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찬종 기자의 위클리반도체-2월 마지막 주 이야기
영화 반지의 제왕 포스터와 삼성 로고. 출처=워너, 삼성전자
범용인공지능(AGI) 시대가 목전으로 다가오면서 이를 구현할 ‘절대 칩’을 차지하기 위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합종연횡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과연 최강자로 꼽히는 엔비디아가 세상을 지배하게 될까요? 아니면 이를 대항하며 만들어진 새로운 연합군에게 반격의 기회가 찾아올까요?
불의 발견 이후 인류 최대의 사건이 될 것이라는 대담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범용인공지능(AGI) 반도체 패권 다툼 현장을 이번주 위클리반도체에서 살펴보겠습니다.
“나는 나를 넘어섰다” 절대강자 엔비디아 또 다시 증명하다
엔비디아 젠슨 황 대표. 사진=엔비디아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는 명실공히 현재 AI반도체 시장에서 절대 강자입니다.
‘갓비디아’라는 별처럼 이번 주 또 다시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하며 세상을 놀라게 했습니다.
엔비디아는 작년 4분기 221억 달러, 우리 돈 약 29조 5000억여 원의 매출과 5.15달러의 주당 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매출은 시장조사기관이 집계한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고, 주당 순이익도 전망치를 뛰어넘었습니다. 매출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는 265% 급증했고, 총이익은 122억 9000만 달러로 769% 급증했습니다.
이 같은 압도적 실적으로 엔비디아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과 인텔의 연간 매출을 웃돌아 처음으로 세계 1위로 등극하게 됐습니다.
작년 12월에 끝난 인텔의 한 해 매출액인 약 542억달러, 삼성 반도체 부문의 매출액인 약 499억달러(66조5천900억원)를 상회했습니다.
엔비디아 AI GPU인 H100 칩. 자료=엔비디아
엔비디아가 또 다시 자신의 한계를 넘어선 배경은 AI에 꼭 필요한 GPU덕분입니다.
현재 생성형 AI에 주로 쓰이는 엔비디아의 GPU는 본래 AI가 아닌 게임에서 고화질 그래픽을 처리하는 데 쓰도록 고안된 반도체입니다. 다만 컴퓨팅 능력이 극도로 좋은 만큼 AI 연구에도 쓰일 수가 있었죠.
하지만 GPU 기반 슈퍼칩은 가격이 비싸고 전력을 많이 소모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또 사실상 엔비디아의 독점 공급 체제여서 칩 자체를 구하기도 어렵습니다. GPU 기반 AI 가속기는 주문부터 수령까지 1년이 넘게 걸립니다. 가격도 작년 초 2만5000 달러에서 1년 만에 4만 달러로 뛰었습니다. 오죽하면 저커버그 메타 CEO가 연내 엔비디아 GPU 총 60만개를 확보했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하자 투자자들이 안도할 정도였죠.
이에 따라 수요와 공급 비효율을 해소하기 위해 업계에서는 AGI를 위한 맞춤형 반도체 개발과 생산망 확보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커졌습니다.
‘파란피 동맹’ 탄생할까…샘 알트먼·저커버그 잇따라 한국행
마크 저커버그 메타 대표. 사진=APP연합뉴스
결국 다가올 AGI 시대는 ‘절대 칩’을 만들어내는 자가 지배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절대 칩을 향해 펼쳐지는 여정은 J.R.R 톨킨의 유명 소설과 영화 ‘반지의 제왕’과 닮았습니다. 연합 전선을 꾸려 이를 극복하고 힘의 균형을 찾으려는 게 글로벌 AI 기업들의 바람입니다. 오픈 AI의 샘 올트먼,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등 각 분야의 수장들이 최근 잇따라 한국을 찾고 있는 이유죠. 원정대를 이끌어갈 ‘프로도’ 역할로 삼성전자가 적합하다는 게 이들이 가진 공통된 복안으로 풀이됩니다.
