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는 후원, 지방대선 등록금 쥐어짠다…'천원 학식' 양극화

서울대는 후원, 지방대선 등록금 쥐어짠다…'천원 학식' 양극화

지난해 5월 서울 종로구 상명대학교 학생식당에서 학생이 ‘천원의 아침밥’을 받아 식사 장소로 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5월 서울 종로구 상명대학교 학생식당에서 학생이 ‘천원의 아침밥’을 받아 식사 장소로 가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의 한 사립대는 학생에게 1000원만 받고 아침 식사를 주는 이른바 ‘천원의 아침밥’의 적정 원가를 놓고 최근 고심에 빠졌다. 식재료값과 인건비 등 치솟은 밥상 물가를 고려하면 작년 한 끼 원가였던 3000원 선을 올해는 도저히 맞추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매일 학생 300여 명의 아침밥을 책임지기 위해 원가 부담이 큰 일반식 대신 김밥·샌드위치 등 간편식으로 대체하고 자율 배식제를 도입하는 등 자구책도 마련해봤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원가를 올리기로 가닥 잡고, 구내식당을 운영하는 외부 업체와 적정선을 논의 중이다.

 

학교 관계자는 “재단 투자나 총동문회의 도움 없이, 학생 등록금에 의존해 운영하는 상황인지라 사업 기간이 길어질수록 학교 부담이 커지고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뜨거운 학생 호응에 사업을 관둘 수는 없고, 한정된 예산 안에서 질 좋은 한 끼를 제공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막중하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후원, 지방대선 등록금 쥐어짠다…'천원 학식' 양극화

지난 3월 경희대학교 학생들이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 푸른솔문화관에서 천원의 아침밥을 배식받고 있는 모습. 뉴스1

지난 3월 경희대학교 학생들이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 푸른솔문화관에서 천원의 아침밥을 배식받고 있는 모습. 뉴스1

 

반면에 지난 연말까지만 해도 예산 부족으로 ‘천원 학식’ 중단 위기에 처했던 서울대가 올해 들어 기부금 6000만원 이상을 모으며 기사회생한 것과 대조된다. 3일 서울대 발전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지난달 28일까지 ‘천원 학식’ 이름으로 들어온 기부금은 총 8812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까지 모금액은 2500만원에 불과했으나, 빠듯한 학내 사정이 알려지자 졸업 동문과 교직원, 관악구 주민들로부터 순식간에 돈이 모인 것이다. 기부 건수는 총 546건으로, 건당 평균 16만원가량인 셈이다.

 

고물가 속에 ‘천원의 아침밥’ 운영 대학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대학 사이에서 기부금 비중에 따라 ‘부담 양극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3000~7000원대 원가로 책정돼 있는 ‘천원의 아침밥’은 학생이 1000원을 내면 정부·지자체가 1000원을 지원하고, 나머지는 대학 자체 예산으로 충당하는 식이다. 문제는 대학 부담금이다. 동문회나 발전재단 기부금이 충분한 서울권 대학이나 국립대는 여유가 있는 반면, 재정난을 겪는 지방·사립대에선 매 학기 인원수나 원가를 조정하거나 아예 사업을 접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서울대는 후원, 지방대선 등록금 쥐어짠다…'천원 학식' 양극화

연세대는 천원의 아침밥 사업비 가운데 국고 지원금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 전액을 발전재단 기부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연세대 발전재단 홈페이지 캡처

연세대는 천원의 아침밥 사업비 가운데 국고 지원금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 전액을 발전재단 기부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연세대 발전재단 홈페이지 캡처

대학 부담금은 교비와 기부금 등으로 꾸려지는데, 학교 사정에 따라 비중은 각기 달라진다. 연세대·고려대·성균관대 등 서울권 주요 대학들은 대학 부담금 중 50~100%를 기부금으로 메꾸고 있다. 그러나 총동창회 후원 등 기부금 모집이 여의치 않은 지방 대학에선 순수 학생 등록금만으로 감당해내는 곳이 많았다. 대구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기부금을 쓸지 검토를 했으나, 아무래도 다른 데 들어갈 곳이 많다보니 이쪽(학식)에는 쓰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학교마다 교비 투입 규모가 달라서, 일괄적인 정부 지원금이 충분치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북의 사립대학 관계자는 “수익성이 낮아 적자에 가깝다”며 “구내식당을 운영하는 외부 업체를 쥐어짜내야 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예산 문제와 수요 예측 실패가 겹치며 ‘천원의 아침밥’ 사업을 중단하는 대학도 있다. 하루 300인분을 제공해왔던 세종대는 지난해 2학기 학교 교비 문제로 단가 5000원을 맞출 수 없어 사업을 잠깐 접었다. 카이스트(KAIST)도 ‘천원의 아침밥’ 사업으로 준비한 예산이 지난해 5~7월에 조기 소진되면서 2학기엔 학식 운영을 못 했다.

