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격전지] 野 3선이냐 텃밭 탈환이냐... 수도권 바로미터 ‘분당大戰’

경기 성남 분당을은 수도권 스윙보터(부동층 유권자)의 바로미터로 읽히는 핵심지역이다. ‘성남시장 이재명’을 탄생시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정치적 고향이기도 하지만, 역대 선거에선 보수 정당의 손을 들어준 경우가 많아 야권엔 험지로 분류돼왔다. 18대 국회 당시 3선 임태희 한나라당 의원이 이명박 정부 청와대로 차출되면서 보궐선거를 치렀는데, 손학규 민주당 후보가 당선돼 정치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후 김병욱 민주당 의원이 재선에 성공했다. 반면 지난 대선 때는 윤석열 대통령이 이 대표를 16%p 차이로 제친 곳이기도 하다.

[총선 격전지] 野 3선이냐 텃밭 탈환이냐... 수도권 바로미터 ‘분당大戰’

그래픽=정서희

이 지역의 최대 현안은 노후 도시 재건축을 위한 ‘선도지구’ 지정이다. 오는 4월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노후계획도시법) 시행을 앞두고, 1기 신도시 등 노후 택지지구가 있는 도시들 간 선도지구 지정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이 법은 지은 지 20년이 넘은 100만㎡ 이상 지구에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완화하고, 용도지역 변경 및 용적률 상향 등의 혜택을 주는 내용이다.

특히 선도지구로 지정되면, 각 도시에서 가장 먼저 시범적으로 재건축을 추진하게 된다. 다른 단지보다 신속한 집값 상승 및 삶의 질 개선도 기대할 수 있다. ‘신도시’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수도 배관부터 건물 외벽까지 노후한 아파트에서 불편을 호소하는 여론이 거세다는 게 여야 후보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최근엔 경기도 기본계획 승인권자인 김동연 경기지사까지 분당을 방문해 선도지구 지정을 약속하기도 했다. 기존 단지 수가 많아 사업 장기화가 불가피한 만큼, 재건축이 늦어지면 각종 변수에 따른 위험 요소도 커져서다.

분당을의 이런 특성은 수도권 승패를 가르는 부동층 표심과 맞닿아 있다. 역대 전국구 선거마다 특정 정당에 표를 몰아주기 보단 여야가 번갈아 당선됐고, 부동산 등 경제 이슈와 각 당의 도덕성 논란에 따라 여론이 요동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 집권 3년차에 치러지는 총선에서 분당을이 진보 정당 3선 의원을 허락하느냐, 보수 강세지역으로 회귀하느냐가 수도권 민심의 축이 된다는 뜻이다.

승패를 가를 키 역시 ‘누가 재개발 적임자인가’ 여부다. 재선 현역인 김병욱 민주당 의원과 김은혜 국민의힘 예비후보 모두 ‘1기 신도시법 원조’를 자처하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후계획도시법을 대표발의한 장본인이고, 김 예비후보는 분당갑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던 당시 ‘1기 신도시 특별법’(노후도시의 스마트도시 조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21대 국회에서 최초로 발의했다.

[총선 격전지] 野 3선이냐 텃밭 탈환이냐... 수도권 바로미터 ‘분당大戰’

그래픽=정서희

노후계획도시법은 김 의원이 2022년 3월 대표발의하고 민주당 의원 다수가 공동발의자로 참여한 법이다. 약 21개월 만에 국회 문턱을 넘어 올해 4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에서 네 차례 심사를 거쳐 11월 소위와 상임위를 통과했다. 이 과정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비(非)수도권 지역구 의원들의 반대가 컸다고 한다. 다만 민주당 노후계획도시 주거환경개선 특위를 중심으로 당 지도부와 해당 지역구 의원들을 설득, 원내대표가 ‘연내통과 목표’를 공언하면서 속도가 붙었다.

이런 ‘원조 경쟁’은 진실 공방으로도 번졌다. 정부의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발표 직후 민주당이 이런 조치를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한 입장문을 원내대변인 명의로 내서다. 이 입장문에는 “윤석열 정부의 포퓰리즘 폭주는 국민의 삶과 국가 살림을 망가뜨릴 뿐” “대통령 눈에는 총선밖에 안 보이나”라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김 예비후보는 “김병욱 의원님의 민주당은 공식브리핑을 통해 ‘재건축 규제 완화는 국민의 삶과 국가를 망가뜨리는 포퓰리즘 폭주’라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며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행복 추구권과 재산권을 짓밟은 민주당의 폭주를 총선에서 막아야 한다”고 했다. 이에 김 의원은 “1기 신도시 특별법은 다수당인 민주당이 주도했고, 민주당이 반대 의원들을 설득해서 통과시킨 법”이라며 “국회 속기록을 읽으면서 1기 신도시 특별법이 저와 민주당 주도로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공부좀 하시라”고 했다.

지난 5일 김동연 지사가 참석한 주민간담회에선 고성이 나오는 일도 있었다. 김 예비후보가 “재건축에는 여야가 있을 수 없다. 민주당에서는 어쨌든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한 총선용 포퓰리즘 입장을 발표하셨지만”이라고 말하는 순간, 김 의원은 “아니라고 했지 않나! 공인이 거짓말 좀 하지 마시라”고 언성을 높였다. 김 예비후보가 “도지사님, 의원님의 협조가 더욱 중요하다는 얘기였다. 흥분하실 일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김 의원은 “사실이 아니다. 해석을 잘못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주민들이 모인 현장에서 양측의 감정싸움으로 번질 정도로 재건축 이슈가 뜨겁다는 의미다. 김 의원은 통화에서 “분당이 민주당에 불리한 지역인데도 두 번이나 뽑아주신 주민 뜻에 부응하기 위해 반드시 재건축 사업을 중단 없이 추진할 것”이라며 “민주당 출신이라 재건축에 소극적이라는 잘못된 프레임이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제가 가장 주도적으로 나서서 이번에 재건축 법을 통과시키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선도지구 지정 등 재건축 전 과정에서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업이 필수적인 만큼, 대통령실 출신 여당 후보가 윤석열 정부 국무위원, 국민의힘 출신 성남시장과 ‘원팀’을 이뤄 긴밀히 소통할 수 있다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김 예비후보 측은 “선도지구는 성남시장이 국토부에 올려 장관이 지정하는데, 지정이 안 되면 사업 진행 자체가 불확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주민들 사이에 크다”며 “어느 후보가 국토부장관, 성남시장과 원활하게 대화하며 주민 숙원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지 유권자들께서 판단하실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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