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이 교장 사택에 사는 게 자연스러운 나라

덴마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는 ‘레고’이다. 창의적인 조립과 놀이가 가능한 이 컬러풀한 블록 장난감은 전세계 장난감 시장의 9%를 차지하며, 전세계 아이들의, 때로는 어른들의 장난감이기도 하다. 레고 회사가 추구하는 슬로건은 ‘내일을 건설하려는 이들에게 영감을 주자’라고 한다. 그런데 덴마크 여행을 다녀오고 나니, 이 나라는 ‘행복한 나라가 무엇인지에 대한 영감을 주는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행복지수 1위 국가에 자주 오르는 덴마크의 행복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피상적으로 보자면, 의료비 무료, 교육비 무료, 대학등록금 무료, 실업보조금 지급 등 복지 제도로 마련된 탄탄한 사회안전망이 그 바탕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외형적인 조건들만으로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2024년 1월 22일부터 30일까지 덴마크로 7박 9일 동안 떠난 이번 여행은 덴마크 사회의 바탕을 이루는 철학과 가치관을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가정과 학교, 일터에서 실현된 크고 작은 삶의 철학들이 행복한 사회를 만들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행복한 학교에서 활짝 웃는 아이들

– 사회성과 자존감을 키우는 교육

일찍이 시민 계몽을 이끌며 덴마크 교육의 정체성을 만든 그룬트비(1783~1872)는 철학자이자 정치가이자 시인이자 교육학자였다. 살아있는 언어로, 실제 삶에 기반하여 교육하는 것을 강조한 그는 덴마크의 모든 교육 기관에 여전히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여행 셋째날인 1월 24일 오전, 쇠토프 숲유치원에 가보니 추운 날씨에도 아이들이 자연에서 뛰놀며, 고사리같은 손으로 칼을 쥐고 나무를 깎고, 모닥불 앞에서 요리를 돕고 있었다.

아이들은 크고 작은 위험을 직접 겪으면서 안전하게 노는 법, 도구를 잘 다루는 법, 자기 주도적으로 노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이곳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무언가를 스스로 하는 것과 맑은 공기를 쐬며 뛰노는 것뿐인 듯했다.

전날 방문했던 초등학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시험도 숙제도 없는 학교에서 아이들은 서로 협력하며 사회성을 익히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공동체에 참여하는 경험을 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여 배우고 있었다.

안전한 공동체 속에서 자신이 가치 있다고 느끼고, 자신감을 갖게 하는 교육 원칙은 아이들의 밝고 쾌활한 표정으로 그대로 반영되고 있었다. 대다수의 아이들이 패배감을 느끼고 좌절하는 한국의 교육과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심지어 코펜하겐 중심부에 위치한 명문 사립고인 류슨스틴 고등학교를 방문했을 때조차도 교사가 강조하는 건, 세계 여러나라를 통해 나와 우리를 배우고, 실제 세상 속에서 경험을 통해 배우면서 삶에 대한 준비를 하는 교육이었다.

그는 “행복하고 자신감 있는 학생이 더 잘 배운다”고 하면서 학생들이 팀을 이루어 협력하는 수업과 경청하고 소통하는 토론 교육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이렇게 학교에서 자존감을 키우고, 점수에 연연하지 않고 여유있게 진로를 선택하게 되면 사회에 나가서도 자신의 일에 만족하고 보람을 더 느끼지 않을까? 실제로 일상에서 마주친 덴마크의 가게 점원, 웨이터, 버스 기사들은 다른 유럽 국가들과 비교하더라도 더 밝고 친절한 모습이었다.

노동시간이 길지 않고, 법정 유급 휴가가 연 5주나 보장될 뿐 아니라, 노조 조직률과 협동조합 가입률이 높은 것도 국민들의 행복도와 직업 만족도에 기여하고 있을 것이다. 든든한 복지제도와 국민들이 서로 연대하는 문화가 이 나라를 “누구도 굶어 죽지 않는 나라”, “내가 넘어지면 누군가가 도와줄 거라는 신뢰의 나라”로 만든 것이 아닐까.

교사 대학에서 얻은 깊은 깨달음

– 뼛속까지 스며든 평등과 협력

경비원이 교장 사택에 사는 게 자연스러운 나라

경비원이 교장 사택에 사는 게 자연스러운 나라

 

여행 나흘째인 25일, 덴마크 울러럽에 있는 자유 교원 대학에 방문했을 때, 대학 캠퍼스를 소개해주던 한 대학생이 초록빛 잔디밭 위에 있는 그림같이 예쁜 집을 보며 말했다.

“저 건물은 원래 교장선생님 사택인데 지금은 저곳에 경비원 아저씨가 살고 있어요. 학교 학생들을 전부 다 알고 계신 분이죠.”

전체 내용보기

News Related

OTHER NEWS

황일봉 전 광주 남구청장 "정율성 기념사업 추진 사죄"

정율성 사업 철회 촉구 집회 참석한 황일봉 전 회장 (광주=연합뉴스) 정다움 기자 = 황일봉 5·18 부상자회 회장이자 전 광주 남구청장은 28일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눈 전범 정율성 기념사업을 추진해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 Read more »

대입 준비, 기본에 충실한 '적기교육'이 정답

대입 준비, 기본에 충실한 ‘적기교육’이 정답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다음 날인 17일 대구 수성구 정화여고 3학년 교실에서 수험생들이 가채점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4학년도 수학능력시험이 시행되었다. 킬러문항이 없어지면 물수능이 될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 Read more »

서울 도봉구, '우이천 제방길' 정비 공사 완료…보행로 확장·조명 설치

서울 도봉구, ‘우이천 제방길’ 정비 공사 완료…보행로 확장·조명 설치 오언석 도봉구청장이 지난 24일 우이천 제방길 정비공사 현장을 주민과 함께 살펴보고 있다. 사진=도봉구청 서울 도봉구(구청장 오언석)가 우이천 제방길 정비 공사를 완료하고 ... Read more »

허재현 기자 "최재경 녹취록, 신뢰할만한 취재원에게서 확보"

검찰 피의자 조사…”공수처에 검찰 관계자 고소” ‘대선 허위보도 의혹’ 허재현 기자, 검찰 피의자 조사 (서울=연합뉴스) 조다운 이도흔 기자 =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불리한 허위 보도를 했다는 의혹으로 수사받는 ... Read more »

‘담배 모르는 세대’ 세웠던 뉴질랜드…세수 모자라 금연법 철회

한 남성이 담배를 들고 있는 모습. 게티이미지코리아 다음 세대 완전 금연을 목표로 한 뉴질랜드의 야심적인 금연 대책이 폐기될 위기에 놓였다. 27일 출범한 뉴질랜드의 중도 우파 국민당 주도의 연정은 2009년 1월1일 ... Read more »

'수억 광고 수익 숨기고 해외 여행 유튜버', 재산 추적한다

‘수억 광고 수익 숨기고 해외 여행 유튜버’, 재산 추적한다 김동일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이 28일 정부세종청사 국세청에서 지능적 재산은닉 고액 체납자 집중 추적조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유명 유튜버 A씨는 매년 수억 ... Read more »

식사 직후 '과일' 먹는 습관… 당장 멈춰야 하는 이유

건강을 위해 매일 과일을 챙겨 먹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과일도 언제 먹느냐에 따라 몸에 끼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식사 후 곧바로 과일을 먹는 습관은 오히려 독이 될 수 ... Read more »
Top List in the 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