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권명숙 인텔코리아 사장 “생성형 AI 투자, GPU가 능사 아냐... 인텔 CPU 쓰면 비용 25% 절감”

[인터뷰] 권명숙 인텔코리아 사장 “생성형 ai 투자, gpu가 능사 아냐... 인텔 cpu 쓰면 비용 25% 절감”

권명숙 인텔코리아 사장./인텔코리아 제공

“인공지능(AI)이 가져다주는 혁신을 포괄적으로, 경쟁력 있는 투자 효율성의 관점에서 풀스택(Full Stack)으로 제공할 수 있는 회사는 인텔뿐입니다.”

권명숙(60) 인텔코리아 사장은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인텔코리아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권 사장은 지난 2015년 3월 인텔코리아 사장으로 취임한 후 올해로 10년차를 맞았다. 연세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1988년 인텔코리아 창립 멤버로 입사한 권 사장은 삼성SDI에서 소형전지마케팅 담당 상무로 일하다 다시 친정으로 돌아왔다.

권 사장은 이날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기반으로 한 생성형 AI 투자에는) 너무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가는데, 실상을 보면 GPU나 신경망처리장치(NPU)가 (솔루션 구축 과정에서) 불필요한 경우도 있다”며 “생성형 AI 투자 역시 무분별하게 진행되기보다는 총소유비용(TCO) 관점에서 투자 효율성을 가지고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TCO 분석이란 서버나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자본 투자를 하기 전에 수행하는 평가로, 투자로 얻는 비즈니스 가치가 해당 자산의 전체 TCO를 능가해야 효율적인 투자로 판단할 수 있다.

실제 엔비디아 GPU를 중심으로 하는 AI 인프라 투자는 IT 기업 입장에서 ‘오버 스펙’이 되는 경우가 많다. 더 많은 연산 성능이 필요한 학습용과 비교적 가벼운 추론용 GPU를 구분 없이 고가에 공급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판매 정책 때문이다. 권 사장은 “엣지(Edge) AI를 구현하는 데에도 GPU를 쓰는 경우가 있는데 실질적으로 검증을 해보면 중앙처리장치(CPU)를 사용해도 되며 비용 측면에서도 25%가 절감된다”며 “막대한 비용이 필요한 생성형 AI 투자를 좀 더 ‘가성비’ 있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사장은 올해 인텔이 반도체 시장에서 제조 경쟁력을 회복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가 돌아온 이후 성공 방정식을 그대로 가져가겠다고 밝혔으며 타협 없이, 말 그대로 미친 속도로 실행해 나가고 있다”며 “프로덕트와 파운드리를 나눠서 각자의 생존 경쟁력을 가져가도록 어려운 일을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TSMC, 삼성전자에 주도권을 내준 선단 공정에서의 리더십 회복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는 설명이다. 앞서 겔싱어 CEO는 올해 인텔 20A 공정과 18A 공정을 준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옴스트롬(angstroms)은 100억분의 1m로, 기존 초정밀 반도체 공정인 나노미터보다 훨씬 더 세밀한 단위의 표기다. 20A은 약 2나노미터로 변환할 수 있다.

파운드리 시장에서의 도약도 올해 인텔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다. 권 사장은 “인텔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개방성을 추구하는 회사가 됐다”며 “올해 출시한 메테오레이크가 하나의 상징적인 제품으로, 인텔이 처음부터 끝까지 다 맡아하는 방식이 아니라 TSMC 등 외부 파운드리와 협력하는 유연성을 발휘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권 사장은 “2024~2025년에 걸쳐 테스트 칩 50개가 파이프라인에 있고, 그중 75%가 18A(1.8나노급) 공정을 기반으로 한다”며 “지금까지 웨이퍼는 5건, 첨단 패키징은 5건을 계약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웨이퍼와 첨단 패키징) 총 수주액은 100억달러 정도로 지난 실적에서 발표한 40억달러에서 2배 이상 늘었다”며 “인텔이 패키징 분야는 잘하니까 그 분야의 계약이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권 사장과의 일문일답.

[인터뷰] 권명숙 인텔코리아 사장 “생성형 ai 투자, gpu가 능사 아냐... 인텔 cpu 쓰면 비용 25% 절감”

권명숙 인텔코리아 사장./인텔코리아 제공

─인텔코리아 수장을 맡은 지 10년이 됐다.

