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복귀 전공의 구제·선처 없다" 정부, 면허정지 등 행정 처분 돌입

“미복귀 전공의 구제·선처 없다” 정부, 면허정지 등 행정 처분 돌입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에 불응한 전공의에 대한 행정 처분 절차에 착수한 4일 서울 송파구 대형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서 환자와 보호자들이 서성이고 있다. 정다빈 기자

정부가 진료현장 복귀를 거부한 전공의들에 대해 4일 행정 처분 절차에 돌입했다. 제재 대상자만 8,000명에 육박한다. 정부는 “구제하지 않겠다”, “처분은 불가역적”이라며 추후 선처 가능성에도 선을 그었다. 처벌 면제(2월 29일) 및 정상참작(3·1절 연휴)을 공언한 정부의 복귀 기한 통첩에도 돌아온 전공의가 많지 않아 ‘무더기 면허정지 사태’가 현실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면허정지 사전통지 개시… 무더기 제재 불가피

보건복지부는 이날부터 전국 수련병원을 현장 점검한 뒤 근무지 이탈이 확인된 전공의에게 이르면 5일 행정 처분에 관한 사전통지서를 발송할 계획이다. 지난달 29일까지 수련병원 상위 100곳에서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는 9,981명으로, 결근자 9,438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이 내려졌고 그중 7,854명에 대해선 명령 불이행 확인서가 징구된 상태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업무개시명령 위반 시 최소 3개월 면허정지 처분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하며 “행정력 한계와 의료공백을 고려해 순차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행정절차법상 사전통지 후 전공의에게 의견 진술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 처분이 확정되기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수 있다.

실제로 면허가 정지될 경우 전공의들은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된다. 면허정지 기간만큼 추가 수련을 받는다 해도 5월 31일 전에 전공의 과정을 마칠 수 없다면 그해 연초에 치러지는 전문의 시험 응시가 불가능해 전문의 자격 취득 시기가 1년 이상 늦어지기 때문이다. 행정 처분 이력이 남아 향후 취업에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중대본 회의에서 “개인의 진로에 중대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유념하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핵심 관계자 형사 처벌 예고… 면허 취소 가능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열린 의대 정원 증원 저지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흔들고 있다. 뉴스1

정부는 대한전공의협의회와 각 수련병원 전공의 대표자에 대해선 행정 처분과 별도로 형사 고발 등 사법 절차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박 차관은 “특히 의료현장의 혼란을 초래한 집단행동 핵심 관계자들을 엄정하고 신속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무개시명령을 거부한 의료진은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고, 금고형 이상을 받으면 의사면허가 박탈된다.

한번 면허가 취소되면 다시 회복하기는 쉽지 않다. ‘면허 취소 원인이 된 사실이 소멸되고 반성하는 태도(개전의 정)가 뚜렷하다고 인정될 경우’ 심사를 통해 면허가 재교부되는데, 재교부 권한은 복지부 장관에게 있다. 더구나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집단행동이 면허 취소 사유라면 면허 재취득 요건을 갖추기가 힘들 것이란 분석도 있다.

전공의들은 ‘자발적 개별 사직’이라는 주장을 내세워 위법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하지만 신현호 의료법 전문 변호사는 “개별 행동이라 해도 사직 의사를 밝힌 뒤 1개월 근로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진료를 거부한 건 명백한 법 위반”이라고 설명했다.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도 “우리나라 헌법은 국가의 보건 책무를 명시하고 있다”며 “전공의들이 실력행사에 나선 것이라면 그 행동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 “이번엔 구제 안 한다”… 궁지 몰린 전공의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관련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및 정부의 대응방안 등을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이래저래 전공의들은 사면초가에 놓였다. 박 차관은 “지금이라도 빨리 환자 곁으로 돌아오면 정상참작을 할 것”이라며 퇴로를 열어 놓았고, “전공의들과 대화하겠다는 의지도 변함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처벌은 불가역적”이라며 “구제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정부가 이처럼 ‘법대로 한다’는 원칙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건 전공의들이 결국엔 구제받을 것이라는 생각에 집단 사직 같은 극단적 행동에 나선 것이라 판단하기 때문이다. 2020년 의사 파업 때는 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을 거부한 의대생 2,700여 명에게 이듬해 재응시 기회를 부여했고, 업무개시명령을 거부한 전공의·전임의 10명에 대한 고발도 취하했다.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집단휴업을 주도한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유죄 판결을 받아 2006년 의사면허가 취소됐지만 불과 3년 뒤 재취득했다. 의사 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그동안 의사 면허가 ‘의사 불패 신화’를 만든 공격 수단이자 방어 수단이었던 셈이다.

국민 여론도 정부의 강경 기조를 뒷받침하고 있다. 병원을 떠난 의사들이 “이런 나라에 살기 싫어 용접을 배우고 있다”, “의사 그만두고 포도농사를 짓겠다”, “1년 쉬고 다시 들어오면 된다” 등 무책임한 발언으로 여론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차관은 “국민 보건을 위한 정책적 결정이 특정 직역에 의해 좌우되지 않도록 뚝심 있게 의료개혁을 완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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