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게임 좀 할게요" 그 뒤 멈춘 배…번뜩인 기지가 21명 구했다[뉴스속오늘]

“바둑 게임 좀 할게요” 그 뒤 멈춘 배…번뜩인 기지가 21명 구했다[뉴스속오늘]

“1차 교전 이후 해적은 석해균 선장에게 밥을 주지 않았습니다. 소말리아로 가면 죽이겠다고 했습니다.” -조리장 법정 증언 중

2011년 1월21일 4시58분(현지시간) ‘아덴만 여명 작전’ 명을 받은 청해부대 소속 UDT 대원들이 다시금 고속정에 올랐다. 3일 전 벌어진 1차 교전에 이어 작전을 마무리 짓는 게 목표였다. 피랍된 삼호주얼리호에 침투한 대원들은 4시간58분에 걸친 2차 교전 끝에 피랍선원 21명을 전원 구출했다.

‘아덴만 여명 작전’은 한국 해군이 해외에서 수행한 최초의 인질 구조작전으로 기록됐다. 해적 8명을 사살, 5명을 생포했다.

당시 북한의 천안함·연평도 도발에 부적절하게 대응해 질책받았던 군이 자신감을 되찾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외신도 이를 “한국 특수부대의 드라마틱한 구출 작전”으로 평가하며 “한국군의 사기가 크게 오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덴만 해역에서 만난 해적떼

2011년 1월15일 아라비아해 아덴만 해역에서 대한민국 화물선이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피랍됐다. 피랍 선박은 삼호해운 소속 선박 삼호주얼리호(1만1566톤, 몰타 선적)였다. 피랍된 한국인 선원은 21명, 해적 세력 인원은 총 17명에 달했다.

선원들은 해적의 접근을 보고 선미의 로프 저장창고로 대피했다. 그러나 중무장한 해적들에게 배는 3시간15분 만에 넘어갔다. 해적들은 석해균 선장을 협박해 배를 소말리아로 돌리라고 요구했다.

대한민국 청해부대는 해적 소탕과 인질 구출을 명령받았다. 청해부대 6진에 해당하는 최영함은 충무공이순신급 구축함이었다. 해상 작전을 위한 링스 헬기를 갖추고, 선박 검문 검색을 위한 UDT 대원, 항구 정박 시 함정 경계를 위한 해병대원이 타고 있었다. 총인원은 전대장 겸 함장 조영주 대령 이하 300명이었다.

“엔진오일에 물을 타라”…선장이 발휘한 기지

같은 시간 배 안에서 해적의 감시가 엄중해졌다. 석 선장이 기지를 발휘했다. 막무가내로 통신용 컴퓨터로 바둑 게임을 하겠다고 해적에게 우겼다. 게임을 한참 이어가다가 해적이 무료해 하는 사이 이메일에 접속했다. 납치 시간·현 위치·해적 숫자·소지 무기·작전 전개 시 승선이 용이한 위치를 적어 청해부대와 선박회사, 국제 관계기관에 보냈다.

소말리아 도착을 최대한 지연해달라는 답장을 받은 석 선장은 기관실 이상이 있다며 배를 멈췄다. 가짜로 수리하고 나서도 여전히 속도를 못 낸다며 지그재그로 주행했다. 해적 명령에 따라 협상을 위해 선박회사와 통화하면서도 중간에 몰래 한국어로 할 말을 전했다.

급기야 석 선장은 해적 몰래 “엔진오일에 물을 타라”고 지시했다. 지시받은 기관장 정만기는 해적의 감시를 피해 물을 탔다. 이때부터 선박은 정상 운항이 어려워졌다. 자주 멈췄고 속도를 못 냈다. 이에 몽골 상선을 빼앗아야겠다는 수를 낸 해적 4명이 배를 떠났다. 이를 멀리서 해군이 발견했다.

소재 파악에 성공한 한국 해군은 2011년 1월18일 최영함으로 해적들이 점령한 주얼리호 뒤를 쫓으며 해적들의 시선을 분산시켰다. 이 틈을 타 청해부대 소속 UDT 대원들이 고속정으로 은밀히 피랍 선박에 침투했고 이 과정에서 해적 수명이 바다에 빠져 실종됐다. 하지만 한국군 역시 대원 3명이 총상과 찰과상을 입어 작전을 잠시 중지하는 수밖에 없었다.

4억4000만원 자비로 내겠다고 나선 한국 의사

2011년 1월21일, 한국군은 1차 교전으로 해적들이 지친 틈을 타 다시 UDT 대원들을 투입했다. UDT 대원들은 인질 구출상황에서 발생한 교전으로 우리 피랍선원 21명을 전원 구출했다.

