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쓴 글을 2만~3만명이 볼 수 있었던 이유는"

아버지와 함께 전주 근교에 있는 모악산으로 나들이 같은 등산을 하게 되었다. 2024년 설 명절을 맞이하여 덕담 산행 정도를 제안하신 것이다. 문득 성인이 된 뒤로 아버지와 단 둘이서 산을 밟는 건 처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 마침 이번에

쪽에서 부자지간에 시민기자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써 달라고 요청이 왔어요. 오늘 이런저런 이야기 하면서 그 얘기도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오, 그래? 무슨 이야기를 하면 좋을까?”

“질문지를 몇 개 주었으니 그걸로 얘기하다 보면 뭐, 되지 않을까요?”

“그래. 어차피 우리가 평소에 하던 이야기도 있으니 잘 조합해서 써보면 되겠다.”

 

시민기자의 시작

“교사가 쓴 글을 2만~3만명이 볼 수 있었던 이유는”

 

아버지는

의 창간 시절 매우 활발하게 시민기자 활동을 하셨다. 첫 번째 기사를 찾아보니 2002년 2월이다. 내가 고등학교 2학년에서 3학년으로 올라가던 시절, 아버지는 다른 학교에서 참교육을 부르짖으며 온몸으로 학생을 만나고 계시던 교사였다. 그 시기 나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사범대학교에 진학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고.

 

내가 비교적 어릴 때부터 교사라는 명확한 꿈이 있었던 것은, 아버지의 글에서나 삶에서나 교사로서의 삶이 진하게 배어 나오던 것을 어린 눈으로 매일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도 이런 직업을 갖고 살면 행복할 것 같았다. 흔들림 없고 진한 행복은 다름 아닌 ‘보람’에서 나온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사실 아버지는

창간 전부터 각종 매체에 교육 이야기를 종종 쓰고 계셨다. 내가 처음 접한 아버지의 글은 당신의 학생들에게 준 생일 축시와 해당 학생의 이야기를 연재 형식으로 엮은 책이었다.

 

“당시 진보 매체는 거의 오마이뉴스가 유일했지. 그리고 순천에 동부6군 사무실이 있었어. 아빠가 교단 일기를 써오고 있는 것이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연재 기사 요청이 들어온 거야. 그때 ‘시와 아이들’이라는 제목으로 일주일에 두세 편씩 쓰기 시작했지.”

 

[관련기사 : 안준철의 시와 아이들 https://omn.kr/1puii]

교사로서의 전문성을 키우는 과정에서는 해당 연재 기사가 많은 도움이 되었다. 시간이 흘러 하나하나의 이야기들이 단행본으로 엮이면서 초임 교사 생활의 지침서와 같은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러니, 나라는 한 소년이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걷게 되는 데에

가 큰 역할을 했다고도 할 수 있다.

 

“제 첫 기사 역시 교육 이야기였어요. 음악 수업 시간에 아이들이 부담스러워하는 노래나 실기 말고, 모둠별로 음반 제작 활동을 하고 마무리로 발표까지 하는 수업이었는데 아이들이 너무 재미있어 하는 거예요. 이런 활동이 대중들에게도 알려지면 참 좋겠다고 생각하다가 문득 아빠가 쓰시던

기사가 생각났죠.

 

무작정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아무런 자격이 필요 없더라고요. 마침 같은 시기에 우리 반 아이들과 자체적인 문학기행을 다녀오게 되었는데 그 기사를 먼저 썼어요. 며칠 안 지나서 메인에 배치가 되고 원고료까지 나오는데 재미있더라고요. 그래서 수업 이야기, 학생 인권동아리 이야기 등을 써나가기 시작한 거예요.

 

그러다가 여행과 사진에 빠지게 되면서 오히려 필름 사진 여행기에 집중하게 됐어요. 학교가 크다 보니 애잔한 학생, 버릇없는 학생, 훌륭한 아이 등등 쓰고 싶은 이야기들은 꽤 있었는데 개인정보가 점점 중요해지면서 사적인 이야기를 다루는 게 참 애매하더라고요.”

 

“맞아. 아빠가 글을 썼던 시절에는 그런 부분에 지금처럼 민감하진 않았어. 시간이 흐르면서 아이들 실명에서 가명으로 바꾸게 되었는데, 오히려 왜 자기 이름을 가명으로 썼냐면서 서운해 한 학생도 있었다니까.”

 

전체 내용보기

News Related

OTHER NEWS

황일봉 전 광주 남구청장 "정율성 기념사업 추진 사죄"

정율성 사업 철회 촉구 집회 참석한 황일봉 전 회장 (광주=연합뉴스) 정다움 기자 = 황일봉 5·18 부상자회 회장이자 전 광주 남구청장은 28일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눈 전범 정율성 기념사업을 추진해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 Read more »

대입 준비, 기본에 충실한 '적기교육'이 정답

대입 준비, 기본에 충실한 ‘적기교육’이 정답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다음 날인 17일 대구 수성구 정화여고 3학년 교실에서 수험생들이 가채점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4학년도 수학능력시험이 시행되었다. 킬러문항이 없어지면 물수능이 될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 Read more »

서울 도봉구, '우이천 제방길' 정비 공사 완료…보행로 확장·조명 설치

서울 도봉구, ‘우이천 제방길’ 정비 공사 완료…보행로 확장·조명 설치 오언석 도봉구청장이 지난 24일 우이천 제방길 정비공사 현장을 주민과 함께 살펴보고 있다. 사진=도봉구청 서울 도봉구(구청장 오언석)가 우이천 제방길 정비 공사를 완료하고 ... Read more »

허재현 기자 "최재경 녹취록, 신뢰할만한 취재원에게서 확보"

검찰 피의자 조사…”공수처에 검찰 관계자 고소” ‘대선 허위보도 의혹’ 허재현 기자, 검찰 피의자 조사 (서울=연합뉴스) 조다운 이도흔 기자 =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불리한 허위 보도를 했다는 의혹으로 수사받는 ... Read more »

‘담배 모르는 세대’ 세웠던 뉴질랜드…세수 모자라 금연법 철회

한 남성이 담배를 들고 있는 모습. 게티이미지코리아 다음 세대 완전 금연을 목표로 한 뉴질랜드의 야심적인 금연 대책이 폐기될 위기에 놓였다. 27일 출범한 뉴질랜드의 중도 우파 국민당 주도의 연정은 2009년 1월1일 ... Read more »

'수억 광고 수익 숨기고 해외 여행 유튜버', 재산 추적한다

‘수억 광고 수익 숨기고 해외 여행 유튜버’, 재산 추적한다 김동일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이 28일 정부세종청사 국세청에서 지능적 재산은닉 고액 체납자 집중 추적조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유명 유튜버 A씨는 매년 수억 ... Read more »

식사 직후 '과일' 먹는 습관… 당장 멈춰야 하는 이유

건강을 위해 매일 과일을 챙겨 먹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과일도 언제 먹느냐에 따라 몸에 끼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식사 후 곧바로 과일을 먹는 습관은 오히려 독이 될 수 ... Read more »
Top List in the 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