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솔로몬제도에 뿌린 돈의 힘…여당 총선 승리로 이어질까

중국이 솔로몬제도에 뿌린 돈의 힘…여당 총선 승리로 이어질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머내시 소가바레 솔로몬제도 총리가 지난해 7월10일(현지시각)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오는 17일 치러지는 남태평양 섬나라 솔로몬제도 총선은 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솔로몬제도는 2019년 현 머내시 소가바레 총리 취임 이후 대만과 단교하는 등 중국 쪽에 치우친 외교 행보를 보였으나, 선거 앞 이런 기조에 대한 야당 대표들의 우려와 반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15일(현지시각) 이틀 앞으로 다가온 솔로몬제도 선거에서 2022년 소가바레 총리가 중국 정부와 체결한 안보협정의 ‘투명성’을 놓고 야당 정치인들이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연방 소속인 이 섬은 의원내각제로 정부를 구성하며, 정원 50명인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가 오는 17일 시행된다. 이후 의원들이 총리를 선출하는 방식이다.

앞서 소가바레 총리는 2019년 네번째 총리 임기를 시작한 뒤, 36년간 유지해 온 대만과의 단교를 결정하고 중국 편에 섰다. 3년 뒤인 2022년 4월에는 유사시 군대도 파견할 수 있는 내용이 담긴 안보협정을 체결했다. 중국은 이를 계기로 인프라 개발, 경찰 치안 활동과 안보 지원, 인도주의적 지원, 자연재해 대응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지난해 7월에는 중국을 방문한 소가바레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을 진행하며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합의했고, 한층 더 강화된 ‘경찰 협력’에 서명했다. 이런 움직임은 태평양 지역 내 패권을 유지하길 원하는 미국과 충돌하면서 미-중 갈등 수위를 올리는 한 장면이었다. 지난해 솔로몬제도에서 열린 스포츠 경기인 ‘태평양게임’은 솔로몬제도를 향한 중국의 지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으로 꼽혔다. 중국은 솔로몬제도 수도 호니아라에 국립경기장을 지어주는 등 지원했다. 소가바레 총리는 이번 선거를 기회로 한 차례 더 임기를 연장하길 희망하고 있다.

반면 야당 쪽에서는 이 협정의 ‘투명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대중국 관계 변화를 예고했다. 특히 중국과 맺은 안보협정의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된 적이 없기 때문에, 이 협정의 세부사항을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피터 케닐로레아 주니어 연합당(UP) 대표는 가디언에 “안보 협정을 재검토하고, 대만 및 중국과의 관계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두 나라 모두 우리에게 개발을 위한 파트너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든 달시 리로 농촌진흥당(시프라) 대표도 중국과의 안보협정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을 앞세워 선거를 뛰고 있다. 그는 “우리에게는 이미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 같은 지역 안보 파트너가 있다. 우리는 이 협정을 활용해야 한다”며 “우리는 누구와도 전쟁하고 있지 않다. 우리가 필요한 것은 경제적 안보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매슈 웨일 책임개혁과 권한(Care) 연합 대표는 중국과의 안보협정을 지지하면서도 협정의 투명성을 요구하는 입장이다. 타르시시우시 카부타우라카 미국 하와이대 교수(정치학)는 가디언에 “솔로몬 제도는 중국과 미국, 그 동맹 간의 지정학적 경쟁에 끌려가고 있다”며 “이런 강대국들은 이번 선거 결과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짚었다.

다만 선거전이 과도하게 외교정책 쪽에 쏠려있다는 지적도 있다. 잭 매부타 전 솔로몬제도국립대 부총장은 “우리는 지정학 문제를 일단 접어두고, 수십년 동안 지역 주민들이 겪은 고통과 발전 요구에 먼저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솔로몬제도는 2022년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이 2203달러(약 305만원)로, 세계 117위로 기록된 세계 최빈국 중 한 곳이다.

김미나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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