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피로증후군 견디다 28살에 ‘안락사’로 생 마감한 여성이 남긴 마지막 SNS 게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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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 후버 / Instagram ‘iamlaurenhannah’

한창 꿈을 향해 나아갈 20대에 안락사를 선택한 한 여성의 마지막 게시물이 많은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하고 있다.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28세 네덜란드 여성 로렌 후버(Lauren Hoeve)가 안락사로 생을 마감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자폐증을 앓고 있던 로렌은 27일 SNS에 팔로워들에게 보내는 마지막 게시물을 남긴 후 부모님과 친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안락사로 생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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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agram ‘iamlaurenhannah’

이제 28세 불과한 로렌의 죽음은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그녀는 말기 암에 걸리지도, 운동 신경 질환으로 몸이 마비되지도, 식물인간이 되지도 않았다. 로렌이 안락사를 선택한 이유는 심리적인 괴로움이 컸다.

2019년 로렌은 만성피로증후군이라고 불리는 근육통 뇌척수염(ME)을 진단받았다.

진단을 받기 전만 해도 그는 등산과 달리기를 즐기는 활동적인 성격이었다. 하지만 만성피로증후군을 진단받으면서 그녀의 삶은 무너져 갔다.

극심한 피로가 아무리 많이 쉬어도 풀리지 않고 6개월 이상 지속되는 만성피로증후군은 견딜 수 없는 피로감과 관절·근육 통증, 두통, 림프절 압통, 인후통, 기억력·집중력 저하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증상이 너무 복잡해 진단이 극히 어렵고 검사법과 치료법도 따로 없으며, 감염이나 면역체계의 변화, 스트로스로 인한 호르몬의 불균형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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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agram ‘iamlaurenhannah’

로렌은 만성피로증후군으로 인해 지난 5년 동안 극심한 피로와 통증으로 인해 대부분의 시간을 침대에 누워 지낼 수밖에 없었다.

또한 그녀는 극심한 메스꺼움과 통증, 피로감으로 고생하는 운동 후 불쾌감(PEM)을 경험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SNS에 이를 “절대적인 고문”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2022년 로렌은 ADHD 진단까지 받았다.

이후 로렌은 안락사를 결정하고 블로그 ‘브레인 포그(Brain Fog)’를 통해 자신의 여정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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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네덜란드는 2002년 세계 최초로 의사가 환자에게 약물을 투여하는 적극적 안락사를 합법화한 국가다.

현재 네덜란드에서는 ‘환자가 자발적으로 안락사를 요청한 경우’, ‘환자의 고통이 절망적이고 견딜 수 없는 경우’, ‘합리적인 다른 해결책이 없는 경우’ 등 6가지 조건을 만족하면 합법적으로 안락사를 선택할 수 있다.

로렌은 블로그를 통해 “자폐증, ADHD, 만성피로증후군으로 인해 항상 인생에 갇혀있다고 느꼈다”라고 토로했다.

로렌의 주치의는 안락사를 원하는 그녀의 바람은 존중하지만, 심리적인 고통을 이유로는 안락사를 실행해 줄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녀의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로렌은 안락사 전문가를 통해 예약 대기자 명단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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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이 올린 마지막 게시글 / X ‘dutchlauren’

2023년 4월, 로렌은 여러 의사를 만나 그녀가 안락사를 결정할 수 있는 정신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확인을 받았다.

그리고 지난달 초 로렌은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팔로워들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그녀는 “1월 27일 토요일이 나의 마지막 날이 될 거예요. 안락사는 오후 1시 30분에서 2시 30분 사이에 이루어질 예정이에요”라고 전했다.

안락사 당일인 27일에는 “이것이 제 마지막 트윗이 될 거예요. 여러분, 그동안 사랑해 주셔서 감사해요. 조금 더 쉬면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려고 해요. 저의 마지막 병적인 밈을 즐겨주세요”라며 밈을 공유했다.

로렌은 ‘안락사 당하는 나’라는 캡션과 함께 선글라스를 쓰고 카메라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어린아이의 모습과 그 옆에서 미소를 짓는 의사의 모습이 담긴 밈을 올렸다.

해당 게시물은 150만 명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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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agram ‘iamlaurenhannah’

누리꾼들은 “이제 평안을 찾길”, “이별의 여정을 공유해 주셔서 감사해요. 당신이 갈망하는 평화의 시작이네요”, “마지막 시간을 행복하게 보내길 바라요” 등의 댓글을 남겼다.

이후 로렌의 트위터에는 ‘로렌은 오후 1시 55분 부모님 레오니와 피터, 가장 친한 친구 라우가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 여러분의 사랑과 지원에 감사드린다’라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로렌의 엄마 레오니는 블로그 게시물에 “딸을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진다. 우리가 탈출구를 찾기 위해 현실적으로 가능한 모든 것을 다했다는 것을 알아달라”라면서 “로렌은 여전히 인생에서 많은 것을 얻고 싶어 했지만, 60세나 80세는 고사하고 30세까지 이런 고통 속에 살고 싶지 않아 했다”라고 전해 많은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한편 지난 5일에는 네덜란드 전 총리 드리스 판 아흐트와 그의 아내 유지니 여사가 동반 안락사로 한날한시에 눈을 감았다.

판 아흐트 전 총리는 2019년 팔레스타인 추모 행사에서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으며, 유지니 여사 역시 급격히 건강이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네덜란드 언론은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판 아흐트 총리가 교리에 어긋남에도 불구하고 아내와 함께 동반 안락사를 선택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