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A350 항공기. /이미지=아시아나항공
[데일리임팩트 김현일 기자]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4사가 항공업계에서 ‘핫’한 매물인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만만치 않은 가격이지만, 단번에 몸집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인 만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에어프레미아·에어인천·이스타항공 등 4개 LCC 업체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 예비입찰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티웨이항공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이 이뤄질 경우 양사의 유럽 4개 중복 노선(파리·프랑크푸르트·로마·바르셀로나)을 넘겨받을 예정이어서 참여하지 않았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가 매물로 나온 건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승인 조건이기 때문이다. 오는 6월로 예상되는 미국 경쟁당국의 합병 승인 여부 결정이 있다 한들 적합한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고서는 아시아나를 인수할 수 없는 만큼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반드시 매각을 성사시켜야 한다.
매각 측인 대한항공과 KDB산업은행은 예비 입찰 결과에 따라 본입찰 적격인수자 후보(숏리스트)를 선정, 본 실사 기회를 부여해 이르면 상반기 중으로 매수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예비입찰에는 참가하지 않았으나 에어로케이 역시 본입찰에는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외에도 페덱스(FEDEX)나 DHL, UPS 등 외국계 물류사 역시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에 관심을 보였으나 이들이 본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국토교통부에서 항공사업법에 따라 외국인이 대표로 있는 법인은 항공운송사업 면허 결격사유에 해당한다고 규정했기 때문이다. 물론 외국 자본으로부터의 투자가 이뤄질 가능성이 없지는 않지만 정부에서 국부유출 논란을 의식하고 있어 국내 기업간 경쟁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항공기가 컨테이너 위를 날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인수전 한 발 앞서있는 제주항공·에어프레미아?
LCC들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대한항공에 이어 국내 항공화물 업계 2위에 해당하는 규모인 만큼 인수만 한다면 안정적인 수입원을 갖게 되는 것은 물론 몸집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는 총 11대(보유 8대, 리스 3대)의 화물기를 갖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이 1조6071억원에 달한다. 연평균 국내외 화물 수송량만 75만톤(t)이다.
여기에 수입원을 다양화해 코로나 팬데믹과 같은 여객 감소 상황에서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점 역시 강점으로 꼽힌다. 엔데믹 시대에 접어들면서 항공화물 시장이 침체된 데다 항공 운임이 떨어졌다는 점에서 인수 메리트가 줄어들었다는 평가도 있으나, 그런 점을 감수할 만큼 충분히 매력적인 매물이라는 것.
현재 인수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로는 제주항공과 에어프레미아가 꼽힌다.
제주항공은 4사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고 지난 2022년 LCC업계 최초로 화물수송기를 도입해 운영 중인데 아직 그 규모가 전체 매출의 2~3%에 불과해 이를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에어프레미아 역시 항공화물사업 확대를 진행중인 데다가 중장거리 노선을 위주로 운행하고 있었던 만큼 궁합이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만 화물 2만1653톤(t)을 수송하는 등 경험도 충분하다.
반면 최근 부활에 성공한 이스타항공의 경우 3사와 달리 화물 항공운항증명서(AOC)를 아직 발급받지 못해 다소 불리한 상황이다. 에어인천의 경우 화물 전용 항공사라는 점에서 메리트가 있으나 그 규모가 큰 편은 아닌 만큼 자금 조달력 면에서 물음표가 붙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4사, 2조원 가량의 몸값 조달 위해 내·외 지원 절실
하지만 4사 모두 자금이 충분치 않은 것이 문제다. 2조원에 육박하는 화물사업부의 몸값을 지불하려면 외부 자금 조달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의 매각가가 5000억~7000억원 가량일 것으로 보고 있으나, 여기에 1조원 규모의 부채도 함께 떠안아야 하는 만큼 결국 최종 인수액은 1조70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보유 중인 화물기 대부분이 30년 이상 된 만큼 인수 이후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하다.
4사 모두 모기업이나 사모펀드 지원이 쉽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따라서 전략적 투자자(SI) 또는 재무적 투자자(FI)와 손잡고 컨소시엄을 구성해 본입찰에 뛰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현재 에어프레미아는 JC파트너스, 에어인천은 소시어스프라이빗에쿼티, 이스타항공은 VIG파트너스 등 사모펀드(PEF) 운용사를 지배주주로 두고 있다. 제주항공은 모회사로 애경그룹을 두고 있으나, 최근 애경그룹이 역으로 제주항공 지분 45.22%를 담보로 금융회사에서 자금을 빌려 계열사를 지원하는 등 자금 상황이 좋지는 못해 큰 지원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현재 우열과는 관계없이 누구와 손을 잡느냐에 따라 인수전의 향방이 달라질 거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 역시 이 때문.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부채까지 감안하면 적지 않은 규모인데, 그걸 전부 혼자 감당할 수 있는 항공사가 그 중에서 얼마나 있을까 싶다”라며 “뒤에서 재무적 투자자의 지원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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