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0㎞ 누볐다, 땅에 발 딛고 정치하니 통해”

국민의힘 김재섭 당선자(서울 도봉갑)는 12일 “대통령실에 할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여당이 심판을 받았다”며 “선거 막판 정권 심판론이 최고조에 달할 때 빨간 옷을 벗고, 흰 옷을 입고 유세를 했던 그 심정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김 당선자는 더불어민주당의 텃밭인 도봉갑에서 49.05%를 얻어 당선됐다.

도봉에서 나고 자란 그는 철저한 지역 밀착으로 정권 심판론을 이겨냈다. 그가 선거를 치르면서 쌍문1·3동과 창동을 누빈 거리의 총합만 650km에 달했다. 국토대장정 코스(600km)보다 길다. 그는 “청년 정치의 꿈을 가진 이들은 ‘공중전’만 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제대로 ‘땅에 발을 딛고’ 정치를 해야 한다”며 “보수 정치의 본령도 ‘현실의 문제 해결’에 있다”고 했다. 그는 선거 과정에서 ‘도나스(도봉이 낳은 스타)’라면서 매번 도봉의 문제를 화두로 삼았다. 김 당선자를 이날 서울 도봉구 쌍문동 선거사무실에서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선거를 치러보니 어떤가.

“정말 민심이 무섭다. 선거 운동 기간 당 색깔인 빨간 옷이 아니라 흰 옷을 주로 입고 다녔다. 유권자들이 나를 다른 당 후보라고 여겨주길 원해서 그런 건 아니다. ‘주민 여러분, 그래도 나는 당의 주류와 다른 목소리를 내왔고 당이 잘못할 땐 당을 비판했다’는 걸 알리고 싶었을 뿐이다. 우리 당 많은 후보가 선거 막판 흰 옷을 입고 한 표를 호소했다. 다들 그때 그 심정을 의원이 되고서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유권자들 반응은 어땠나.

“젊은 지역 정치인에 대한 성원과, 당과 정부에 대한 성토가 섞여 있었다. 경적을 두 번 울리고(기호 2번) 손을 흔드시는 운전자도 많이 봤다. 그러면서도 ‘왜 그 당에 있냐’고 하시는 분 또한 많았다. 현장에서는 상반된 피드백이 오가는데, 여론조사는 매번 지는 걸로 나왔다. 캠프 사람들이 정말 힘들어했다. 선거 결과가 어려울 거라고 체념한 보수 유권자들이 응답을 안 한 것 같다. 그만큼 분위기가 처진 선거였다.”

-정권 심판론이 부담됐나.

“선거에 가장 영향을 많이 준 요인으로 ‘이종섭·황상무’를 꼽지만 이건 기폭제일 뿐이다. 심판론은 2년 동안 축적됐다. 가장 큰 난맥상은 당정 관계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의 그늘 아래만 있었다. 여당이니 정부와 발을 맞출 필요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여당은 ‘입법부’의 일원이다. 여당으로서의 의무보다 입법부로서의 의무가 크다. 무조건 대통령실에 휩쓸려 가면 안 된다. 할 말은 제대로 해야 한다.”

“650㎞ 누볐다, 땅에 발 딛고 정치하니 통해”

지난 2월 14일 김재섭 후보가 선거운동을 위해 도봉갑 지역구 곳곳을 다니고 있다./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여당 수도권 당선자가 적은데.

“책임감이 크다. 어떻게든 정부·여당에 수도권, 특히 강북의 목소리가 반영되도록 하겠다. 우리 당의 약점은 당선자들이 영남에 쏠려 있다는 것이다. 옳고 그름의 차원이 아니고 영남과 다른 지역은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는 얘기다. 수권 정당이 되려면 수도권을 잡아야 한다. 다른 의견을 가진 영남 지역구 선배들과는 싸울 일이 많을 거다.”

-’메가서울’에 반대하기도 했다.

“경기도 김포의 서울 편입을 반대했다. 서울을 크게 만드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서울 안에 있지만 서울 취급을 못 받았던 지역들을 살피는 것이다. 도봉구는 서울을 대상으로 한 규제들은 다 받지만, 정작 보통의 서울시민들이 누리는 교통이나 문화 관련 인프라는 하나도 없다. 지역 개발은 멀리하고, ‘벽화’만 그렸던 민주당식 정치의 폐해다. 서민이 중산층으로 올라가면 민주당 표가 떨어진다는 게 그들의 생각이었다. 내 정치는 도봉을 알뜰하게 잘 챙기는 것에서 시작된다.”

-국민의힘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된다고 보나.

“개혁신당 이준석과 천하람이 국회에 들어왔다. 국민들이 이 둘을 뽑아준 건 이들의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다. 이들은 자신들이 중도라고 주장하지 않았다. 한결같이 보수라고 강조했다. 결국 우리 당은 이들과 어떤 보수가 나은지 경쟁해야 한다. 보수 정치를 복원하기 위해서, 진영의 존립을 위해서 그들과의 개혁 경쟁은 불가피하다. 우리 당에서도 개혁의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

“650㎞ 누볐다, 땅에 발 딛고 정치하니 통해”

11일 오전 서울 도봉구 선거사무실에서 국민의힘 김재섭 도봉갑 국회의원 당선인에게 어머니가 뽀뽀를 해주고 있다. / 고운호 기자

-야당에서는 김건희 특검법 등을 주장한다.

“조국혁신당이 주장하는 한동훈 특검법은 단지 사적 복수로 보인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법을 요구하시는 국민들의 요청은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본다. 다만 (김 여사의) 사인 시절에 있었던 일을 갖고 특검을 한다면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서 접근해야 한다. 수사 결과를 매일 브리핑하는 등의 독소 조항은 제거할 필요가 있다.”

-86(80년대 학번·60년대 출생) 운동권 심판론은 잘 안 먹혔다.

“물갈이해야 할 86은 있는데, 이들을 대체할 젊은 세대 정치인이 없다. 우리 당만 해도 30대 당선자는 나와 김용태(경기 포천·가평)뿐이다. 우리 둘은 최고위원·비대위원 경험을 해 그나마 기회를 받은 편이지만, 전반적으로 당에서 젊은 사람 키우는 데 많이 인색하다. 한편으로 정치를 희망하는 이들도 ‘땅을 딛고 꿈을 꿔야’ 한다. 젊은 정치인들 중에서는 꿈만 꾸는 경우가 많다. 지역에 제대로 된 연고를 갖고, 지역의 문제를 중앙 정치로 승화시켜야지 바로 공중전부터 하려 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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