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 1 미러급 퀄리티" 알리, 대놓고 꼬신다…中짝퉁과의 전쟁

“절대 구분 못 합니다” “백화점에서도 구분 못 하는 퀄(퀄리티)”

지난 9일 페이스북에는 명품 시계브랜드 ‘롤렉스(ROLEX)’ 가품을 판매한다면서 진품과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어졌다는 점을 자랑하는 불법 광고가 버젓이 올라왔다. 진품과 비교하는 사진도 함께 올려 소비자들을 현혹했다. 이런 ‘짝퉁’ 가품들은 과거엔 암암리에 거래됐지만 최근엔 소셜미디어(SNS)에서 대놓고 광고까지 하며 판매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9일 페이스북에 올라온 명품 브랜드 ‘롤렉스’ 가품 광고. 페이스북 캡처

지난 9일 페이스북에 올라온 명품 브랜드 ‘롤렉스’ 가품 광고. 페이스북 캡처

짝퉁 상품의 유통이 확대된 건 전자상거래 활성화뿐 아니라 ‘알리익스프레스(알리)’나 ‘테무’ 등 중국산 직구앱(애플리케이션)의 본격적인 한국 진출의 영향도 큰 것으로 파악됐다. 과거에는 중국 짝퉁 공장과 거래하는 소수 불법 유통업자들만 중국산 짝퉁을 들여올 수 있었지만, 이제는 온라인 구매대행업자만이 아니라 개인 소비자들이 손쉽게 짝퉁 생산자에게서 ‘직접구매’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실제 11일 알리에서는 고급 골프의류나 명품 가방, 액세서리 등이 ‘럭셔리’ ‘한국에서 인기 많은’ 한국 스타일’ 등 광고 문구를 달고 실제 정품 가격의 수십~수백분의 1 수준에 팔고 있는 판매자를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짝퉁 적발 건수도 사상 최대치를 매년 급증하고 있다. 관세청이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특송화물 목록통관 과정에서 적발된 지식재산권 침해상품 건수는 6만2326건으로 집계됐다. 2018년 1만403건에서 2019년 1만3742건, 2020년 4만4742건, 2021년 3만4624건에 이어 5년 만에 6배 넘게 폭증한 것이다. 짝퉁 상품이 가장 많이 수입된 국가는 단연 중국(99.7%)이다. 목록통관이란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인적사항과 물품 종류·상품명·중량이 기재된 송장만으로 통관을 진행하는 절차다.

 

일부 브랜드들은 짝퉁유통으로 인한 이미지 훼손과 지식재산권 침해를 호소하며 자체 방지책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얼마 안 가 무용지물이 되기 일쑤다. 미국 브랜드 폴로랄프로렌과 프랑스 브랜드 몽클레어는 각각 상품 태그에 제품 고유 QR코드를 삽입해 정품 확인이 가능하도록 했는데, 최근 판매되는 짝퉁 제품에도 이 QR코드가 찍혀 나오기 때문이다. 지난달 트레이더스에서 판매한 몽클레어 패딩에 가품 의혹이 일며 전량 회수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40대 여성 A씨는 지난 6월 알리익스프레스를 통해 고급 골프의류 브랜드 가품 치마를 구매했다가 품질 등 문제로 환불을 받았다. 사진 A씨 제공

40대 여성 A씨는 지난 6월 알리익스프레스를 통해 고급 골프의류 브랜드 가품 치마를 구매했다가 품질 등 문제로 환불을 받았다. 사진 A씨 제공

 

짝퉁 유통 확대로 인한 소비자 피해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알리에서 유명 브랜드 골프 의류를 구매한 A씨(40대·여)는 배송받은 옷을 보고 실망해 결국 환불을 요구했다. A씨는 “페북 광고를 보고 유명 골프 브랜드 의류를 샀는데, 색깔도 디자인도 소재도 상세 사진에서 본 것과는 아예 다른 제품이 왔다”며 “엄청난 저(低)퀄리티에 놀랐다. (알리에서 파는) 골프 옷은 깡그리 짝퉁이라 사지 말아야겠다”고 했다. 아예 물건을 받지 못한 사례도 허다하다. 통관과정에서 세관에 적발돼 물건이 압수되면서다. B씨(20대·여)는 “저렴한 짝퉁이 아니라 ‘미러급 1대 1’ 제작이라며 명품 브랜드와 똑같이 제품을 만들었다는 말만 믿고 인스타그램을 통해 플랫슈즈를 구매했는데, 2주 넘게 배송이 지연돼 문의했더니 ‘현지 통관문제로 배송이 늦어진다’고 하곤 결국 (구매한) 계정이 사라져 돈도 환불받지 못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알리 등 플랫폼도 이런 지적에 가품 판매 신고가 들어 온 상품을 삭제하는 등 자정 조치를 취하고 있다. 관세청 역시 밀수신고센터 운영과 시기별 집중단속 등을 벌이며 대응 중이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짝퉁을 알고도 사는 소비자들의 경우, 본인 피해뿐 아니라 전체 유통질서 교란이라는 큰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며 “일반 시민들이나 같은 차량 운전자가 교통법규 위반 차량을 신고하는 것처럼 짝퉁 구매자에 대해서도 신고 제도를 활성화하고 적발시 과태료 등으로 처벌이 가능하도록 한다면 실질적인 모니터링 강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보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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