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강과 항문에…" 아동 성범죄 재판 방청석에 초등생 수십명 '충격'

2014년 4월 24일 춘천지방법원 103호 법정에서 춘천계성학교 청각장애 학생들이 수화 교사의 통역을 통해 재판을 방청하고 있는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News1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창원지방법원이 초등학생들에게 좋은 취지로 재판 과정을 방청토록 했지만 하필이면 아동 성범죄 형사재판을 지켜보게 해 부적절 논란이 일고 있다.

사건이 사건인 만큼 재판에서 성범죄 당시 정황을 상세히 나열할 수밖에 없어 어른들이 듣기에도 불편한 ‘구강’ 항문’ ‘성기’ ‘삽입’ ‘성매수’ ‘욕구’ 등의 용어를 초등학생들이 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26일 부산일보에 따르면 지난 25일 창원지법은 법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려는 의도로 만든 ‘법원 견학 프로그램’에 따라 창원 시내 초등학교 2곳에서 5학년생 남녀 20여 명이 재판 과정을 직접 눈으로 보게 했다.

주로 만 11세의 나이인 초등학생들은 법원 직원의 안내에 따라 315호 대법정에서 펼쳐진 형사재판을 참관했다.

하필이면 당일 창원지법 315호 법정에서 다룬 형사 재판 7건 중 5건이 성범죄 사건이었으며 그중 4건은 미성년·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아동 성범죄였다.

재판부는 미성년자의제유사강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A 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면서 그 이유와 일부 무죄로 판단한 부분을 자세히 밝혔다.

재판부는 “A 씨의 구강·항문에 피해자 성기를 삽입한 행위에 대해 법리상 유사 강간으로 해석할 순 없다”고 유사강간 혐의에 대해 무죄 판단을 내리면서 ‘성기·구강·항문’ 표현을 10여 차례 반복했다.

곧바로 이어진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성매수등) 혐의로 기소된 30대에 대한 재판에서 재판부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내리면서 “13세 피해자에게 돈을 주고 성을 매수하는 행위를 했다. 아동 청소년을 성적 욕구의 대상으로 삼았다”고 지적했다.

방청객에 앉은 초등생들은 ‘성적 욕구’ ‘성 매수’라는 민감한 단어를 말없이 들은 후 참관을 마쳤다.

부적절 논란이 일자 창원지법 관계자는 “25일 오전 재판은 315호에서의 형사재판뿐이었다”며 “공개 재판이었고, 연령제한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니었고, 성범죄라고 (견학에서) 제외하고 있지 않아 견학 프로그램에 포함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부모와 조율하는 과정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며 난감해한 뒤 이번 일을 계기로 학부모들에게 ‘이런 재판인데 참관해도 괜찮은지’, 의견을 물어보는 절차를 넣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는 재판을 보여주는 게 교육적이다”며 “성교육을 위해 굳이 포르노를 보여줄 필요가 없고, 전쟁의 참상을 알리기 위해 팔·다리가 잘린 시신을 보여줄 이유가 없다”고 비판했다.

또 “이런 것이 정서적인 폭력이 아니면 뭐냐”라며 이런 견학 자체가 비교육적이고 아동학대라며 각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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