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라가발루스 황제의 장미(1888). 로렌스 알마-타데마 作.
기행을 일삼고 정치에 소홀해 로마 사상 ‘최악의 황제’로 불린 엘라가발루스를 영국의 한 박물관이 ‘트랜스젠더 여성’으로 인정했다.
2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히칠에 위치한 노스 하트퍼드셔 박물관은 엘라가발루스가 ‘여성’을 자처했다는 역사 문헌을 바탕으로 그의 대명사를 ‘그녀'(she)로 표기하기로 했다.
서기 218년에 집권해 222년 암살당하기 전까지 짧은 기간 집권했던 엘라가발루스 황제는 10대 소년 황제로 화려한 여성 의복을 즐겨 입고 여성으로만 구성된 원로원에 참여하는 등 스스로를 여성으로 지칭했다고 알려졌다.
로마 시대 기록자 카시우스 디오는 “엘라가발루스는 당시 ‘부인, 여성, 여왕’ 등으로 불렸으며, 자신의 애인에게 ‘나를 군주(Lord)라고 부르지 말라, 나는 여성(Lady)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글을 남겼다.
이 같은 기록을 토대로 노스 하트퍼드셔 박물관은 그의 성정체성을 인정해 ‘그녀’라고 지칭하다고 밝혔다. 전시 설명에 사용되는 인칭 대명사는 당사자가 직접 사용했거나 적절하다고 여겨지는 것으로 쓰여야 한다는 박물관 규정에 따른 것이다.
다만 기록이 악의적으로 작성됐을 가능성도 있다. 앤드루 월러스-하드릴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로마인들에게 ‘트랜스젠더’라는 범주에 대한 인식은 없었지만, 여성으로서 성행위를 한다고 남성을 비판하는 것은 그에 대한 최악의 모욕이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기록자 디오가 엘라가발루스가 암살당한 후 왕위에 오른 세베루스 알렉산더 황제를 섬겼기 때문에 일부 역사학자들은 엘라가발루스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허구일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박물관을 운영하는 노스 하트퍼드셔 의회의 키스 호스킨스 의원은 “엘라가발루스는 확실하게 ‘그녀’ 대명사를 선호했다”며 “우리는 과거의 인물에게도 현대의 인물에게 하듯 인칭 대명사를 사용하는 것에 민감해지려고 한다”고 말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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