 

지방거점 국립대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단가 6500원짜리 아침밥을 제공 중인 전북대 관계자는 “총동창회 지원으로 겨우 단가를 맞추고 있다”며 “후원을 계속 확대해 나가자는 게 총장의 뜻”이라고 했다. 또 다른 국립대 관계자는 “기부금 없이는 학식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안정적인 재원 운용을 위해선 기업 등 ‘큰 손’의 기부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후원, 지방대선 등록금 쥐어짠다…'천원 학식' 양극화

농림축산식품부

농림축산식품부

대학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는 올해부터 지원 금액을 기존 1000원에서 2000원으로 올리는 등 지난해보다 2배 더 많은 48억 4600만원을 관련 사업 예산으로 편성했다. 각 지자체에서도 38억원 규모를 추가 지원할 방침이다. ‘천원의 아침밥’은 2017년 농림축산식품부가 쌀 소비 확대를 위해 시작한 사업으로, 2017년 10개 학교에서 올해 186개 대학으로 확대됐다.

김서원 기자 [email protected]

ⓒ중앙SUNDAY(https://www.joongang.co.kr/sunday),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News Related

OTHER NEWS

황일봉 전 광주 남구청장 "정율성 기념사업 추진 사죄"

정율성 사업 철회 촉구 집회 참석한 황일봉 전 회장 (광주=연합뉴스) 정다움 기자 = 황일봉 5·18 부상자회 회장이자 전 광주 남구청장은 28일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눈 전범 정율성 기념사업을 추진해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 Read more »

대입 준비, 기본에 충실한 '적기교육'이 정답

대입 준비, 기본에 충실한 ‘적기교육’이 정답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다음 날인 17일 대구 수성구 정화여고 3학년 교실에서 수험생들이 가채점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4학년도 수학능력시험이 시행되었다. 킬러문항이 없어지면 물수능이 될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 Read more »

서울 도봉구, '우이천 제방길' 정비 공사 완료…보행로 확장·조명 설치

서울 도봉구, ‘우이천 제방길’ 정비 공사 완료…보행로 확장·조명 설치 오언석 도봉구청장이 지난 24일 우이천 제방길 정비공사 현장을 주민과 함께 살펴보고 있다. 사진=도봉구청 서울 도봉구(구청장 오언석)가 우이천 제방길 정비 공사를 완료하고 ... Read more »

허재현 기자 "최재경 녹취록, 신뢰할만한 취재원에게서 확보"

검찰 피의자 조사…”공수처에 검찰 관계자 고소” ‘대선 허위보도 의혹’ 허재현 기자, 검찰 피의자 조사 (서울=연합뉴스) 조다운 이도흔 기자 =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불리한 허위 보도를 했다는 의혹으로 수사받는 ... Read more »

‘담배 모르는 세대’ 세웠던 뉴질랜드…세수 모자라 금연법 철회

한 남성이 담배를 들고 있는 모습. 게티이미지코리아 다음 세대 완전 금연을 목표로 한 뉴질랜드의 야심적인 금연 대책이 폐기될 위기에 놓였다. 27일 출범한 뉴질랜드의 중도 우파 국민당 주도의 연정은 2009년 1월1일 ... Read more »

'수억 광고 수익 숨기고 해외 여행 유튜버', 재산 추적한다

‘수억 광고 수익 숨기고 해외 여행 유튜버’, 재산 추적한다 김동일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이 28일 정부세종청사 국세청에서 지능적 재산은닉 고액 체납자 집중 추적조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유명 유튜버 A씨는 매년 수억 ... Read more »

식사 직후 '과일' 먹는 습관… 당장 멈춰야 하는 이유

건강을 위해 매일 과일을 챙겨 먹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과일도 언제 먹느냐에 따라 몸에 끼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식사 후 곧바로 과일을 먹는 습관은 오히려 독이 될 수 ... Read more »
Top List in the 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