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프트는 국방부 비밀요원’이라는 미 보수…바이든의 눈이 빛났다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의 연인 트래비스 켈시가 속한 미국프로풋볼 캔자스시티가 슈퍼볼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지난 11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의 엑스에 “우리가 계획한 대로 됐다”는 글을 올렸다. 조 바이든 엑스 갈무리

미국인 5명 중 1명이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비밀 요원’이라는 ‘음모론’을 신뢰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런 음모론을 반박하지 않고, ‘밈’(온라인 유행 콘텐츠)으로 비틀어 반응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뉴저지주에 있는 몬머스대 여론조사연구소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스위프트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을 돕기 위한 정부의 비밀 요원’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18%에 달한다고 1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 8일부터 12일까지 5일간 미 전역에 거주하는 18살 이상 성인 902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뉴욕타임스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층과 보수 성향 언론 매체들이 스위프트에 대한 음모론을 적극적으로 퍼뜨렸다고 분석했다. 이어 음모론을 믿는 이의 71%가 공화당원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또 스위프트가 정부의 비밀 요원이라고 답한 응답자의 83%는 11월 열리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찍을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음모론을 믿는 이들은 바이든을 대통령으로 만든 2020년 대선 결과를 부정하는 이들과도 겹친다. 스위프트를 비밀 요원이라고 믿는 이들의 73%가 당시 선거 과정에 부정이 있었다고 응답했다.

캔자스시티 치프스 트래비스 켈시가 12일(한국시각)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얼리전트스타디움에서 열린 제58회 슈퍼볼에서 우승한 뒤 연인인 테일러 스위프트와 키스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AP 연합뉴스

이러한 음모론은 스위프트가 2020년 대선 당시 바이든을 공개 지지한 뒤 미국 사회에 퍼지기 시작했다. 그의 인기와 영향력이 크다 보니 트럼프 지지층 사이에서 ‘스위프트는 국방부 소속 비밀요원이다. 바이든 재선을 위해 팬층을 확장하고 있다’ 같은 근거 없는 음모론이 흘러나왔다.

급기야 스위프트와 공개 연애 중인 트래비스 켈시가 속한 미국프로풋볼(NFL)팀 캔자스시티 치프스가 슈퍼볼에 진출하면서 음모론이 미국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극우 성향 방송인 마이크 크리스피는 지난달 29일(한국시각)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엔에프엘이 캔자스시티, 스위프트, 켈시를 위해 완전히 (부정하게)조작됐다. 모두 민주당을 돕기 위한 것”이라는 음모론을 올렸다. 경기를 앞두고도 ‘스위프트가 켈시와 함께 바이든 지지를 선언할 것’이라는 음모론도 나왔지만, 실제로 이러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러한 음모론에 공식 대응하지 않고, ‘밈’으로 대응하는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이며 선거 캠페인에도 활용하는 모습이다. 캔자스시티가 슈퍼볼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11일, 바이든의 공식 엑스 계정엔 “우리가 계획한 대로 됐다”는 문구와 함께 환하게 웃는 바이든의 두 눈에서 붉은 레이저 불빛이 나오는 사진이 올라왔다. 뉴욕타임스는 이를 두고 일론 머스크 엑스 최고경영자(CEO) 등이 자주 사용하는 온라인 밈을 차용해 음모론을 비튼 것으로 풀이했다.

정인선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