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압해준다더니 입맞춤” 강제추행 고소女, 무고 혐의 무죄 확정
직장동료 사이었던 남성이 지압을 해준다며 몸을 만지다 입을 맞췄다며 고소했던 여성이 무고 혐의로 기소됐지만 무죄가 확정됐다. 무고 혐의가 허위사실이라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지난해 12월28일 무고죄로 기소된 40대 여성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2019년 12월 ‘직장동료인 B씨가 2019년 8월 초순경 B씨의 승용차 안에서 지압을 해준다는 명목으로 자신의 팔, 종아리 등 신체부위를 만지고 갑작스럽게 입을 맞춰 강제추행했다’는 내용의 고소장을 인천지검에 제출했다.
하지만 검찰은 2020년 5월 B씨의 혐의가 없다는 이유로 불기소처분하고 A씨를 무고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A씨는 2019년 7월 말부터 8월 초중순까지 B씨와 서로 호감을 갖고 자주 만났던 사이로 그 과정에서 성적인 의미의 신체접촉을 갖기도 하는 등 연인관계에 준하는 관계로 발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다만 2019년 8월 중하순부터 같은 직장에 다니는 C씨와 연인이 되면서 B씨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이후 같은 해 9월쯤 A씨는 B씨에게 “키스도 한번뿐이었다. 거절하면 기분 상하실까봐 참았다. 마음의 준비도 없이 행해진 그 행동들이 좋지 않았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B씨는 강제추행 혐의와 관련해 승용차 안에서 입맞춤을 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당시 연인관계에서 이뤄진 것이었다고 진술했다. 반면 A씨는 사건 당시 지압을 허락했지만 입맞춤을 허락한 것은 아니었고 입맞춤을 거부하면 어색해질 것 같아 참았다고 수사기관에 진술했다.
1심 재판부는 여러 사정을 종합할 때 A씨와 B씨 사이의 입맞춤은 일방적이거나 기습적으로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고 합의 하에 이뤄진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A씨의 무고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보낸 문자에 대해서도 “입맞춤 이후 한달가량 지난 뒤 보낸 것일 뿐 아니라 A씨가 다른 사람을 사귀고 있는 상태에서 빨리 B씨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싶은 마음에 이 같은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고소한 강제추행의 범죄사실을 허위사실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어느 정도의 신체접촉에 관해 양해했는데 상대방이 양해의 범위를 넘는 정도의 접촉을 시도하는 경우 상대방과의 관계나 당시 분위기를 해치고 싶지 않아 묵인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며 “A씨와 B씨가 진술한 당시 상황과 감정은 각자 입장에 따른 것으로 같은 상황이나 상대방의 행동을 서로 다르게 인식하고 해석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B씨의 입맞춤이 자신의 의사에 반하는 것이었음에도 이후 여러 계기로 B씨와의 관계가 가까워질 수 있는 것이고 사회관념상 이를 이례적인 일이라고만 볼 수 없다”며 “A씨가 그와 같은 피해사실을 곧바로 신고하거나 B씨와의 관계를 단절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사후에 그와의 관계가 가까워졌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A씨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고 A씨가 B씨의 입맞춤을 양해한 사실이 있었다고 판단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대법원도 항소심 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고 보고 A씨의 무죄를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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