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 꽁꽁 싸맨 지갑, 전기차는 안 나가는데…불황 없는 하이브리드

국내외 완성차 업체들, 전기차 수요 둔화 현상 돌파구로 주목

올 1분기 국내 판매량 9만9832대, 전년 대비 46.3% 대폭 증가

KG모빌리티, 중 비야디와 협력…내년 토레스 모델 출시 계획

소비자들 꽁꽁 싸맨 지갑, 전기차는 안 나가는데…불황 없는 하이브리드

소비자들 꽁꽁 싸맨 지갑, 전기차는 안 나가는데…불황 없는 하이브리드

경기 침체로 잔뜩 위축된 소비자들이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환경친화적이라는 전기차의 장점, 주행 쾌감 등 내연기관차 특유의 매력을 고루 갖춘 데다 가격도 전기차 대비 저렴하다는 게 하이브리드차의 강점이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3월 전기차 판매량은 2만5550대로 전년 대비 25.3%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량은 9만9832대로, 지난해 1분기(6만8249대)보다 46.3% 증가했다. 앞서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서 발표한 자동차 통계 월보에서도 지난해 내수 전기차 판매가 6828대 줄어든 반면, 하이브리드차 판매는 10만1008대 증가했다.

국내외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수요 둔화 현상)의 돌파구로 하이브리드 차량에 주목하는 배경이다. 엔진과 전기모터를 주행 상황에 따라 적절히 구동할 수 있어 내연기관차보다 높은 연료소비효율에다 안전성까지 겸비한 하이브리드가 전기차 침체기를 버틸 수 있게 해주는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로 떠오른 셈이다.

다만,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하이브리드차의 비중과 속도 등을 어떻게 가져갈지는 시장 상황에 대한 인식 정도에 따라 업체마다 상이하다. 하이브리드차를 ‘급한 불 끄기’ 차원이나 전기차 확대 전 시간 벌기 수단으로 이용하는 업체도 있지만, 내연기관차·전기차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삼각 축’의 하나로 하이브리드를 활용하는 곳도 있다.

소비자들 꽁꽁 싸맨 지갑, 전기차는 안 나가는데…불황 없는 하이브리드

현대차 디 올 뉴 싼타페

현대차는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라는 두 마리 토끼 모두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다. 2025년 이후 선보일 신차를 100% 전기차 모델로 전환하겠다던 기존의 전략에서 ‘듀얼 전략’으로 바꿨다. 하이브리드로 수익성을 꾀하면서 전기차라는 고지를 향해서도 쉬지 않고 달려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8월 국내 시장에 내놓은 5세대 싼타페(디 올 뉴 싼타페)의 하이브리드 판매 비중이 70~80%를 차지하는 등 선풍적 인기를 끌자 현대차는 2025년 이후 선보일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아직 하이브리드 모델이 없는 제네시스에도 적용을 확대하기로 했다. 내년 초 한국 시장에 출시할 준대형 팰리세이드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에 먼저 하이브리드를 적용한다. 제네시스는 엔진과 뒷바퀴를 연결해주는 별도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기아는 지난 5일 ‘2024 CEO 인베스터 데이’를 열고 전기차 수요 둔화 대응 차원에서 하이브리드 차종 제품군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기아는 현재 준중형과 중형 차급에서 하이브리드에 주력하고 있으나 향후 대형 및 소형 차급으로도 하이브리드 적용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지난해 출시된 카니발 하이브리드(더 뉴 카니발)를 포함해 올해 6개 차종, 2026년 8개 차종, 2028년 9개 차종 등 주요 차종 대부분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운영하고, 차례대로 북미·유럽 시장에 투입할 계획이다.

