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구호단체인 ‘희망친구 기아대책’에서 첫 외국인 고액 후원자가 탄생했다.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에샤노프 바흐티야르(56) 우즈오토코리아 대표다. 우즈오토코리아는 우즈베크 국영 자동차 기업인 ‘우즈오토’의 한국 법인이다. 에샤노프 대표는 작년 12월 기아대책 측에 1억원 기부를 약정하고 전액을 즉시 납입했다고 한다.
“우즈베크에 첫 車공장 세워준 한국에 보답”
지난 15일 서울 강서구 우즈오토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난 에샤노프 대표는 “우즈베크에서는 기부했다고 주변에 알리지는 않는데”라며 “한국에서 받은 은혜를 갚고 싶은 마음에 기부를 결심했다”고 했다. 그는 “31년 전 농사로 먹고살았던 우즈베크에 첫 자동차 공장을 만들어준 한국에 늘 고마움을 느꼈다”며 “언젠가는 내가 도움을 받은 만큼 한국에 다시 돌려줘야겠다고 꾸준히 생각해왔다”고 했다.
에샤노프 대표가 한국과 처음 인연을 맺은 건 1993년이다. 대우그룹이 우즈베크 정부와 합작한 ‘우즈대우’라는 회사에 입사했다. 우즈대우는 당시 중앙아시아 지역의 첫 자동차 공장이었다. 에샤노프 대표는 경남 창원에서 신입 사원 교육을 받았다. 해외 직원 MBA 지원에 선발돼 1년 반 동안 아주대에서 공부했다. 그는 MBA 수료 후 우즈대우의 지주회사 ‘우즈오토’에 발탁됐고, 지난 2003년 우즈오토코리아로 발령난 뒤 21년간 근무 중이다. 우즈오토코리아 대표직을 맡은 건 지난 2010년부터다. 에샤노프 대표는 “과거 한국 기업이 제공한 교육 지원 사업 덕분에 지금의 위치에 올 수 있었다”며 “앞으로는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살피고 보듬고 싶다”고 했다. 그는 “사내 기부 문화도 장려해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싶다”고 했다.
당초 기아대책 측에서는 에샤노프 대표에게 우크라이나 긴급 구호나 아프리카 후원을 권했다고 한다. 에샤노프 대표는 “제안을 받자마자 1초도 망설이지 않고 ‘한국 사회에도 도와야 할 곳이 많은데 왜 굳이 다른 나라를 도와야 하느냐’고 말했다”며 “대우그룹이 아무도 모르는 우즈베크에 자동차 공장을 만들어 준 덕분에 자동차 산업은 2만명의 일자리를 만들어준 ‘효자 산업’이 돼 감사한 마음뿐”이라고 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우즈베크의 승용차 생산 대수는 32만7600대로 중앙아시아 1위다.
에샤노프 대표는 국내 아동과 다문화 가정을 위해 기부금을 써달라고 했다. 그는 “작년 12월 우즈오토코리아가 ‘7000만불 수출의 탑’을 받을 만큼 역대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해 꼭 좋은 일을 위해 수익을 나눠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나도 한국에서 외국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만큼 다문화 가정과 국내 아동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다문화 가정뿐 아니라 독거노인과 미혼모 등 취약 계층을 위한 기부를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기아대책은 에샤노프 대표 뜻에 따라 기부금 1억원 중 8000만원은 국내 아동 24명의 진로 상담을 추진하는 데 쓰고, 2000만원은 다문화 아동의 장학금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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