이같이 시작된 ‘아덴만 여명 작전’으로 피랍 6일 만에 선원들이 구조됐으나, 석 선장은 흥분한 해적들에게 6발의 총을 맞은 채 쓰러져 있었다. 결국 석 선장은 오만으로 이송되어 긴급 수술받았지만 의식을 잃고 깨어나지 못했다. 한국에서는 이국종 교수를 파견했다.

석 선장을 한국으로 데려가기 위해서는 에어 앰뷸런스가 필요했다. 대여비만 40만달러(당시 약 4억4000만원)라 국가기관 보증이 필요했다. 외교부 승인은 쉽지 않았다. 결국 이국종 교수는 “내 이름으로라도 빌리겠다”며 자신의 이름을 걸고 보증을 섰다. 그는 “모르겠다.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며 “왔으니까 무조건 해결해야 하고 석해균 선장이 잘못되면 나도 끝이라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다행히 석해균 선장은 한국에서 3차 수술을 받고 5일 뒤 의식을 찾았다. 약 9개월 만에 선장이 두 다리로 걸어서 퇴원하면서 아덴만 여명작전은 해피엔딩을 맞이했다.

눈을 뜬 석 선장의 병실에는 “석해균 선장님 여기가 대한민국입니다”라는 현수막이 적혀 있었다. 이 교수는 이에 대해 “사실 저는 목숨을 걸고 싸운 사람은 아니지 않냐”라며 “그런데 그 당시 작전에 참여했던 대원들은 아직도 그곳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분들이 자신의 자리를 묵묵히 지켰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당시 공로를 인정받아 이 교수는 지난해 12월27일 국군대전병원장으로 임명받았다. 2015년 7월 명예해군 대위로 위촉된 이후 해군 장병 긴급 의료지원에 기여해왔다. 2018년에는 명예해군 중령으로 진급했다. 2022년 8월부터는 국방부 의무자문관으로 활동하며 군 의료 정책 발전 방향에 자문해왔다.

News Related

OTHER NEWS

황일봉 전 광주 남구청장 "정율성 기념사업 추진 사죄"

정율성 사업 철회 촉구 집회 참석한 황일봉 전 회장 (광주=연합뉴스) 정다움 기자 = 황일봉 5·18 부상자회 회장이자 전 광주 남구청장은 28일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눈 전범 정율성 기념사업을 추진해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 Read more »

대입 준비, 기본에 충실한 '적기교육'이 정답

대입 준비, 기본에 충실한 ‘적기교육’이 정답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다음 날인 17일 대구 수성구 정화여고 3학년 교실에서 수험생들이 가채점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4학년도 수학능력시험이 시행되었다. 킬러문항이 없어지면 물수능이 될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 Read more »

서울 도봉구, '우이천 제방길' 정비 공사 완료…보행로 확장·조명 설치

서울 도봉구, ‘우이천 제방길’ 정비 공사 완료…보행로 확장·조명 설치 오언석 도봉구청장이 지난 24일 우이천 제방길 정비공사 현장을 주민과 함께 살펴보고 있다. 사진=도봉구청 서울 도봉구(구청장 오언석)가 우이천 제방길 정비 공사를 완료하고 ... Read more »

허재현 기자 "최재경 녹취록, 신뢰할만한 취재원에게서 확보"

검찰 피의자 조사…”공수처에 검찰 관계자 고소” ‘대선 허위보도 의혹’ 허재현 기자, 검찰 피의자 조사 (서울=연합뉴스) 조다운 이도흔 기자 =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불리한 허위 보도를 했다는 의혹으로 수사받는 ... Read more »

‘담배 모르는 세대’ 세웠던 뉴질랜드…세수 모자라 금연법 철회

한 남성이 담배를 들고 있는 모습. 게티이미지코리아 다음 세대 완전 금연을 목표로 한 뉴질랜드의 야심적인 금연 대책이 폐기될 위기에 놓였다. 27일 출범한 뉴질랜드의 중도 우파 국민당 주도의 연정은 2009년 1월1일 ... Read more »

'수억 광고 수익 숨기고 해외 여행 유튜버', 재산 추적한다

‘수억 광고 수익 숨기고 해외 여행 유튜버’, 재산 추적한다 김동일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이 28일 정부세종청사 국세청에서 지능적 재산은닉 고액 체납자 집중 추적조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유명 유튜버 A씨는 매년 수억 ... Read more »

식사 직후 '과일' 먹는 습관… 당장 멈춰야 하는 이유

건강을 위해 매일 과일을 챙겨 먹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과일도 언제 먹느냐에 따라 몸에 끼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식사 후 곧바로 과일을 먹는 습관은 오히려 독이 될 수 ... Read more »
Top List in the 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