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코어 14세대 프로세서, 공냉 쿨러로도 충분 “수냉 고집할 필요 없어”

PC의 성능이 빠르게 높아져 오면서 ‘소비 전력’과 ‘발열’의 기준도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이는 반도체 제조 공정이나 아키텍처 차원에서 달성할 수 있는 성능 향상을 뛰어넘기 위한 고육지책의 결과이기도 하며 여러 가지 문제가 함께 엮여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최신 PC들의 성능 효율이 예전보다 크게 높아졌음에도 성능을 극한까지 끌어내기 위해 필요한 전력 소비량과 발열 수준은 예전보다 많이 높아진 상태다.

이에 ‘쿨링’은 최신 고성능 PC의 성능을 최대한 이끌어냄에 있어 중요성이 많이 높아졌다. 특히 성능이 중요한 고성능 데스크톱 PC에서 중앙처리장치(CPU)나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쿨링 성능은 성능에 충분히 의미 있는 수준의 영향이 나타날 정도다. 노트북 PC에서도 같은 CPU와 GPU를 사용하더라도 제품의 쿨링 설계와 전력 공급 제한 설정에 따라 상당한 성능 차이가 나타난다. 이제 고성능 PC라면 CPU와 GPU의 소비전력과 발열을 감당할 수 있는 성능을 갖춘 쿨러가 필수가 됐다.

하지만 이 또한 너무 과할 필요는 없다. 특히 최신 인텔 코어 14세대 프로세서에 ‘수냉 쿨러가 아니면 사용할 수 없다’는 의견은 다소 과장이 크다. 코어 14세대 i5 급은 물론이고, 코어 i7, i9급 ‘ K 시리즈’ 프로세서도 적당한 가격대의 공냉 쿨러로 충분히 만족스러운 성능을 낼 수 있다. 고가의 고성능 수냉 쿨러를 장착하면 좀 더 높은 성능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비용 대비 이득은 제한적이다. 그리고 모든 설정을 ‘잠금 해제’ 하는 것보다는 적절한 제한 설정을 사용하는 것이 전체적인 효율을 높일 수 있을 방법이다.

인텔 코어 14세대 프로세서, 공냉 쿨러로도 충분 “수냉 고집할 필요 없어”

인텔 14세대 코어 K-시리즈의 공식 전력 제한 설정은 최대 253W 급이다. / 권용만 기자

인텔의 PC용 프로세서 제품 중 가장 높은 성능을 내는 코어 14세대 ‘K 시리즈’ 프로세서는 일반 모델보다 더 높은 열설계전력(TDP) 설정을 가지고 있다. 코어 i9 기준, 일반적인 코어 14세대 i9-14900 프로세서가 PBP(Processor Base Power) 65W, MTP(Maximum Turbo Power)는 219W 정도를 사용하는 데 비해, 코어 14세대 i9-14900K 프로세서는 공식 PBP 설정이 125W, MTP 설정은 253W다. 이에 맞춰 기본 동작 속도나 최대 동작 속도도 ‘K 시리즈’ 프로세서 쪽이 더 높게 설정돼 있다.

또한 ‘K 시리즈’ 프로세서는 ‘오버클럭킹’이 가능하도록 프로세서의 기본 전력 제한 설정을 메인보드에서 임의 설정할 수 있다는 특징도 있다. 이에 인텔의 기본 PBP, MTP 설정은 메인보드 수준에서 종종 임의의 설정으로 ‘무시’되는 경우도 흔하다. 사실 코어 i9-14900K의 경우 인텔조차도 이를 어느 정도 무시하는 경우가 있는데, 실제 코어 i9-14900K를 장착하고 인텔의 기본 설정을 적용했을 때도, PBP와 MTP 설정은 기본 ‘253W’로 인식된다.

