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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만 오른 게 아니잖아요. 양배추, 양파, 대파 다 가격이 뛰었는데 식당을 박리다매로 운영하고 있어서 가격도 못 올리는 상황입니다.”
서울 중구에서 닭갈비집을 운영하는 김영진(54)씨는 지난달 눈물을 삼키며 1명 있던 아르바이트생까지 줄였다. 현재 주 7일, 아침부터 밤까지 홀로 일하고 있는 김씨는 11일 한겨레에 “물가가 너무 올라 손님이라도 많이 받지 않으면 버틸 수 없어 쉬는 날 없이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두더지 잡기’ 게임 속 두더지처럼 곳곳에서 솟아오르는 채솟값에 식당 주인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여러 종류의 채소를 부재료로 써오던 식당들은 고민이 더 깊다.
김씨 가게의 닭갈비에는 닭, 양배추, 대파, 양파, 깻잎, 고구마가 꼭 들어가야 한다. 소스에는 배를 갈아 넣는다. 문제는 대부분 재룟값이 지난해보다 2배가량 올랐다는 점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중도매인 판매가격(상품 기준)을 보면, 이번 달 양배추 8㎏ 가격은 1만5580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 8642원이었던 것에 비해 2배 가까이 올랐다. 대파 1㎏은 1880원에서 2669원으로, 양파 15㎏은 2만904원에서 2만7117원으로, 배 15㎏은 4만2219원에서 11만6314원으로 뛰었다.
마진도 그만큼 줄었다. 1인분에 1만원인 김씨 가게의 닭갈비에서 재룟값은 지난해 약 3500원을 차지했지만 이번 해 5000원까지 늘었다. 여기에 임대료, 전기료 등을 제하면 1인분을 팔았을 때 김씨에게 돌아오는 돈은 약 1500원. 인건비라도 줄일 수밖에 없던 이유다. 김씨는 “계속 오르는 채솟값 때문에 힘들지만 양을 줄였다가 손님 발길이라도 끊기면 더 손해기에 그냥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버티는 사장님’은 김씨만이 아니다. 서울 중구에서 15년째 백반집을 운영하는 박용선(69)씨는 “청양고추 가격도 만만치 않게 올랐다”고 말했다. 청양고추 10kg은 1년 전 4만8896원에서 현재 8만4823원으로 올랐다. 박씨는 “청양고추는 찌개에, 양파는 제육볶음에 꼭 들어가야 해서 뺄 수도 없다. 매일 새벽기도에 나가 ‘물가 좀 안정되게 해달라’고 빌고 있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커뮤니티 등에선 ‘청양고추 더 달라는 손님이 제일 무섭다. 더 달라고 하면 1인당 1개씩 주는데, 결국 안 먹고 버린 손님들 보면 밉다’, ‘박리다매 밥집인데 잠시 장사 안 하는 게 나을까 싶을 정도로 양파랑 양배추가 비싸졌다’ 등의 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채솟값 폭등의 원인으로는 기상 악화로 인한 생산량 감소 등이 꼽힌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4월 농업관측 자료를 보면, 호남·제주 지역에서 3월 하순 이후에 나오던 만생종 양배추는 잦은 비, 일조량 부족 등으로 지난해 비해 생산량이 11.2% 줄었다. 양파와 청양고추도 같은 이유로 생산량이 약 2% 줄었다.
고나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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