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단지 일대. 사진=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서울 한강변 일대에 49층 이상 초고층으로 재건축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지만 오히려 이를 포기하는 단지가 발생하고 있다. 사진은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단지 일대. 사진=에너지경제 DB
최근 서울시가 한강변 일대 49층 이상 초고층 재건축을 허용했지만 정작 기존의 제한선이었던 35층 이내로 짓겠다고 선택하는 조합들이 늘어나고 있다. 공사비 폭증과 늘어나는 공사기간 등에 따른 현실적 선택인데, 결국 시가 현실을 무시한 채 미래 세대의 자산인 ‘용적률’을 선심쓰기 했다가 ‘본전’도 뽑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서울 곳곳서 마천루 포기 단지 드러나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성수전략정비구역1지구는 재건축 아파트 층수 결정을 위한 투표를 진행한 결과 50층 미만으로 짓기로 했다. 시의 규제 완화로 최고 70층 높이의 건축물을 올리는 것이 가능해졌었다. 상식적으로 층고를 높이면 더 많은 호수를 지을 수 있어 일반 분양 물량을 늘릴 수 있다. 초고층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아파트 값도 더 비싸 분양가도 올릴 수 있다. 가뜩이나 공사비 증가로 늘어난 조합원들의 건축비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이를 포기한 것이다.
사례는 또 있다. 지난해 5월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 1단지 1·2·4주구 조합도 최고 35층을 49층으로 상향 조정을 추진했지만 조합원 총회 끝에 공사비와 공기연장 부담으로 부결됐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6·7단지아파트는 아예 49층도 포기하고 기존에 계획됐던 35층으로 결정했다.
앞서 시는 지난해 1월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공고하고 아파트 ’35층 룰’을 폐지했다. 그러자 재건축 추진 중인 노후 단지들은 기존 35층에서 49층 이상으로 층수를 늘리겠다는 곳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의 신속통합기획으로 추진되는 압구정 2~5구역은 50층 내외로,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는 최고 70층까지 추진하고 있다. 여의도에선 시범아파트가 최고 층수 65층, 대교아파트 59층, 진주아파트 58층, 한양아파트 54층 등이 초고층으로 층수를 계획했다.
‘건축법’상 건물 층수가 30층 이상이거나 높이 120m 이상이면 ‘고층 건축물’, 30층에서 49층에 높이 120~200m까지는 ‘준고층건축물’, 층수가 50층 이상 높이 200m 이상이면 ‘초고층 건축물’로 규정된다.
◇ “현실 무시·미래세대 자산 침해”
그러나 이같은 초고층 재건축은 물가 급등에 따른 공사비 폭증, 인허가 지연 등 각종 장벽에 부딪혀 ‘현실’을 선택하는 조합들이 잇따르고 있다. 예컨대 반포주공 1단지의 경우 49층으로 지으면 공사비1500억원, 인·허가 비용 300억원, 이주 금융비용 400억원 등 총 2200억원의 사업비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공기가 44개월에서 51개월로 최소 7개월 이상 늘어나는 것도 큰 짐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재건축 최고 높이가 49층을 넘으면 해당 건축물은 건축법상 초고층 건축 규제를 적용받아 준초고층에 비해 공사비가 50% 이상 상승하게 된다”며 “최고 층수를 70층으로 높인다고 해도, 일반분양 물량이 크게 늘어나진 않는다”고 전했다.
실제 초고층을 지을 경우 조합들은 계산기를 다시 두드려야 한다. 50층 이상을 지으려면 49층 이하때와 다른 ‘초고층 건축물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지진과 해일 등에 관한 40여개의 안전 관련 심의가 추가돼 시간·비용이 크게 늘어난다. 공사비도 급증한다. 고층으로 올라갈수록 지진이나 풍압에 취약할 수 있어 특수구조물로 설치해야 한다. 초강도 콘크리트 등 자재비도 크게 오르며, 30개층마다 1층씩 피난안전구역을 추가로 만들어야 한다. 용적률이 늘어난 만큼 공공기여 액수가 크게 늘어나고 일반 분양 물량이 그만큼 줄어들어 수익성도 떨어진다. 노인보호시설 기부채납 논란으로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서울 여의도 시범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대표적 사례다. 인근 지역 최고층 빌딩이 될 경우 군이 대공 방어를 위해 설치하는 미사일 포대의 이전·설치 및 시설비용도 감당해야 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초고층으로 올라가는 층수만큼 공공에 기여해야 하는 부분이 많아지고, 올라갈수록 오히려 주거 쾌적성이 떨어지는 것도 고민거리”라며 “결국 과연 초고층으로 올렸을 때 얼마나 사업성이 있는지를 명확히 잘 따져보지 않으면 손해를 볼 수 있어 선 듯 나서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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