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성이 아내에게 자주 혼나 가장으로서 자존심이 상한다고 털어놔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합성 사진. AI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를 이용해 만들었습니다. / MS Bing Image Creator
요즘 많은 사람이 결혼 상대를 찾을 때 중요시하는 조건이 있다. 바로 기본적인 집안일 능력이다.
가부장적 문화가 강했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의 요리 실력과 집안일 능력도 중요하다. 더 이상 육아와 집안일은 여성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예능 프로그램에도 자취하며 혼자 잘 해 먹고 깨끗하게 치우고 사는 남성들의 일상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런데 30살까지 자취는커녕 집안일도 제대로 해보지 못한 남성이 20살부터 독립한 여성과 결혼하면 어떨까.
지난 26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 ‘이런 와이프 천사인가요, 악마인가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자신을 30대 후반 남성이라고 소개했다. 아이는 9살 큰아들과 6살 작은딸, 두 명을 데리고 있다.
그는 “와이프는 성인 되자마자 독립해서 생활력 강하고 집안일 똑 부러지게 하는 스타일이다. 반면 나는 30년 가까이 엄마가 해주는 밥 먹고 엄마가 아침에 깨워주고 엄마가 빨래 해주는 전형적인 온실 속 화초로 살던 의존성 강한 사람이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래서 그런가 결혼 초기 매일 와이프한테 쥐 잡히듯 혼났다. 나도 내가 결혼 전 엄마 그늘 밑에서 꿀 빨고 고생이란 걸 별로 안 해봐서 결혼하면 무조건 집안일에 열심히 참여할 거고 아기 낳으면 육아도 엄청 열심히 할 거라고 다짐 또 다짐해 왔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결혼의 현실은 상상과 달라도 너무 달랐다. 그는 집안일에 손대기만 해도 아내에게 혼났고 그렇다고 안 하면 더 크게 혼났다.
그는 “내가 뭐만 하고 있으면 아내가 한숨 푹 쉬면서 ‘그게 지금 한 거야? 어휴…나와, 내가 할게’라고 하는 일이 비일비재”라며 “이게 계속되니 사람이 주눅 들더라. 남성성이 줄어들면서 연애 땐 오빠답게 리드했는데 결혼한 뒤 뭐만 하려고 하면 와이프 눈치 본다. 설거지를 해도 ‘이거 이렇게 닦아도 돼?’라고 물어본다. 사람이 바보가 되는 기분”이라고 털어놨다.
아이가 태어난 뒤엔 더 지옥이었다. 아내는 분유통 삶는 방법부터 아기 안는 법까지 알려줬다. 그렇다고 글쓴이가 공부를 안 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나름대로 유튜브로 아기 안는 법, 아기 등 두드려주는 법 등 검색해서 노력했지만 아내 성에 차지 않았다.
결국 글쓴이는 아내에게 자존심 상하는 말까지 들었다. 아내가 “아들 키우는 것 같다. 손 많이 간다. 왜 스스로 하는 게 없냐”라며 폭발한 것이다.
다행히 아이들이 커가며 글쓴이는 아내의 잔소리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그는 집안일을 하는 중에도 아내 기척이 들리면 더 열심히 하며 요령을 터득해 갔다.
그러던 중 지난 주말 일이 터졌다.
글쓴이는 “와이프가 나 고기 굽는 것도 미덥지 않아 해서 다 본인이 굽는다. 내가 가위랑 집게 잡으려고 하면 매우 답답해한다. ‘가위질이 느리다’, ‘그렇게 자르다가 다른 고기 다 탄다’라고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일반적인 면박을 받던 중 큰 애가 그러더라. ‘왜 아빠는 맨날 엄마한테 혼나? 엄마가 나이도 더 어린데’라며 웃더라. 그 말을 들은 와이프가 ‘응, 너네 아빠 애야, 애. 엄마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는 애야. 너랑 친구니까 친구처럼 잘 지내~’라고 하는데 순간 왜 그랬는지 울컥해서 젓가락 집어던지고 방으로 들어왔다”라고 했다.