“인텔코리아의 비즈니스는 PC가 전부였다. 사업을 다각화해야 하는 시기였다. 위험부담이 크지만 동시에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보다는 ‘우리’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생각을 많이 했다. 내가 뛰어나거나 위대한 장수이기 때문에 ‘나를 따르라’는 식보다는 변화에 대처하는 자세와 같은 부분에서 ‘우리’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 부분에서 지금은 직원들이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상대적으로 적어졌고, 담대하게 시장 변화에 대처하고 길을 찾을 수 있다는 마인드셋이 자리잡게 됐다. 조직적으로 강해졌다.

한국 시장의 가치는 5200만명의 인구와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4분의 1밖에 되지 않는 영토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혁신을 견인하는 위치에 있다. 글로벌 지표에서 늘 상위권에 있으며 혁신의 아이콘이기도 하다. 인텔의 성장에 있어 한국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과 한국의 성장에 인텔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도 중요하다.”

─팻 겔싱어 CEO가 부임한 2021년 이후 많은 것이 바뀌었다.

“겔싱어가 돌아왔으니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현실이 되고 있다. 2021년 IDM 2.0 전략을 발표하면서 ‘성공 방정식을 가져가겠다’고 했고, 실제로 많은 것이 달라졌다. 가장 대단한 것은 타협이 없는 추진력이다. 내부적으로는 ‘미친 속도(torrid pace)’로 실행하라는 것이 기조가 됐다. 내부적으로 겔싱어에 대한 존경심도 변함이 없다. 그가 약속했던 공정 로드맵도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다. 처음엔 어렵지 않을까 하는 회의적 시선도 있었지만, 이제 어느덧 2024년이 됐다. 이제는 보여줄 수밖에 없다.”

─올해 인텔의 가장 중요한 미션 중 하나는 제조 기술 경쟁력의 회복이다. 외부 파운드리와의 파트너십이 눈에 띤다.

“인텔은 이전보다 더 개방성을 추구하는 회사가 됐다. 가령 메테오레이크의 경우 인텔에서 하나의 시스템온칩(SoC)을 온전하게 만드는 형태가 아니라, 인텔 제품인데도 TSMC와 같은 외부 파운드리와 협력했다. 결국은 유연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다. 이 같은 유연성의 궁극적인 목적은 공정과 제품의 리더십을 회복하는 것이다. 외부 파운드리를 쓰는 것은 비용, 공급, 성능, 납기 등 모든 측면에서 우리의 개발 계획을 최적화하기 위함이다. 우리가 원하는 제품을 만들기 위한 최고의 방법을 찾아내는 데 내부, 외부를 가릴 필요는 없다.

인텔의 강점을 타사에 제공하는 파운드리 서비스 모델도 마찬가지다. 설계, 웨이퍼, 제조, 패키징, 조립, 테스트 등 모든 과정을 제공할 수도 있지만, 고객사 수요에 따라 패키징만 따로 제공하거나 조립과 테스트만을 맡는 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다. 고객사가 삼성전자의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원한다면 삼성 메모리, 파운드리를 쓰고 인텔에서는 패키징, 테스트만 제공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생성형 AI 광풍 속에서 엔비디아 GPU를 중심으로 한 투자가 시장의 주류로 자리 잡았다.

“생성형 AI 투자 역시 무분별하게 진행되기보다는 총소유비용(TCO) 관점에서 투자 효율성을 가지고 가야 한다. AI 투자에는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간다. 실상을 보면 GPU가 필요 없는 경우도 많다. 대규모언어모델(LLM)이나 엣지 AI 등 분야에 상관 없이 GPU를 쓰려는 경우도 있는데, 상당수는 CPU만 써도 가능하다. 이를 검증해보면 비용이 25% 이상 절감된다. 가성비 측면에서 인텔은 더 투명하게 접근하고 있다. 올해 화두인 온디바이스 AI를 보면 솔루션을 구현하는데 NPU나 GPU처럼 비싼 칩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인텔의 AI 전략이 소비자에 미칠 변화는.

“소비자의 시각에서 AI PC가 어떤 혜택을 제공할 것이고 생산성, 효율성 등 경험하지 못한 것을 소비자에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PC를 통해 라이프스타일이 완전히 바뀌는 것이다. 온디바이스에서 AI가 모두 지원되고 훨씬 더 많은 진화와 발전을 위해서는 이같이 구체적인 피처(Feature)가 중요하다. AI PC가 잠깐의 버즈(Buzz)가 아니라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게끔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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