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성기를 비닐로 묶은 요양병원…“기저귀 매번 못 가니까” 적반하장

요양병원 참사 10년 반성없는 병원들

병세 악화되어도 제대로 설명 못들어

대학병원선 “이정도면 환자 방치한것”

병원은 오히려 적반하장 태도로 해명

의료분쟁 벌어져도 피해자 입증해야

환자기록지 엉터리 작성 경우도 빈번

아버지 성기를 비닐로 묶은 요양병원…“기저귀 매번 못 가니까” 적반하장

화재가 났던 전남 장성군의 효사랑 요양병원이 방치돼 있는 모습. [박동환 기자]

전라남도 장성군 삼계면에 위치한 효사랑 요양병원. 2014년 5월 이곳에서 발생한 화재로 노인 환자와 간호조무사를 비롯해 21명이 목숨을 잃었다. 기자가 최근 찾아간 사고 현장은 10년째 방치된 흔적이 그대로 느껴졌다. 쓰레기와 폐가구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고, 본관 건물 앞에는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 이곳이 요양병원이었다는게 무색할 정도였다.

당시 경찰조사에 따르면 일부 노인 환자들은 신체보호대에 묶인 채로 발견됐다. 비상구 통로는 자물쇠로 잠겨 있었다. 환자들과 함께 있어야 할 간호인력은 자리를 비웠다. 그 후로 10년이 흘렀지만 우리 요양병원 시스템은 전혀 개선되지 않은 모습이다.

매일경제 취재가 시작되자 요양병원에서 피해를 입은 환자와 보호자들 제보가 이어졌다. 하지만 병원을 상대로 증거를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다. 불법의료 행위 여부를 환자와 보호자가 직접 입증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아버지 성기를 비닐로 묶은 요양병원…“기저귀 매번 못 가니까” 적반하장

화재가 났던 전남 장성군의 효사랑 요양병원이 방치돼 있는 모습. [박동환 기자]

지난해 70대 시아버지를 대전의 한 요양병원에 입원시켰다는 박정숙 씨(35·가명)는 한달새 시아버지상태가 급격히 악화돼 응급실로 옮겨야 했다. 시아버지 이성식 씨(가명)는 지난해 당뇨합병증으로 수술을 받고 요양을 위해 그해 8월 요양병원에 입소했다. 그러나 한달도 안돼 호흡곤란, 발열, 염증수치 증가, 신장기능까지 전체적인 몸 상태가 악화되면서 대학병원 응급실로 옮겼다. 요양병원 입원 전에는 없었던 욕창이 생겼고 몸무게도 눈에 띄게 줄어 있었다.

박씨는 “대학병원에서 욕창 진행상황과 병변 위치를 보더니 ‘이렇게 악화된 것은 (요양병원에서) 체위변경이 제대로 안됐기 때문’이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하루종일 같은 체위로 눕혀뒀을때 생기는 증상이라는 것이다.

아버지 성기를 비닐로 묶은 요양병원…“기저귀 매번 못 가니까” 적반하장

한 요양병원 입원환자의 기저귀를 장시간 교체하지 않고 그대로 둔 모습. 방치된 환자들은 열이 나고 요로감염증에 걸려있는 경우가 많았다. [박동환 기자]

환자 배뇨를 위해 가족들이 바지를 내렸을 때는 아연실색했다. 시아버지의 성기 주변이 아예 비닐로 꽁꽁 감아져 있었다. 이에 대해 한 요양병원 간호사는 “기저귀 가는 횟수를 줄이기 위해 쓰는 꼼수”라고 말했다. 가족은 병원에 항의했지만 해당 병원 행정과장은 오히려 “우리가 (간병인들의 모든 행동을) 제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병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전국 요양병원을 대상으로 하는 평가(입원급여 적정성)에서 2등급을 받은 병원이기도 하다. 해당 병원으로부터 설명을 들으려고 했지만 응하지 않았다.

아버지 성기를 비닐로 묶은 요양병원…“기저귀 매번 못 가니까” 적반하장

한 요양병원 입원환자의 기저귀를 장시간 교체하지 않고 그대로 둔 모습. 방치된 환자들은 열이 나고 요로감염증에 걸려있는 경우가 많았다. [박동환 기자]

환자들이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이유는 노인성 질환, 만성 질환을 갖고 있는 이들이 치료와 재활을 하기 위해서다. 의료법상 요양병원은 노인 환자들이 주로 입원해 치료받는 ‘병원’이기 때문이다. 요양병원은 상당수 노인들이 임종의 공간으로 선택하는 ‘생애 마지막 집’이다.

직장인 이현주 씨(가명) 역시 의사소통이 가능했던 아버지가 요양병원에 입원한지 얼마 안돼 의사소통은 커녕 의식 불명 상태에 빠져 대학병원 응급실로 전원됐다. 이씨는 지난해 10월 주변 평가가 좋은 공주시의 한 요양병원에 아버지를 입원시켰다. 하지만 이씨의 아버지는 체중이 급격히 줄고 몸상태가 악화됐다.

이씨 아버지는 오랫동안 제대로 식사를 못해 영양부족 상태에 놓였지만 이씨는 병원측이 제대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했다. 반면 해당 병원 관계자는 “환자와 친척관계인 간병인이 식사를 전담했고 병원에서는 제때 맞춰 식사를 공급했다”고 설명했다. 이 병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적정성 평가에서 3등급을 받은 곳이다. 하지만 최근 전원한 의료원에서는 “이 정도면 요양병원에서 방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씨의 아버지는 대학병원 중환자실에서 약 한달간의 투석, 수혈을 받은 끝에 일반실로 겨우 이동할 수 있었다.

환자들의 상태와 무관하게 간호기록지를 기재하는 일도 빈번하다. 이씨가 아버지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요청한 간호기록지에는 “틀니를 세척했다”라는 말이 반복적으로 나와 있었지만, 이씨 아버지는 틀니를 사용하지 않았다. 가족들은 다른 환자의 기록지를 그대로 붙여 넣은 것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2019년 밀양의 한 요양병원에서 아버지를 떠나보냈다는 김정훈 씨는 의료진을 진료기록 조작 혐의 등으로 경찰에 고소했다. 김씨가 확인한 기록지에 따르면 아버지가 사망한 후에도 저녁식사를 하고 피부 치료를 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김씨는 “이는 명백한 진료기록 조작으로 나머지 기록도 전혀 신뢰할 수 없음을 방증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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