이 밖에 국내 완성차 업체 중에서는 최근 사명과 엠블럼을 바꾸고 공격적 행보를 재개한 르노코리아가 하이브리드 공략에 적극적이다. 200개 이상의 특허를 보유한 르노 본사의 세계 정상급 하이브리드 시스템 ‘E-Tech 하이브리드’를 앞세워 올해를 ‘하이브리드 대중화의 해’로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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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르노 아르카나 E-Tech 하이브리드

지난 3일 선보인 ‘뉴 르노 아르카나 E-Tech 하이브리드’는 1.6L 가솔린 엔진과 2개의 전기모터로 이뤄진 복합 동력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시속 50㎞ 이하 도심 주행 시 최대 75%까지 전기모터 모드로만 움직인다. 오는 6월 부산모빌리티쇼에선 신차 D 세그먼트 하이브리드 중형 SUV 발표도 앞두고 있다. 이어 향후 3년간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 미래차 생산을 위한 설비 교체 비용 1180억원을 부산공장에 투자할 예정이다. 여기서 생산 중인 중형 세단 SM6는 조만간 단종하고 부산공장을 SUV와 전기차, 하이브리드 중심으로 재편해 올해에만 모두 11만대를 양산한다는 목표다.

아직 하이브리드 차량이 없는 KG모빌리티는 지난해 11월 하이브리드 차량 개발을 위해 중국 비야디(BYD)와 하이브리드 시스템 개발 협약을 맺었다. 2025년 토레스 기반의 하이브리드 모델 출시를 목표로 현재 비야디와 공동 연구를 벌이고 있다. 이번 협력을 통해 장기적으로 하이브리드 핵심 부품의 안정적인 수급이 가능해졌고, 첨단 전기·전자 통합 기술을 적용한 신차 개발을 통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KG모빌리티는 밝혔다. 이를 시작으로 하이브리드 제품군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KG모빌리티 관계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개발 역시 병행해서 진행할 계획”이라며 “최근 전기차 개발역량 강화 및 하이브리드 개발 성공을 위한 연구소 조직 개편을 완료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는 하이브리드에 소극적인 편이다. 내연차에서 전기차로 바로 넘어가는 전략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GM 한국사업장에서 출시된 하이브리드 차량도 없다. 한국GM 관계자는 “현재로선 하이브리드 차량 출시 계획도 없다”고 했다. 대신 전기차(캐딜락 리릭, 쉐보레 이쿼녹스 EV)와 내연기관차(캐딜락 XT4, 콜로라도) 출시를 올해 앞두고 있다.

수입 브랜드 중에선 BMW가 하이브리드를 중요한 제품군 중 하나로 본다. BMW는 ‘파워 오브 초이스(Power of Choice)’ 전략 아래 고객이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파워트레인과 세분화한 트림을 제공 중이다. BMW코리아 역시 내연기관부터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순수전기차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제품군을 꾸렸다. 차세대 프리미엄 세단 뉴 5시리즈 제품군에 추가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뉴 530e’를 지난 3월 국내에 공식 출시하기도 했다.

BMW 뉴 530e는 한층 강력해진 전기모터와 고성능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의 터보 엔진이 만나 합산 최고출력 299마력을 자랑한다. 전기모터의 출력 상승과 함께 전기모드하에서 주행거리도 늘어났다. 배터리와 연료를 가득 채우면 공인연비 기준 최대 751㎞까지 주행할 수 있다. 전기모드 최고속도는 시속 140㎞, 복합연비는 15.9㎞/ℓ(엔진+모터 기준)이다.

벤테이가, 플라잉스퍼 등 2개 제품군에서만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운영 중인 폭스바겐의 고급 브랜드 벤틀리도 2025년까지 모든 제품군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미국 포드는 2030년까지 모든 전기차 모델에서 하이브리드를 함께 선보이겠다고 최근 밝혔다. 하이브리드 강자로 통하는 도요타는 렉서스를 포함해 모두 24개 차종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이미 미국에서 팔고 있다. 포르셰는 내연기관·하이브리드·전기차 3개 트랙을 동시에 추구함으로써 고객의 자유로운 선택을 돕는다는 전략을 세웠다.

권재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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