오버클럭킹을 지원하는 Z790 칩셋 기반 고급형 메인보드라면 종종 이 설정을 뛰어넘기도 한다. 특히 많은 메인보드에서 제조사별로 명칭이 다른 ‘MCE(Multi-Core Enhancement)’ 설정이 기본적으로 활성화된 상태인데, 이 경우에는 공식적인 PBP, MTP 설정을 무시하고 대부분의 전력 제한을 ‘무제한’으로 설정하고, 터보 부스트 설정은 모든 상황에서 ‘최대 동작 속도’에 맞춰 설정된다. 경계선에 아슬아슬한 ‘오버클럭킹’ 상태인 셈이다. 일부 제조사의 메인보드는 아예 인텔의 공식 설정을 불러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코어 i9급 프로세서는 성능과 반응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다양한 기술도 함께 사용된다. 특히 ‘서멀 벨로시티 부스트(TVB: Thermal Velocity Boost)’나 어댑티브 부스트(ABT: Adaptive Boost Technology)’는 프로세서의 온도나 전력 소비량에 여유가 있을 때 이를 최대한 활용해 순간적으로 동작 속도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그런데 이 설정의 기준이 되는 ‘전력 소비량’이 무제한이라면, 이들 기능을 사용해 성능은 더 끌어올릴 수 있지만 전력 소비량과 발열도 늘어나게 된다. 물론 이들 기능의 경우 코어 i7 이하 급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인텔 코어 14세대 프로세서, 공냉 쿨러로도 충분 “수냉 고집할 필요 없어”

부스트 관련 기능들을 무제한으로 적용한다면 수냉 쿨러가 필요할 수도 있다. / 권용만 기자

이렇게 다양한 ‘부스트’ 관련 기능들이 무제한으로 적용된 경우라면, 14세대 코어 i9급 프로세서는 렌더링 등 프로세서의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상황에서 크게는 300W를 넘어가는 높은 소비전력과 발열을 보게 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코어 수가 다소 적고 동작 속도도 조금 더 낮은 코어 i7이나 i5의 경우 이런 극한 상황에서도 더 낮은 소비전력과 발열량을 보인다.

이러한 극한 상황에서 프로세서가 예상 이상으로 높은 소비전력과 발열을 보이는 이유는 현재 반도체 공정의 특성과 제품 설정 사이에서의 ‘괴리감’에서 찾을 수 있다. 반도체 기반 프로세서들은 제조 공정과 아키텍처에 따라 가장 높은 효율을 기대할 수 있는 ‘최적 지점’이 있다. 이 지점을 경계로, 이 지점 아래에서는 동작 속도가 높아져도 소비전력의 변화가 그리 크지 않지만, 최적 지점을 넘어가면 동작 속도 대비 소비전력이 크게 높아지고, 성능 대비 에너지 효율이 크게 떨어지는 상황을 마주한다.

하지만 최신 고성능 프로세서들에서 ‘최대 동작 속도’ 설정은 이 최적 지점을 다소 넘어선 위치에 있다. 이는 전력 효율이 떨어지는 것을 감수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제품에 필요한 절대 성능을 얻기 위한 설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높은 설정치에는 고성능 ‘쿨링’이 전제되며, 쿨링 성능 문제로 발열을 모두 잡지 못하면 프로세서를 보호하기 위해 동작 속도를 조절하는 안전 장치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지점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동작 보증 범위에서 다소 애매모호한 지점이기도 하다.

인텔 코어 14세대 프로세서, 공냉 쿨러로도 충분 “수냉 고집할 필요 없어”

코어 i9-13900KS의 전력 제한 설정 유무에 따른 성능 차이, 높을수록 좋다. / 권용만 기자

인텔 코어 14세대 K 시리즈 프로세서에 있어 반드시 수냉식 쿨러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물론 코어 i9 프로세서에서 모든 전력 제한을 풀고 모든 상황에서 최대 부스트 동작 속도를 언제나 유지하겠다면 높은 성능의 수냉 쿨러가 필요하겠지만, 모든 사용자에게 이런 조건이 필요하지는 않다. 프로세서의 전력 제한 설정을 모두 풀고 고성능 쿨러를 장착한 것과 전력 제한 설정을 유지한 경우의 성능 차이 또한 그리 크게 나타나지 않는다.

