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은 통곡의 바다…“엄마 아빠는 세월호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어”

다시 찾은 통곡의 바다…“엄마 아빠는 세월호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어”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은 16일 오전 전남 진도군 조도면 동거차도 인근 사고 해역에서 희생자 유족들이 헌화하고 있다. 김용희 기자 [email protected]

“으아아아아.”

16일 오전 10시30분. 해무 사이로 노란 부표가 보이자 애절한 통곡 소리가 검푸른 수면 위로 울려 퍼졌다. 갑판 난간을 움켜쥐고 말없이 고개 숙인 아버지, 무릎이 꺾여 울부짖는 어머니, 눈물을 주체 못 해 고개를 쳐든 형제자매들. 몸짓은 제각각이었어도 각자가 감당한 슬픔의 무게는 다르지 않아 보였다.

이날 새벽 경기도 안산을 출발한 0416단원고가족협의회(협의회) 유족과 4·16재단, 안산온마음센터 관계자 등 48명은 오전 7시30분쯤 3000t급 해경 경비함 3015함에 올랐다. “부우, 부우, 부우~.” 3시간 남짓한 항해 끝에 참사 장소에 도착했음을 알리는 뱃고동이 세 차례 울렸다. 전남 진도군 조도면 동거차도 남쪽 3.3km 해역. 10년 전 이날 세월호가 침몰한 그 바다였다. 10번째 선상추모식을 맞는 유족들의 표정은 무겁고 침울했다.

매년 협의회 유족들은 아이들이 좋아했던 안산 단원고 앞 벚꽃을 국화와 함께 사고해역에 띄워왔다. 올해는 생화를 구하지 못해 벚꽃 모양 조형물로 대신했다. 유족들이 먼저 간 아이들 이름과 함께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쓴 노란 리본을 벚꽃 조형물에 매달았다.

다시 찾은 통곡의 바다…“엄마 아빠는 세월호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어”

세월호 참사 10주기인 16일 오전 0416단원고가족협의회 유족들이 전남 진도군 조도면 동거차도 인근 사고 해역에서 선상추모식을 열고 있다. 김용희 기자 [email protected]

고 김빛나라양 아버지 김병권씨가 준비해온 추도사를 읽었다. “단원고 앞 거리의 벚꽃을 보면 왈칵 눈물이 난다. 그토록 가슴에 깊은 한을 품고 한송이 꽃으로 그 먼 길을 떠나 이제는 볼 수도, 만질 수도 없구나. 엄마 아빠는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세월호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 언제쯤 세월호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잊지 않을게’라는 노래에 맞춰 헌화가 시작됐다. 다시한번 절규가 이어졌다. “보고 싶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협의회 감사인 고 이호진군 아버지 용기씨가 이달 5일 슬픔을 이기지 못한 유족 한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비보를 전했다. 이렇게 세상을 등진 유족이 3명이라고 했다. 이씨는 “정부는 특별법 제정과 재판 과정에서 비극적인 죽음에 차별을 조장했다. 마음이 아프다. 아이들에게 미안하다”며 고개를 떨궜다.

갑판 위 울음이 잦아질 때 쯤 참사 이튿날부터 반년 남짓 유족 곁에 머물렀다는 자원봉사자 5명이 준비해온 흰색 카네이션을 바다 위로 던졌다. 연유를 묻자 이름 밝히기를 꺼린 한 자원봉사자가 말했다. “꽃말이요. 하얀 카네이션 꽃말이 ‘당신을 열렬히 사랑합니다’입니다.”

다시 찾은 통곡의 바다…“엄마 아빠는 세월호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어”

세월호 희생자 유족들이 16일 오전 전남 진도군 조도면 동거차도 인근 바다에서 사고지점에 설치된 부표를 바라보고 있다. 김용희 기자 [email protected]

김용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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