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떠난 지금이 기회? 한의사들 연일 "우리 활용해라"

전공의 떠난 지금이 기회? 한의사들 연일

한의사들이 전공의 집단 이탈로 의료 공백이 현실화한 이후 연일 여론전에 나서고 있다. 3만명의 한의사가 의사들이 떠난 필수·지방 의료의 ‘빈자리’를 채워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의대 정원을 줄여 그만큼 의대로 넘기자는 다소 파격적인 제안도 했다. 의료정책에 소외된 한의계가 ‘위기를 기회로’ 삼아 의료 패러다임 전환과 새로운 시장 창출을 아울러 꾀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는 27일 성명서를 내고 “국가 의료체계 붕괴의 비상사태에 한의사를 투입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대한한의사전문의협회, 대한한의과전공의협의회, 대한공중보건한의사협의회 등 세 단체가 “의사들의 집단행동으로 인한 의료공백을 메우는 데 한의사단체가 나서겠다”고 공동 성명을 낸 지 5일 만이다.

이번 성명서에서 한의협은 ‘양의계의 비이성적인 집단행동’ ‘보건의료체계 붕괴위기’ 등 전공의 집단 이탈을 강한 논조로 비판하면서 “현재 초유의 진료 공백 사태는 양의계의 의료 독점과 양의계 일변도의 정책 및 제도에 기인한다”며 “불공정을 바로잡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한의사들의 1차 의료(필수 의료) 참여를 보다 더 확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의계는 진료 참여로 국민의 불편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한의사 업무와 1차 의료(필수 의료) 참여 확대 △응급의약품 종별 제한 폐지 △한의대-의대 졸업생의 교차 수련을 조속히 허용해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했다. 한의협은 “현재도 전국 한의원과 한방병원, 한의대부속병원들이 평일 야간·공휴일 진료를 확대하며 1차 진료는 물론 응급환자의 효율적인 처치와 연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한의계 지원을 통해) 고질적인 대한민국 의료체계의 병폐를 말끔히 치료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공의 떠난 지금이 기회? 한의사들 연일

한의계가 정부 의료 정책에 목소리를 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정부가 내년도 의과대학 정원을 2000명 확대한다고 발표한 바로 다음 날에도 한의협은 “의사가 10년 뒤에나 비로소 공급이 시작됨을 감안하면 당장 의료인력의 수급 배치에는 도움이 안 된다”며 “향후 인구감소와 이공계 인력 부족 현상, 한의사의 공급과잉 상황 등을 고려할 때 한의대 정원을 축소해 양방 의대 정원 증원에 활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정부에 건의한 바 있다. 한의대 정원을 줄여 의대로 넘기자고 먼저 제안한 것이다.

전공의 이탈 국면에 한의계가 존재감을 드러내려 애쓰는 것은 의료 정책에서 오랜 시간 소외된 데 대한 반발과 함께 ‘포화상태’에 처한 업계의 활로를 뚫어야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연간 한의대 졸업생은 800명 안팎으로 의사(3000여명)와 비교해 규모는 적지만 전체 수가 적다 보니 증가율은 더 높다. 보건사회연구원의 보건의료실태조사에 따르면 2010~2020년 면허 의사 수 연평균 증가율은 2.46%이지만 한의사는 3.19%에 달한다. 전북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는 A 한의사는 “우리 시(市)에만 100개가 넘는 한의원이 있다. 새로 한의원을 개원하려고 해도 자리가 없을 정도”라며 “일본은 편의점만큼 치과가 많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한의원이 그렇다는 우스갯소리를 동료들과 하기도 한다”고 자조했다.

전공의 떠난 지금이 기회? 한의사들 연일

최근 대규모 한방병원이 개원하면서 전체 한의사의 80%가량이 몸담은 한의원의 수익은 점점 줄고 있다. 꾸준히 상승하던 한의사 임금도 2020년 1억800만원으로 전년(2019년 1억1600만원)보다 10%가량 줄며 하락 전환했다. 필수 의료 분야 중 ‘폐과 선언’까지 한 소아청소년과(1억3500만원)에도 못 미치는 액수다. A 한의사는 “다이어트와 같은 비급여 처방 시장도 코로나19 이후 경제 위축으로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며 “이대로 한의사가 충원되기만 하고 빠지지 않으면 상황이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모두가 한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한의계의 요구들이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이전부터 양의계와 한의계는 갈등이 첨예했는데, 정부가 직역 간 역할 조정에 나설 경우 의사단체가 반발해 향후 협상 시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의사가 투입돼야 할 응급실·중환자실 등에 한의사의 역할은 제한적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한의사들의 역할 확대 방안을 검토하는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사실이 아니라고 분명하게 말씀을 드린다”고 답했다.

News Related

OTHER NEWS

황일봉 전 광주 남구청장 "정율성 기념사업 추진 사죄"

정율성 사업 철회 촉구 집회 참석한 황일봉 전 회장 (광주=연합뉴스) 정다움 기자 = 황일봉 5·18 부상자회 회장이자 전 광주 남구청장은 28일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눈 전범 정율성 기념사업을 추진해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 Read more »

대입 준비, 기본에 충실한 '적기교육'이 정답

대입 준비, 기본에 충실한 ‘적기교육’이 정답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다음 날인 17일 대구 수성구 정화여고 3학년 교실에서 수험생들이 가채점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4학년도 수학능력시험이 시행되었다. 킬러문항이 없어지면 물수능이 될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 Read more »

서울 도봉구, '우이천 제방길' 정비 공사 완료…보행로 확장·조명 설치

서울 도봉구, ‘우이천 제방길’ 정비 공사 완료…보행로 확장·조명 설치 오언석 도봉구청장이 지난 24일 우이천 제방길 정비공사 현장을 주민과 함께 살펴보고 있다. 사진=도봉구청 서울 도봉구(구청장 오언석)가 우이천 제방길 정비 공사를 완료하고 ... Read more »

허재현 기자 "최재경 녹취록, 신뢰할만한 취재원에게서 확보"

검찰 피의자 조사…”공수처에 검찰 관계자 고소” ‘대선 허위보도 의혹’ 허재현 기자, 검찰 피의자 조사 (서울=연합뉴스) 조다운 이도흔 기자 =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불리한 허위 보도를 했다는 의혹으로 수사받는 ... Read more »

‘담배 모르는 세대’ 세웠던 뉴질랜드…세수 모자라 금연법 철회

한 남성이 담배를 들고 있는 모습. 게티이미지코리아 다음 세대 완전 금연을 목표로 한 뉴질랜드의 야심적인 금연 대책이 폐기될 위기에 놓였다. 27일 출범한 뉴질랜드의 중도 우파 국민당 주도의 연정은 2009년 1월1일 ... Read more »

'수억 광고 수익 숨기고 해외 여행 유튜버', 재산 추적한다

‘수억 광고 수익 숨기고 해외 여행 유튜버’, 재산 추적한다 김동일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이 28일 정부세종청사 국세청에서 지능적 재산은닉 고액 체납자 집중 추적조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유명 유튜버 A씨는 매년 수억 ... Read more »

식사 직후 '과일' 먹는 습관… 당장 멈춰야 하는 이유

건강을 위해 매일 과일을 챙겨 먹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과일도 언제 먹느냐에 따라 몸에 끼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식사 후 곧바로 과일을 먹는 습관은 오히려 독이 될 수 ... Read more »
Top List in the 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