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명품 백 반환하면 국고 횡령?… 탁현민 “절로 포복”
지난해 최재영 목사가 김건희(오른쪽) 여사에게 선물했다고 밝힌 샤넬 화장품(왼쪽)과 디올 파우치(가운데). ‘서울의소리’ 동영상 캡처·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부인인 김건희 여사가 명품 가방을 반환할 경우 국고 횡령이라는 여권의 주장에 대해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궤변이라고 반박했다.
‘대통령 선물’ 인정 3가지 경우
탁 전 비서관은 2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디올 백’을 받아서 국고에 넣는다는 발상도 그렇지만 그것을 반환하면 횡령이 된다는 말에서 절로 포복하게 된다”며 “디올 백으로 국고를 풍족하게 했으니 표창이라도 줘야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철규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장은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이미 국고에 귀속된 물건을 반환하는 것은 국고 횡령”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도 19일 “대통령 부부에게 접수되는 선물은 대통령 개인이 수취하는 게 아리나 관련 규정에 따라 국가에 귀속돼 관리, 보관된다”며 해당 가방을 대통령실 선물 창고에 보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탁 전 비서관은 대통령 부부가 선물을 받는 경우는 크게 세 가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①외교활동 중 공식적, 비공식적으로 선물을 받는 경우 모두 국가에 귀속되고, 어떤 경우에도 개인이 소유할 수 없다”며 “정해진 절차에 따라 접수돼 최종적으로는 대통령기록관으로 이첩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②두 번째는 일반 국민들이 대통령 또는 여사 앞으로 소포, 택배 등 일방적으로 선물을 보내는 경우”라며 “대부분 다 반송된다. 다만 손편지, 직접 그린 그림, 종이학과 같이 금액을 산정할 수 없고 그 의미가 선물 또는 뇌물로 여겨지지 않는 경우 수령하고 그 내용을 언론에 공개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군부대 방문 등 여러 행사나 일정에서 텀블러, 책, 거울 등 기념품 수준에서 선물을 받는 경우 수령해 사용한다고 덧붙였다.
탁 전 비서관은 “③이외 대통령과 여사가 공식, 비공식 접견 중에 선물을 받는 경우 그 선물이 무엇이든, 경호처·의전·부속실로 이어지는 담당비서관실의 검측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반려된다”며 “그 선물이 고가의 뇌물 성격이라면 그때부터는 공직비서관실-민정수석실의 조사를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통령과 여사가 의도치않게 고가의 뇌물을 받았을 때 조치 방법도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공직 비서관실에 언제, 어디서, 누구로부터 받았는지 신고하고 △해당 물품을 즉각 반환조치하고 △관련하여 청탁 등이 있었는지에 대해 조사받아야 하고 △업무관련성이 있을 경우 직위 해제 상태에서 대기한다.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관련 동영상을 틀어놓은 채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여사 명품 백 ‘대통령기록물’ 일까.
대통령실 설명대로 명품 가방을 국고로 귀속하려면 대통령기록물법이나 공직자윤리법에서 정한 선물에 해당해야 한다. 대통령기록물법 제2조에 따르면 대통령의 직무수행과 관련해 받은 선물로서 국가적 보존 가치가 있는 선물이거나 공직자윤리법 제15조에서 규정하는 선물을 대통령기록물로 간주한다.
공직자윤리법 제15조에서는 공무원 또는 공직유관단체의 임직원이 외국으로부터 선물을 받거나 직무와 관련해 외국인에게 선물을 받으면 지체 없이 소속 기관·단체의 장에게 신고하고, 그 선물을 인도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무원, 공직유관단체 공무원의 가족도 해당한다. 증정 국가의 시가로 미화 100달러 이상이거나 국내시가로 10만 원 이상인 선물이 신고 대상이고, 신고된 선물은 즉시 국가에 귀속된다.
이같은 법에 비춰 김 여사의 명품 가방은 대통령기록물로 보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대통령기록물 업무를 맡았던 전 정부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 선물은 직무관련성이 있어야 하지만, 김건희 여사의 명품 백은 직무관련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 대통령기록물로 분류할 수 없다”며 “공직자윤리법으로 따져도 입법 취지에 따라 외교관계에서 받은 선물에 해당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시민권자인 최재영 목사로부터 받은 선물이라고 쳐도 외교관례상 받았다고 보기엔 무리다.
대통령기록물이 아닌 선물로 보관하더라도 적법한 절차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탁 전 비서관은 23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대통령기록물법 외 규정돼 있지 않은 선물 보관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 책임인데, 국고로 귀속해 보관을 했다면 언제 누가 어떤 명목으로 받았는지 써둔 장부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설령 국고 귀속 대상이어도 이를 반환할 경우 국고 횡령에 해당하는지는 법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형법상 횡령죄가 되려면 불법 영득 의사가 있어야 하는데, 이번 사안은 문제의 소지가 있는 가방을 돌려준다는 거라 불법 영득 의사가 인정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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