샘 올트먼 오픈AI 대표. 사진=오픈AI
반 엔비디아 원정대에서 현시점 가장 큰손으로 꼽히는 인물은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입니다. 올트먼 오픈AI CEO는 무려 7조달러(약 9000조원)를 조달해 자체 AI 반도체 제조 능력 확보를 추진 중입니다. 올트먼 CEO는 이를 위해 아랍에미리트(UAE) 정부를 포함한 여러 투자자를 만나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사진=연합뉴스
투자의 마법사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도 100조원이 넘는 금액을 베팅했습니다. 블룸버그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소프트뱅크가 엔비디아와 경쟁하고 AI에 필수적인 반도체를 공급하기 위해 1000억달러(약 133조6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손 회장이 추진하는 프로젝트는 ‘이자나기(Izanagi)’라는 프로젝트명으로도 불립니다. 이자나기는 일본에서 ‘창조와 생명의 신’을 의미합니다. 손 회장은 마지막 세 글자(agi)에다 모든 곳에 쓸 수 있는 AGI의 의미를 담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프로도’ 임무 맡은 삼성, 美서 개발조직 설립하며 첫발
신규조직이 설립된 삼성전자 미국 산호세 사옥. 사진=삼성전자
사실 삼성은 메모리를 빼면 설계와 파운드리 부문에서 엔비디아나 TSMC를 넘어설 만큼 절대 강자로 보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칩 설계부터 후공정까지 모두 할 수 있는 전 세계 유일 기업이라는 것이 희망지점 입니다. 원정대는 챗GPT 같은 AI 서비스와 ARM의 반도체 설계 자산이 ‘올라운더’ 삼성과 시너지를 발휘하면 다음 세대의 칩에서 승기를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장고 끝에 결단을 한 삼성전자는 AGI 전용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에 AGI 반도체 개발 조직을 신설했습니다.
우동혁 삼성전자 SVP
이 조직의 리더는 구글의 텐서처리장치(TPU) 개발자 출신인 우동혁 박사가 맡습니다. 그는 구글에서 TPU 플랫폼을 설계했던 3명 중 한명으로 최근 삼성전자가 야심차게 영입한 인물입니다.
삼성전자의 이 조직은 ‘AGI컴퓨팅랩’이라는 명칭으로 운영됩니다. AGI컴퓨팅랩은 미 현지에서 ‘마이크로아키텍’ 수석 개발자 등 핵심인력 채용 공고를 내면서 조직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AI 반도체의 두뇌 역할을 담당하는 핵심 칩보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연산을 돕는 메모리반도체를 중심으로 시장에 대응해왔습니다. 이제 메모리를 넘어 AGI 칩 개발에 본격 뛰어든 것은 AI 시장의 핵심 분야를 정조준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됩니다.
삼성은 이미 오픈AI·소프트뱅크 등 원정대 멤버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오픈AI는 최근 구글 출신의 리처드 호 시니어 디렉터를 하드웨어 부문 대표로 영입했습니다. 호 대표는 구글에서 AI 작업에 특화된 반도체인 ‘텐서 프로세싱 유닛(TPU)’ 프로젝트 리더를 맡으며 엔지니어링 수석 디렉터를 역임했죠. 삼성전자의 신설 ‘AGI컴퓨팅랩’을 이끌게 된 우동혁 박사(SVP)와 함께 TPU 프로젝트를 초기부터 꾸려온 인물입니다.
손정의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인연도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이 회장과 손 회장의 인연은 20년이 넘었습니다. 삼성전자와 소프트뱅크는 1990년대 말 ARM 인수를 공동으로 추진한 이후 현재까지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2019년 회동한 이재용 회장과 손정의 회장. 사진=연합뉴스
‘절대 칩 원정대’가 성공한다면 제2 메모리 반도체 신화처럼 정체 중인 한국 경제에 다시 거대한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됩니다.
하지만 이 여정은 영화처럼 고난의 가시밭길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각종 지정학적 국제 규제나 보조금 전쟁이 변수가 될 수도 있죠.
극적 성공을 위해선 민간 차원을 넘어서는 조력자들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정부와 정치권이 원정대의 행보에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죠.
*3 줄 요약*
1. AI반도체 열풍을 타고 엔비디아가 역대급 실적을 경신하면서 삼성과 인텔을 제치고 반도체 1위 기업이 됐다.
2. 이를 견제하기 위해 저커버그와 샘 알트먼 등 거물들이 잇따라 한국을 찾아 연합을 모색하고 있다.
3. 결단을 한 삼성전자는 AI 전용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에 AGI 반도체 개발 조직을 신설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표 기업들부터 TSMC와 인텔까지!
글로벌 산업의 핵심인 반도체 기업들에 관한 투자 정보를 매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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