360mm급 라디에이터를 갖춘 고성능 수냉 쿨러 환경과 충분한 전력 공급량을 전제로 해도, 코어 14세대 i9급 프로세서에서 253W급 전력 제한과 전력 제한 해제 시의 최대 프로세서 성능 차이는 채 10%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 성능 차이는 렌더링 등 멀티스레드 환경에서 주로 나타나며, 게이밍 등에서 중요한 ‘싱글 스레드’ 성능은 현재의 전력 제한 범위로도 넉넉해서 성능 차이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더군다나, 그래픽카드 등 다른 요소들의 성능이 필요한 게이밍 등에서는 이 차이가 더 줄어든다.

수냉 쿨러의 경우 공냉 쿨러에 비해 성능이 좋다는 인식이 있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수냉 쿨러도 라디에이터의 크기에 따라 성능 등급이 나뉘는데, 360mm 급 라디에이터를 갖춘 제품은 공냉 쿨러 대비 성능 우위가 분명하지만 가격대가 높고,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240mm급 라디에이터를 갖춘 제품은 동 가격대의 공냉 쿨러 대비 성능 우위도 크지 않다. 또한 수냉 쿨러는 펌프 고장이나 누수 등에 대한 부담도 있어 PC에 익숙한 사용자가 아니라면 추천에 부담이 있다.

공냉 쿨러의 경우 누수 등에 대한 부담이 없고,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며, 관리 측면에서도 덜 까다롭다. 최근의 ‘듀얼 타워’형 공냉 쿨러는 5만원 전후의 가격대에서도 코어 14세대 i9, i7급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TDP 250W 급의 성능을 낸다. 이 외에도, 수냉 쿨러를 사용할 때는 메인보드의 전원부나 SSD를 위한 쿨링 솔루션을 별도로 고민해야 할 수도 있지만, 공냉 쿨러의 경우는 CPU 쿨러 주위의 공기 흐름으로 전원부와 SSD의 쿨링까지 모두 해결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인텔 코어 14세대 프로세서, 공냉 쿨러로도 충분 “수냉 고집할 필요 없어”

기본 전력 제한을 그대로 쓴다면, 꼭 수냉 쿨러가 ‘필수’는 아니다. / 권용만 기자

코어 14세대 K 시리즈 프로세서를 공냉 쿨러와 함께 사용하고자 하는 경우는 인텔의 기본 전력 제한 설정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코어 14세대 K 시리즈의 경우 코어 i9, i7은 PBP 125W, MTP 253W 설정이며, 코어 i5는 PBP 125W, MTP 181W다. 인텔의 기본 전력 제한 설정을 적용하려면, 프로세서 장착 후 메인보드 바이오스 설정에서 MCE 관련 설정을 끄고 프로세서의 전력 제한 관련 설정을 확인하면 된다. 전력 제한 이외의 부스트 관련 설정은 그대로 사용하는 쪽이 더 낫다.

인텔의 전력 제한 설정을 그대로 사용한다면, 코어 i7이나 i9급 프로세서에서도 250W 급 TDP를 소화할 수 있는 5만원대 전후의 2팬, 듀얼 타워 구성의 공냉 쿨러를 사용하면 충분하다. 코어 i5의 경우에는 이보다도 부담이 적어서, 200W급 TDP를 소화할 수 있는 3~4만원대의 1팬 싱글 타워 구성의 공냉 쿨러로도 여유로울 것이다. 설령 쿨링 성능이 부족하더라도 프로세서는 상황에 따라 동작 속도를 조절해 자체적으로 손상을 보호하는 기술도 갖춘 만큼, 약간의 쿨링 성능 부족을 크게 불안해할 필요도 없다.

한편, 사용자의 입장에서도 전력제한 해제와 멀티 코어 최대 부스트 동작 속도에 대해 지나치게 집착하지 않는 편이 좋겠다. 부스트 동작 속도는 사실 ‘보너스’ 같은 개념이라 있으면 좋지만 너무 집착하다 보면 잃는 것이 더 많아질 수 있다. 코어 i7급 프로세서에서 부스트 동작 속도를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고가의 메인보드와 쿨러를 구입하는 것보다, 이 부분을 타협하고 기본에 충실한 코어 i9급 모델에 더 나은 사양을 구성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더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권용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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