣고 다니며 파는 ‘야노상점’을 차렸다. 도산했거나 자금난에 시달리는 기업의 재고상품을 싸게 사다가 싼값에 파는 형태였다.

고인이 100엔(한화 약 890원) 균일가로 상품을 파는 걸 처음 고안해낸 건 아니었다. 야노씨는 처음엔 100엔 균일가로 팔지 않았지만, 너무 바쁜 탓에 가격표를 구별해서 붙이기가 어려워지자 100엔 균일가로 판매했다. 고객이 “싼 게 비지떡”이라고 흉보는 데 충격을 받고 ‘이익을 포기하더라도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좋은 물건을 팔겠다’는 신념으로 원가 98엔짜리를 100엔에 팔기도 했다고 산케이신문은 전했다.

1970년대 석유 위기 와중에 다른 이들이 모두 영업을 중단할 때도 버텼고, 1977년 다이소산업을 창업했다. ‘100엔숍 다이소’라는 브랜드를 만든 계기는 유통 대기업 ‘다이에’의 퇴출 통보였다. 상품 60%를 넘기던 다이에측으로부터 “특별전시장이 지저분해지니까 다이에그룹은 100엔 균일가 판매 행사를 중단하겠다”는 통보를 받은 것. 고인은 고민 끝에 다이에에 들렀던 손님이 갈만한 장소에 100엔숍을 만들었고, 일본 곳곳에 ‘100엔숍 다이소’라는 상호로 직영점을 내기 시작했다. 일본 경제의 거품이 꺼진 뒤 장기불황 국면에 접어든 1990년대 후반에 급속도로 사세를 확장했다.

역시 100숍을 운영하는 경쟁업체 ‘세리아’,’캔두’ 등이 등장하자 “세리아에는 가게도, 상품도 졌다”거나 “6년 전까지만 해도 ‘다이소는 망할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부정적인 말을 서슴지 않았지만, 위기감으로 상품의 다양화를 추진해 2019년 현재 일본에 약 3천300개 점포, 해외 26개국에 약 2천개 점포를 운영하는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웠다. 한국 다이소는 2001년 상호에 ‘다이소’를 붙이고 지분 투자를 받았다가 최근 아성HMP가 2대 주주인 다이소산업의 지분을 전량 사들이며 관계를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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