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스위스 총 740㎞ 달려…S450d, 디젤차지만 소음·진동 적어
9단 변속기로 반응속도 빨라…S580, 커브길에서 안정감 배가
(진델핑겐[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생모리츠[스위스]=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일명 ‘회장님 차’로 불리는 메르세데스-벤츠의 대형 세단 S클래스는 국내 출시된 내연기관차 중 가장 고급으로 통한다.
1951년 첫 출시 이후 전 세계에서 400만대 이상 판매된 이 모델은 우리나라에서는 2003년 소개된 후 현재까지 10만대 이상 팔렸다. 현재 한국은 전 세계에서 S클래스가 세 번째로 많이 판매되는 시장이다.
벤츠 S450d
지난달 23∼24일(현지시간) 독일 진델핑겐과 스위스 생모리츠를 왕복하는 구간을 S클래스의 디젤과 가솔린 모델 S450d와 S580을 각각 타고 다녀왔다. 구간 길이는 편도로 370㎞에 달한다.
긴 구간이었지만 최초로 내연기관차를 발명한 카를 벤츠가 만든 브랜드의 엔진 기술이 집약된 차를 연이어 탈 수 있어 기대감과 긴장감을 모두 느낄 수 있는 시승이었다.
먼저 S클래스 중 가장 낮은 등급에 속하는 S450d 모델을 타고 진델핑겐에서 생모리츠로 향했다.
진델핑겐 공장에서 마주한 차량은 스포티한 느낌은 덜했지만, 세단의 정석이라고 불릴 만큼 균형적인 외관을 자랑했다.
S450d는 직렬 6기통 디젤 엔진을 탑재해 최고 출력 367마력, 최대 토크 76.5kg.m의 동력성능을 발휘한다. 특히 이 트림을 포함한 모든 S클래스에는 주행 시 가속과 반응 속도를 높이는 통합 스타터 제너레이터가 장착됐다.
차를 타고 아우토반(속도제한이 없는 고속도로)에 진입하자 서서히 가속페달에 힘을 줬다.
디젤 엔진이지만 가솔린 엔진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조용했다.
또 시속 100㎞가 넘어갔는데도 속도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차체는 가벼웠고, 주행 질감은 안정적이었다. 이 차의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 시간)은 5초 정도다.
그래도 디젤차 특유의 힘은 여전했다.
특히 분당회전수(RPM)가 1,300 정도로 낮은데도 차는 힘을 받으며 시속 100㎞ 이상을 가뿐히 나아갔다.
가장 놀라운 것은 민첩한 변속 반응이었다.
차는 가속페달에 힘을 주는 대로 바로 반응해 속도를 높였는데 9단 자동변속기 덕분이라는 벤츠 관계자의 설명이 돌아왔다. 동승한 타사 기자도 “얄미울 정도로 날래다”라는 감탄사를 내보냈다.
디젤차지만 소음과 더불어 진동도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 운전 모드와 속도, 하중에 따라 4개의 바퀴를 개별적으로 제어하는 ‘에어매틱 에어 서스펜션’ 덕분이었다.
여기에다 속도를 높일수록 도로와 밀착해서 달리는 느낌이 들었는데 고속 주행 시 차체를 알아서 낮추는 셀프 레벨링 기능이 작동했기 때문이었다.
S450d 운전석
S450d의 진가는 스위스 산길의 구불구불한 와인딩 구간에서 발휘됐다.
이날 스위스에는 오후부터 큰 눈이 내려 폭설 주의보가 발령됐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에 산에 쌓인 눈에서 반사된 빛을 받으며 급격한 커브 길을 운전하려니 입이 바짝바짝 말랐다. 설상가상으로 도로에는 계속해서 눈이 쌓였고, 그 옆은 호숫가로 이어진 낭떠러지였다.
하지만 어떤 기능인지 자세히 알 수 없었지만 차는 부드럽게, 또 안정적으로 커브를 돌았다.
그렇게 20여분간을 운전하다 보니 긴장감이 좀 줄었는데 하차 후 뒷좌석에 탄 동승객에게 승차감을 물어보니 운전자의 불안감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고 했다.
사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그 길을 1시간 30분 가까이 운전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데 S클래스의 성능과 더불어 이 차에 대한 믿음이 동시에 작용한 게 아닌가 싶었다.
다만 비탈길에서 속도를 내면 약간의 진동이 느껴지긴 했다.
다음 날에는 S클래스의 최고급 트림인 S580을 몰고 생모리츠에서 진델핑겐으로 달렸다.
전날 운전했던 와인딩 코스를 반대로 운전해야 했는데 이날은 밤새 내내 내린 눈으로 도로가 꽁꽁 얼어붙어 더 큰 용기가 필요했다.
여기에다 전날 운전한 S450d보다 1억원 이상 비싼 차라 ‘사고라도 나면 어쩌지’하는 걱정이 앞섰다.
이 차량의 휠베이스(축간거리)는 S450d보다 110㎜ 긴 3천216㎜다. 그 덕분인지 한눈에 봐도 ‘회장님 차’다운 중후함이 느껴졌다.
와인딩 코스에서 시속 50∼60㎞ 정도로 차를 달렸는데 생각보다 미끄러운 느낌이 없었다.
특히 주변 차량과 움직이는 사물을 인식해 알려주는 주행 보조 시스템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 덕분에 구부러진 커브 길에서 마주 오는 차를 걱정하지 않아도 됐다.
아울러 선택사양인 ‘리어-액슬 스티어링’이 커브를 돌 때 아주 유용했다. 이 기능은 앞바퀴가 회전할 때 뒷바퀴를 최대 10도까지 따라 움직이게 한다.
독일 도착한 S580
V형 8기통 가솔린 엔진 탑재로 최고출력 503마력을 발휘하지만, 디젤차인 S450d보다 더 소음이 적었다.
또 빙판길에서 더 안정적이었는데 고속도로나 트랙에서는 약간 무거운 느낌이 들 수 있을 듯싶었다.
스위스 국경을 넘어 독일 고속도로에 진입해서는 뒷좌석에 탑승했다.
이 트림은 뒷좌석에서 버튼을 누르면 조수석 시트가 최대 37mm까지 앞으로 밀리고, 시트와 머리받이가 접어지면서 항공기 퍼스트 클래스 같은 착석감을 느낄 수 있다.
S580 내부의 엠비언트 라이트
개인적으로 전기차를 선호하지만, 디젤과 가솔린차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두 차량을 몰고 나니 곧 사라질 내연기관차에 대한 아쉬움이 들었다.
마침 이날 벤츠 최고경영자(CEO)인 올라 칼레니우스는 벤츠의 전동화 전환 목표를 5년 연기하고, 내연기관 모델을 계속해서 개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스위스 폭설 속 S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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