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교수 "응급실 못가는 분 있나…의료대란 부추기지 말라"(종합)

“암 수술은 본래 응급수술 아냐…지나친 의료쇼핑 좋지 않아”

“의사는 환자 만들어낼 수 있는 집단…서양서도 의사수 함부로 안 늘려”

“전공의들 무슨 책임 있느냐…’악마 프레임’ 씌운 정부가 책임지라”

정부에 ‘대화’ 제안하면서도 “법정최고형 발언, 협박·모욕죄로 고발할 것”

계속되는 의료공백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서혜림 기자 =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집단사직한 전공의들의 복귀를 위해선 협박이나 강제가 아닌 설득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교수들과 정기적으로 대화할 것을 촉구했다.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26일 오전 7시 30분부터 서울의대 대강당에서 전격 회동한 뒤 이러한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날 회동은 비대위의 그동안 활동과 사태 출구전략 등을 교수와 전공의들에게 설명하고 의견을 공유하는 ‘제1회 대면 보고회’로 진행됐다.

교수와 전공의 80여명이 참석했으며, 이 중 전공의는 20∼30명으로 추산됐다. 회동 자체는 비공개로 진행돼 오전 8시 10분께 끝났다.

비대위는 이날 성명에서 “전공의들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 현장을 떠나고 있는 것이며, 이를 돌리기 위한 대책은 협박이나 강제가 아니라 설득에 의해야 한다”며 “제자들에 대한 정부의 조치가 법률적으로 부당할 경우 우리도 사법적 위험에 대응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대화는 모든 것에 우선한다. 정부는 의대 교수들과 소통 채널을 만들고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정기적으로 만나서 대화하기를 요청한다”며 “실질적인 협의는 4월 총선 이후로 연기하는 대신 그동안 의제 설정과 기본적인 상호 의견교환을 지속할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정진행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분당서울대병원 병리과 교수)이 26일 기자와 만나 발언하고 있다. 2024.02.26. [email protected]

정진행 비대위원장(분당서울대병원 병리과 교수)은 회동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의대 증원 수요 조사의 부당함을 지적하고, 전공의들을 향한 부정적인 시선, 언론의 ‘의료대란’ 보도 등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수요 조사가 아니라 희망을 조사한 거 아니냐”며 “의대 증원은 과학적 시뮬레이션과 부작용 등을 다 고려해야지, 희망을 조사해선 안 되는 거다. 대통령한테 부족하다고 보고 올린 그 라인도 당장 문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부에서 의대 증원 수요조사 시 규모를 부풀린 총장들의 사퇴를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며 “총장들도 책임져라”고 촉구했다.

연일 쏟아지는 ‘의료대란’ 표현에 대해서도 불편함을 감추지 않았다.

정 위원장은 “필수의료 체계를 감당하는 교수들이 병원에서 연속 160시간 근무하면서 (현장을) 책임지고 있다”며 “우리 국민 중 응급실 못 가는 분 계시느냐. ‘의료대란’ 일어났다고 부추기는 정부와 언론은 반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암 환자의 수술이 연기되는 등 불안이 커진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암 수술은 본래 응급수술이 아니라 예정된 수술”이라며 “여러 가지 검사 등 단계를 밟아가는 것이고, 응급은 당장 수술·처치가 필요한 질환”이라고 일축했다.

국민들의 의료 이용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했다.

정 위원장은 “일단 국민께 호소한다. 의사는 노예가 아니다”라고 한 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통계 계속 얘기하는데, OECD에 비해 너무 지나치게 의료 쇼핑하고 있다.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2천명 의대 증원 규모의 적정성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의사는 환자를 만들어낼 수 있는 집단”이라며 “전문가는 내가 먹고 살 걸 창출할 수 있어서 위험한 것이다. 그래서 (정확한) 숫자가 필요한 거고, 서양에서도 의사 숫자 함부로 안 늘린다”고 말했다.

이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집단행동 중인 전공의들에게 “29일까지 여러분들이 떠났던 병원으로 돌아온다면 지나간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는 “무슨 책임이 있느냐”며 반문했다.

정 위원장은 “전공의들에 ‘악마 프레임’을 씌운 데 대해 정부가 책임지라”며 “책임은 잘못한 사람에게 묻는 것이다. 그 말 거둬달라. 사죄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서 내뱉는 ‘법정최고형’ 등 위헌적 발언을 전공의에 대한 협박죄, 모욕죄로 고발할 것”이라고도 했다.

박민수 복지부 차관은 지난 16일 브리핑에서 “복귀하지 않으면 그에 따라 처벌이 가해지는데, 업무개시명령 위반 시 최고 징역 3년 혹은 벌금 3천만원 이하에 처해질 수 있다. 그러한 법 조항이 있다. 그래서 그건 최고라는 거고요”라고 말했다.

붐비는 대학병원

특히 후배 의사인 전공의에 대한 형사처벌이 이뤄질 경우 법률적 검토를 거쳐 투쟁에 나서겠다는 의지도 밝히고, 정치권에서도 제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여러 이해관계의 갈등을 조정해 최적의 합의안을 도출하는 게 정치 아니냐”며 “국민들도 다치지 않고, 우리 제자들도 돌아올 수 있도록 정치의 역할을 해달라”고 했다.

서울의대 교수협 비대위는 의대 교수들이 정부와 대화해 이 사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환자는 물론 제자이자 후배 의사인 전공의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의료계에서는 서울의대 교수협 비대위가 강력한 해결 의지를 밝혀온 만큼 이날 만남이 서울대병원 전공의들의 집단행동 향방을 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점쳤으나, 전공의들의 참여가 저조해 사태의 향방을 가늠할 수는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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