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보다 싼값에 '따로 또같이' 산다… 뉴욕·런던선 보편화

정부, 공유 임대아파트 추진

침실·화장실만 개인공간

주방·거실 등은 공동사용

최근 1·2인 가구 늘면서

민간 1만5천실 운영 추산

업체들 “정부 관심 환영”

용도통일·인허가 등 숙제

오피스텔보다 싼값에 '따로 또같이' 산다… 뉴욕·런던선 보편화

오피스텔보다 싼값에 ‘따로 또같이’ 산다… 뉴욕·런던선 보편화

서울 여의도의 한 기업에서 일하는 30대 김 모씨는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공유주택에 살고 있다. 원룸 형태로 전용면적 24㎡ 크기다. 4년 전에 살던 방 3개, 화장실 2개짜리 집과 비교하면 3분의 1 이하로 줄었다. 김씨는 “큰 불편은 없다”며 “고가의 장비를 갖춘 회의실도 별도 비용 없이 빌려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업무는 공유주거 내 회의실에서 보고 계절마다 바뀌는 옷과 물품은 간이 창고에 보관한다.

1~2인가구 확대로 공유주거가 새로운 유형의 주택으로 확산되고 있다. 정부도 주택 유형 다양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저출생 고령화 심화로 인구구조가 급격히 변하고 생활패턴이 변하면서 “집도 바뀌어야 한다”고 판단해서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34.5%(750만2000가구)에 달했다. 5년 전(2017년 28.6%)보다 비중이 5.9%포인트 늘었다. 한 가구당 평균 구성원 수도 2010년 2.8명에서 2022년 2.3명까지 줄었다. 2030년에는 가구당 구성원 수가 평균 2명에도 못 미칠 전망이다.

공유주거란 침실·화장실 등 필수 개인 공간은 개별 제공하면서 주방과 거실, 체육시설 등 공유 가능한 공간은 입주민들이 함께 이용하는 형태다. 영국 런던, 미국 뉴욕 등 주거 임대료가 비싼 해외 대도시에서 인기를 끌며 국내에도 2015년부터 생겨났다. 주방·식당·거실 등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 부분을 공유 공간으로 제공해 비슷한 수요층을 겨냥한 오피스텔보다 저렴한 임대료를 강점으로 내세웠다.

최근 주거비가 치솟고 전세사기까지 기승을 부리면서 공유주거 주택이 다시 조명받고 있다. 기업이 전문적으로 운영하고, 예상치 못한 임대료 인상이나 보증금을 떼일 우려가 적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혔다. 도입 초기 공유주거 사업은 홈즈컴퍼니, MGRV 같은 프롭테크 스타트업들이 이끌었다. 하지만 최근엔 SK디앤디, KT에스테이트 등 대기업 계열사들도 뛰어들었다. 부동산업계는 현재 국내 기업형 공유주거 시장을 1만5000실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민간 개발업계는 공유주거 등 새로운 주거 형태를 확대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기대감을 표시했다. 공공에서 새로운 유형의 주택 공급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경우 민간 사업 확대도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태현 홈즈컴퍼니 대표는 “정부에서 관심을 가진 것만으로도 더 다양한 주택 공급을 촉진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의 주택 실험이 성공하려면 보완돼야 할 부분이 많다는 지적도 있다. 공유주거의 경우 주택 자체를 공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부 콘텐츠를 어떻게 만들고 관리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더욱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실제로 최근 민간에서 선보인 공유주거 시설에는 건물 내 카페, 회의실, 헬스장, 도서관, 테라스 등 다양한 공용공간을 제공해 입주민들이 커뮤니티 활동을 즐길 수 있다. 쿠킹 클래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입주민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도록 유도한다. 가구, 조명 등 인테리어 소품은 별도 구독 서비스로 이용할 수 있다. 개발업계 관계자는 “공유주거는 프로그램이 중요하다”며 “이 영역을 이끌어갈 업체들을 육성하려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현행 법 테두리 안에서 애매한 위치인 공유주거를 어떻게 규정할지도 과제다. 현재 공유주거는 뚜렷한 용도 없이 호텔·기숙사 등 다양한 건축물 형태로 인가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유형 통일이나 인허가 단축을 통해 공급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SK디앤디의 ‘에피소드’는 도시형 생활주택과 아파트 등으로 허가받아 하루짜리 숙박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는다. MGRV의 ‘맹그로브’ 역시 지점마다 호텔, 도시형 생활주택, 생활형 숙박시설로 그 유형이 모두 제각각이다. 공유주거 업체 관계자는 “공공분양에서 공유주거 형태 숙박시설이 확대되려면 기존 공유주거에 대한 용도 변경 규제를 풀어주는 것도 공급 확대 방안의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공유주거 확대로 민간이 주도하는 대규모 임대주택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손동우 부동산전문기자 /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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