글쓴이를 따라 방으로 들어온 아내는 역시 화를 냈다. 하지만 글쓴이도 이번엔 지지 않았다. 그는 그간 속에 쌓인 이야기를 다 털어놨다. 목소리도 떨리고 눈물도 나왔다.
그러자 아내가 박장대소하기 시작했다. 그는 “사이코인 줄 알았다”라며 “‘왜 웃냐. 사람 가지고 장난치냐’ 화내는데 갑자기 아내가 내 볼을 꼬집으면서 ‘우리 아들 맞아~’하면서 귀엽다고 껴안았다. 그러다 그날 밤에 애들 재우고 화해했다”라고 털어놨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합성 사진. AI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를 이용해 만들었습니다. / MS Bing Image Creator
이어 “맨날 이런 식이다. 뭔가 날 애 취급하며 항상 통제한다. 근데 웃긴 건 어디서 내 욕하는 걸 못 봤다. 누군가 내 안 좋은 소리를 하면 정색하고 싸운다. 또 내가 언제 일 때문에 바빠서 점심을 못 먹는 기간이 있었는데 그때 매일매일 도시락 싸면서 먹는지 안 먹는지 확인한다고 꼭 먹고 인증샷 보내라고 한 적도 있다. 그때 회사에서 난리도 아니었다. 결혼 잘했다고, 도시락 싸주는 아내가 요새 어디 있냐고”라고 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아내는 글쓴이가 한동안 일 스트레스로 위염에 시달리자 그때부터 지금까지 매일 아침을 차려줬다. 글쓴이가 말려도 아내는 ‘별일 아니다’라며 차려줬다.
그러면서 “이럴 땐 고맙다가 또 선 넘은 바가지 긁으면 나도 빡쳐서 ‘내가 결혼 왜 했지. 지긋지긋하다’ 이런다. 또 시간 지나면 아내가 천사 같다. 근데 뭐라 하면 악마 같고…이런 반복적인 일상을 살고 있다”라며 “아무래도 와이프는 날 진짜 아들로 생각하는 게 맞는 것 같다. 내가 뭘 그렇게 어설프게 할까. 난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데”라고 한탄했다.
이를 접한 네티즌들은 갑론을박을 벌였다.
글쓴이가 안타깝다는 네티즌들은 “나는 님 와이프 같은 사람이 제일 싫다. 본인은 무슨 일이든 다 잘하는 것처럼 뭐 하고 있으면 옆에서 답답해하고 뭐 빼앗아서 본인이 하는 거 보면 솔직히 같잖다”, “그루밍과 가스라이팅을 적당히 섞어가며 사람을 바보 만들고 있는 듯… 절대 천사라고 할 수 없다. 식상한 말 같지만 상대를 높여야 내가 높아질 수 있는 거다”, “이게 바로 가스라이팅”, “아내분이 스스로 완벽주의에 취해 살고 계신 듯. 애들 앞에서 할 말과 못 할 말 구분도 못하는 건 왜인지 모르겠다. 저라면 너무 싫을 것 같다. 자기 기준이 답인 것처럼 자기한테 맞춰진 잔소리만 하는 사람” 등 반응을 보였다.
반면 아내가 이해된다는 네티즌들은 “와이프가 사람 만들어 줬는데 뭐가 불만이냐. 서른 넘도록 엄마가 다 해주신 건 덜떨어진 거고 하나하나 가르쳐 가면서 살 정도라니… 와이프 되게 잘 얻었다”, “근데 이럴 거면 신랑 수업이라도 좀 받아야 하는 거 아니냐. 온실 속 화초로 크다가 갑자기 결혼하니 남자에서 아들이 됐는데 와이프는 뭔 죄… 와이프라고 아기 키워봤겠느냐”, “형 아들 취급이라도 받으면서 사는 게 나아 보인다”, “근데 님만 죽은 듯 살면 가정이 편안할 거다. 애들도 엄마한테 대드는 아빠보다 아들 취급 받으면서 사는 아빠 더 좋아한다. 님도 여우같이 행동해라” 등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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